
The role of education on the relationship between verbal episodic memory and gray matter volumes in Korean elderly women
「교육 경험에 따른 노인의 언어기억 기능과 회백질 부피 간 상관 차이」
곽세열(Seyul Kwak), 최진영(Jeanyung Chey)
○ 게재
2017년 한국인지및생물심리학회가 발행하는 「한국심리학회지: 인지 및 생물」 제29권 제4호에 게재된 연구로, pp. 371–394에 수록되었다. DOI는 10.22172/cogbio.2017.29.4.003이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곽세열·최진영 연구팀은 교육 경험이 노년기의 기억 기능과 뇌 구조의 관계에 어떤 차이를 만들어 내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건강한 한국 여성 노인을 대상으로 언어기억검사와 구조적 MRI 자료를 분석하였다. 특히 교육 수준이 다른 노인들이 비슷한 수준의 기억 수행을 보이더라도 그 수행과 관련되는 뇌의 영역에는 차이가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논문 원문
https://www.kci.go.kr/kciportal/landing/article.kci?arti_id=ART002280354&utm_source
○ 주요 내용
나이가 들면서 뇌의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더라도 모든 사람에게서 같은 정도의 인지 기능 저하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상당한 뇌의 노화나 병리적 변화가 있어도 비교적 오랫동안 인지 기능을 유지한다. 이러한 개인차를 설명하기 위해 제시된 대표적인 개념이 인지 예비능(cognitive reserve)이다.
인지 예비능 가설에서는 평생의 교육과 다양한 인지 활동을 통해 축적된 자원이 노화나 뇌의 병리적 변화가 인지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완충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교육은 인지 예비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 가운데 하나로 오랫동안 연구되어 왔다.
곽세열·최진영 연구팀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흥미로운 질문을 제기하였다. 교육 경험이 많은 노인과 적은 노인이 비슷한 기억 수행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그 기억을 뒷받침하는 뇌의 구조적 기반까지 같을까? 연구진은 교육 경험에 따라 기억 수행과 관련되는 뇌 영역이 서로 다를 가능성을 조사하였다.
연구에는 건강한 여성 노인 54명이 참여하였다. 연구진은 초등교육과정 이수를 기준으로 참여자를 두 집단으로 나누었다. 저교육 집단은 27명으로 평균 교육연한이 2.44년이었으며, 중등교육 집단 역시 27명으로 평균 교육연한은 8.48년이었다.
참여자들의 기억 기능은 노인언어학습검사(Elderly Verbal Learning Test, EVLT)를 이용하여 측정하였다. EVLT는 여러 단어를 학습하고 이후 얼마나 잘 기억하고 회상하는지를 측정하여 노년기의 언어적 일화기억(verbal episodic memory)을 평가하는 검사이다.
연구진은 이와 함께 구조적 자기공명영상(MRI)을 촬영하고 복셀기반형태분석(voxel-based morphometry, VBM)을 이용하여 뇌의 국소적인 회백질(gray matter) 부피를 분석하였다. 그리고 각 교육 집단에서 어떤 뇌 영역의 회백질 부피가 기억검사 수행과 관련되는지를 조사하였다.
흥미롭게도 두 교육 집단의 기억검사 수행 자체는 유사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좋은 기억 수행과 관련되어 있는 뇌 영역은 두 집단에서 서로 달랐다.
저교육 집단에서는 내측두엽(medial temporal lobe)과 안와전두피질(orbitofrontal cortex)의 회백질 부피가 클수록 언어기억검사의 수행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내측두엽에는 기억의 형성과 저장에 중요한 해마를 비롯한 영역들이 포함되어 있어 일화기억을 뒷받침하는 핵심적인 신경학적 구조로 알려져 있다.
반면 교육 경험이 상대적으로 많은 집단에서는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이 집단에서는 하두정소엽(inferior parietal lobule), 쐐기앞소엽(precuneus), 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의 회백질 부피가 기억 수행과 관련되어 있었다.
즉 두 집단은 비슷한 수준의 기억 수행을 보이고 있었지만 그 기억 수행과 관련된 뇌의 해부학적 기반은 서로 달랐다. 교육 경험이 적은 노인의 기억 수행은 내측두엽과 안와전두피질 같은 영역의 회백질 부피와 밀접한 관계를 보인 반면, 교육 경험이 상대적으로 많은 노인에게서는 두정엽과 전전두 영역을 포함한 보다 다른 영역들의 회백질 부피가 기억 수행과 관련되어 있었다.
이 결과는 인지 예비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인지 예비능이 높다는 것은 단순히 ‘뇌가 더 크다’거나 ‘특정 뇌 영역이 더 발달해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같은 인지 과제를 수행할 때 어떤 신경학적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가, 그리고 뇌의 노화나 변화가 있을 때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 데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의 차이로 생각할 수 있다.
연구진은 특히 저교육 노인의 기억 수행이 내측두엽의 구조적 상태와 더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내측두엽은 정상적인 노화뿐 아니라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에서 중요한 영향을 받는 영역이다. 따라서 기억 기능이 이러한 영역의 구조적 상태에 상대적으로 크게 의존한다면 노화나 병리적 변화가 진행될 때 기억 수행이 그 영향을 더 직접적으로 받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교육 경험이 상대적으로 많은 노인에게서는 기억 수행이 하두정소엽, 쐐기앞소엽, 전전두피질 등 다른 뇌 영역의 회백질과도 관련되어 있었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가 교육을 통해 형성된 인지 예비능의 보호 효과와 관련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하였다.
교육 경험이 다른 두 집단에서 기억 수행과 회백질 부피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한 연구로, 이 연구가 직접 보여주는 핵심은 교육 수준에 따라 노년기의 기억 기능을 뒷받침하는 뇌의 구조적 기반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
연구진은 영문 초록에서 다음과 같이 결론짓는다.
“These results indicate that the neuroanatomical substrates contributing to better memory performance differ depending on the years of education, in concert with the protective effect of cognitive reserve.”
더 나은 기억 수행에 기여하는 신경해부학적 기반이 교육연한에 따라 서로 다르며, 이러한 결과는 인지 예비능의 보호 효과와 관련되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교육의 의미를 단순히 지식의 양이나 학업 성취의 차원에서만 바라보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오랜 교육 경험은 노년기에 기억 기능을 유지하는 데 관여하는 뇌의 구조적 기반과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교육과 인지 노화의 관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두 집단의 기억 수행 자체는 비슷했는데도 그 수행과 관련되는 뇌 영역은 달랐다는 사실이다. 겉으로 나타나는 기억 능력이 같다고 해서 그 능력을 지탱하는 뇌의 기반까지 반드시 같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이 연구는 건강한 한국 여성 노인 54명을 대상으로 한 횡단연구이며 교육 수준에 따라 사람들을 무작위로 배정한 실험 연구가 아니다. 따라서 교육을 많이 받는 것이 이러한 뇌의 차이를 직접 만들어 냈다고 인과적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교육 경험이 서로 다른 노인에게서 기억 수행을 뒷받침하는 회백질 영역이 다르게 나타났다는 결과는 교육과 인지 예비능의 관계를 뇌 구조의 차원에서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이다. 교육은 노년기의 기억 수행을 단순히 높고 낮게 만드는 변수라기보다, 기억 기능이 뇌의 구조적 변화와 관계 맺는 방식 자체와 관련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는 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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