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병원에서 ‘주사의 이름’을 보았습니다

오늘 병원에 갔다가 수액과 주사 가격을 안내하는 게시물을 보았습니다. 유난히 눈길을 끄는 이름들이 있었습니다.

신데렐라주사, 백옥주사, 뷰티주사, 총명주사, 수험생주사.

이름만 보면 피부가 맑아지고, 아름다워지고, 머리가 좋아지며, 시험을 앞둔 학생에게 특별한 도움이 될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이름 앞에는 정확한 성분명이 분명하게 제시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총명주사’ 아래에는 ‘뇌기능 개선제’라고 적혀 있어 마치 인지 기능을 실제로 향상하는 의약품처럼 받아들이게 합니다.

여러 차례 투여를 권하는 가격 구성도 눈에 띄었습니다. 뷰티주사는 1회·5회·10회, 총명주사는 1회·4회, 태반주사는 1회·5회·10회 가격이 각각 제시되어 있었습니다. 주사라는 의료행위보다 여러 차례 구매하는 관리 상품처럼 보이게 하는 구성입니다.

정맥주사는 약물이나 성분을 혈관 안으로 직접 투여하는 의료행위입니다. 필요한 환자에게 적절하게 사용되는 수액 치료까지 문제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의료행위의 성격과 위험은 뒤로 물러나고, 소비자가 원하는 결과만을 앞세운 명칭은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관련 기사들을 찾아보았습니다.

2. 관련 기사들

① 미용·건강 주사의 효과를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

2021년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신데렐라주사·백옥주사·마늘주사·감초주사·태반주사·비타민주사·연어주사·윤곽주사 등의 임상적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토했습니다.

그 결과 보톡스를 제외한 여덟 종류는 미용 목적의 효과를 판단할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러 주사에서 발진·부종·두드러기 등의 부작용이 확인되었으며, 신데렐라주사·백옥주사·마늘주사에서는 아나필락시스성 쇼크와 같은 중대한 부작용도 보고되었습니다. 주사 용량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고 여러 성분을 혼합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도 지적되었습니다.

연합뉴스|보건의료연구원 “신데렐라·백옥 주사 등 효과 근거 부족…주의 필요”


② ‘총명주사’가 학습능력을 높인다는 근거, 확인되지 않음

2016년 MBC는 브레인주사·두뇌활성주사·집중력주사·수험생주사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던 수액을 취재했습니다. 주성분은 비타민과 은행잎 추출물 등이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정한 은행잎 추출물의 효능은 말초동맥순환장애·이명·두통 등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기억력이나 집중력 향상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피로가 다소 줄어드는 느낌과 기억력·집중력·학습능력이 실제로 향상되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총명’과 ‘수험생’이라는 이름은 이 차이를 흐리게 만듭니다.

MBC|“브레인 주사 맞으면 똑똑해져요” 실체는?


③ 의료계도 자극적인 별칭 대신 성분명 사용 권고

2017년 대한의사협회는 백옥주사·마늘주사·신데렐라주사처럼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이름보다 글루타티온·푸르설티아민·티옥트산과 같은 실제 성분명을 사용하도록 안내했습니다.

보건복지부 역시 이러한 별칭이 소비자를 현혹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와 의료계도 주사의 명칭이 단순한 말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의 판단에 영향을 주는 의료정보의 문제라고 본 것입니다.

데일리팜|신데렐라·백옥 등 자극적인 주사명 표기 하지 마세요


④ 주사가 묶음 상품과 할인 상품처럼 판매되기도

2017년에는 신데렐라주사와 백옥주사를 함께 맞으면 가격을 할인해 주는 ‘1+1’ 행사와, 열 차례 이상 맞으면 가격을 깎아 주는 광고까지 등장했습니다.

