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teracy and Cognitive Aging in the Elderly Korean Population
「한국 노인의 문식성과 인지 노화」
신민영(Minyoung Shin), 최진영(Jeanyung Chey)
○ 게재
2016년 9월 한국심리학회가 발행하는 한국심리학회지: 일반 제35권 제3호에 게재된 연구로, pp. 435–453에 수록되었다. DOI는 10.22257/kjp.2016.09.35.3.435이다.
연구 당시 신민영은 성균관대학교, 최진영은 서울대학교 소속이었다. 이 연구는 한국의 정상 노인을 대상으로 문식성(literacy)이 인지 수행과 인지 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고, 특히 비문해 노인이 문해 노인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지 기능이 감퇴할 위험이 높은지를 조사하였다.
논문 원문
[KCI 논문 원문 및 PDF](https://www.kci.go.kr/kciportal/landing/article.kci?arti_id=ART002147174&utm_source)
○ 주요 내용
문해력과 노년기의 인지 기능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교육 수준이 낮거나 읽고 쓰지 못하는 사람에게서 치매 위험이 높다는 사실은 여러 선행연구에서 보고되어 왔다. 이 연구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치매가 없는 정상적인 한국 노인의 인지 노화 과정에서도 문식성 여부에 따라 차이가 나타나는지를 살펴보았다.
연구진이 이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주목한 개념은 인지 자원(cognitive reserve)이다. 인지 자원이란 뇌에 노화나 신경학적 변화가 일어나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인지 기능의 손상으로 나타나지 않도록 견디거나 보완할 수 있게 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같은 정도의 뇌 노화가 진행되더라도 평생 축적된 인지 자원이 많은 사람은 그 영향을 상대적으로 늦게 또는 적게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인지 노화 종단연구에 참여한 정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문해 집단과 비문해 집단의 인지 기능을 비교하였다. 인지 기능은 한국판 치매평가검사(Korean Dementia Rating Scale, K-DRS)를 이용하여 평가하였다. K-DRS는 단순히 기억력 하나만 측정하는 검사가 아니라 주의(attention), 관리 기능(initiation/perseveration), 구성(construction), 개념화(conceptualization), 기억(memory) 등 여러 인지 영역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검사이다.
연구 결과, 비문해 노인은 문해 노인보다 주의, 관리, 구성, 개념화, 기억을 포함한 다양한 인지 영역에서 전반적으로 낮은 수행을 보였다. 즉 읽고 쓰는 능력의 차이는 특정한 언어 과제에만 국한되지 않고 노년기의 여러 인지 기능과 관련되어 있었다.
또한 연령이 증가하면서 나타나는 인지 기능의 차이도 문식성 여부에 따라 달랐다. 기저 검사에서 연령이 높아질수록 K-DRS 수행이 낮아지는 경향은 문해 노인보다 비문해 노인에게서 더 크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를 문식성이 정상적인 인지 노화 과정과도 관련되는 중요한 변수임을 보여주는 결과로 보았다.
이 연구에서 특히 주목할 결과는 동일한 사람을 다시 검사했을 때 나타난 인지 기능의 변화였다. 단순히 두 시점의 검사 점수를 비교하면 두 번째 검사에서는 이전에 검사를 해 본 경험 때문에 점수가 높아지는 연습 효과가 나타날 수 있고, 측정 오차나 평균으로의 회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영향을 통제하기 위해 표준화 회귀 기반 모델(Standardized Regression Based Model, SRB)을 사용하여 실제로 의미 있는 인지 감퇴를 보인 사람들을 선별하였다.
그 결과 재검사에서 인지 기능 감퇴자로 분류된 사람의 비율은 문해 집단보다 비문해 집단에서 약 5배 높았다. 더욱이 연령, 교육 수준, 성별의 영향을 통계적으로 통제한 뒤에도 비문해자의 인지 기능 감퇴 승산비(odds ratio)는 3.62였다.
즉 다른 조건들을 고려한 뒤에도 비문해 상태는 노년기의 인지 기능 감퇴와 뚜렷한 관련성을 보였다. 여기서 3.62라는 수치는 ‘비문해자의 3.62배가 인지 기능이 떨어졌다’는 뜻이 아니라, 통계적으로 관련 요인들을 통제했을 때 비문해 집단에서 인지 기능 감퇴가 나타날 승산(odds)이 문해 집단의 3.62배였다는 의미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를 인지 자원의 관점에서 해석하였다. 읽고 쓰는 능력을 습득하고 사용하는 경험은 단순히 글자를 읽는 기술에 머무르지 않고, 오랜 시간 다양한 인지 활동을 가능하게 하면서 인지 자원의 형성과 관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이러한 문식 경험이 부족하면 노화에 따른 인지적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인지 자원 역시 상대적으로 부족할 가능성이 있다.
이 논문에서 중요한 것은 비문해와 낮은 교육 수준을 완전히 같은 것으로 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로지스틱 회귀분석에서 교육 수준을 별도로 통제한 뒤에도 비문해 집단의 인지 감퇴 승산비가 3.62로 나타났음을 보고하였다. 따라서 이 결과는 단순히 ‘학교를 적게 다녔기 때문에 인지 기능이 낮았다’는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읽고 쓰는 능력 자체가 노년기의 인지 기능과 관계되는 중요한 요인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논문의 영문 초록에서 이러한 결과를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The rate of cognitive decliner was about five times higher in the illiterate than the literate group, and the odds ratio of the illiterate was 3.62.”
인지 기능 감퇴자의 비율은 문해 집단보다 비문해 집단에서 약 5배 높았으며, 비문해 집단의 승산비는 3.62였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문식성을 단순히 일상생활에서 글을 읽고 쓰기 위한 기술로만 바라보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문식성은 노년기의 주의, 기억, 개념화 등 여러 인지 기능과 관련되어 있었으며, 시간이 흐른 뒤 나타나는 인지 기능 감퇴 위험과도 관계가 있었다.
다만 이 결과만으로 성인기에 읽고 쓰기를 배우면 인지 기능 감퇴나 치매를 직접 예방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 연구는 문식성과 인지 노화 사이의 중요한 관련성을 보여준 연구이며, 문해교육 자체의 예방 효과를 실험적으로 검증한 연구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연구는 한국 노인을 대상으로 문식성과 인지 노화의 관계를 종단적으로 살펴보고, 교육·연령·성별을 고려한 뒤에도 비문해 상태가 인지 기능 감퇴와 관련되어 있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문식성이 인지 자원의 형성과 관련될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읽고 쓰는 능력을 노년기의 인지 건강과 연결하여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 삶과 언어. 무단 복제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