치료 여부와 횟수는 환자의 상태와 의학적 필요에 따라 결정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횟수가 많을수록 할인해 주는 방식은 소비자가 의료적 필요보다 가격 혜택을 먼저 생각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서울신문|‘1+1’ 광고까지 나온 신데렐라·백옥주사…“맹신 금물”


⑤ 친근한 이름의 ‘마늘주사’, 사망 사고 발생

2018년 인천의 한 의원에서 60대 여성 두 명이 이른바 ‘마늘주사’를 맞은 뒤 패혈성 쇼크 증상을 보였고, 한 명이 사망했습니다.

조사 결과 병원은 미리 개봉한 수액을 이틀 동안 실온에 보관한 뒤 여러 앰플을 섞어 사용한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법원은 의료진의 과실과 환자의 패혈증 사이의 관련성을 인정하여 병원장과 간호조무사들에게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사망 원인은 ‘마늘’이라는 성분 자체가 아니라 오염 가능성이 큰 조제·보관과 부적절한 응급조치였습니다. 그러나 바로 이 사건은 친근하고 건강식품처럼 들리는 이름이 정맥주사의 실제 의료적 위험을 얼마나 가볍게 보이게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연합뉴스|‘마늘주사’ 맞은 환자 패혈증 사망…의사·간호조무사 집행유예


⑥ 수액 투여 뒤 발생한 사고들, 원인을 구분해서 바라보아야

2018년 인천에서는 두 달 사이 병원에서 주사를 맞은 뒤 환자가 사망한 사건이 네 건 이어졌습니다. 이 가운데 마늘주사 사건은 이후 재판에서 의료진의 과실이 인정되었지만, 당시 함께 보도된 다른 사건들은 기사 작성 시점에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수액을 맞은 뒤 사망했다’는 사실과 ‘수액 때문에 사망했다’는 판단은 구분해야 합니다. 위험을 축소해서도 안 되지만, 확인되지 않은 인과관계를 단정해서도 안 됩니다.

연합뉴스|인천서 ‘주사 후 사망’ 잇따라…질본 “역학조사 필요성 검토”

3. 소비자의 리터러시 역량 필요

의료기관과 의료인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주사를 맞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사람은 소비자입니다. 소비자가 매력적인 이름을 효능이 입증된 의학적 설명으로 받아들이면, 그러한 명칭과 판매 방식은 계속 확대될 수 있습니다.

‘백옥주사’는 성분을 알려주는 이름이 아니라 피부가 희어질 것이라는 결과를 먼저 상상하게 합니다. ‘신데렐라주사’는 치료 원리보다 빠른 변신의 이야기를 불러옵니다. ‘총명주사’와 ‘수험생주사’는 기억력과 성적에 대한 불안을 자극합니다. 이러한 이름은 약물이 무엇인지 설명하기보다 소비자가 원하는 미래를 먼저 보여줍니다.

따라서 이런 명칭을 볼 때에는 적어도 다음과 같은 의문을 가져야 합니다.

“이 주사의 정확한 약 이름과 성분은 무엇일까?”

“이 약은 본래 어디에 사용하던 약일까?”

“총명해진다거나 피부가 하얘진다는 효과가 실제로 확인되었을까?”

“어떤 부작용이 있으며, 비슷한 주사를 맞고 문제가 생긴 사례는 없었을까?”

이 정도는 알아본 뒤에 약물을 몸에 넣을 것인지 판단해야 합니다. 의사가 권했다는 이유나 가격표에 효능처럼 보이는 이름이 적혀 있다는 이유만으로 안전성과 효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백옥’, ‘신데렐라’, ‘총명’, ‘수험생’은 약의 성분도 아니고 의학적으로 확인된 효능의 명칭도 아닙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결과를 먼저 떠올리게 하는 말입니다. 이러한 이름을 보는 순간 곧바로 “나에게 필요한 주사인가?”라고 생각하기보다, “그래서 이 약의 실제 이름은 무엇이며, 내 몸에 무엇을 넣는 것인가?”​라고 물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의료 소비자에게 필요한 언어 감각은 어려운 의학 지식을 모두 갖추는 것이 아닙니다. 매력적인 이름을 약에 관한 충분한 정보로 착각하지 않고, 그 이름 뒤에 가려진 성분·용도·효과·부작용을 궁금해하는 태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