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을 읽는 것과 문장을 이해하는 것은 다릅니다

문장 읽기로 넘어가면 아이가 해야 하는 일이 많이 달라집니다. ‘강아지가 마당에서 뛰어요.’라는 문장을 읽을 때에는 누가 행동하는지, 그 행동이 어디에서 일어나는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 파악하여 여러 정보를 하나의 사건으로 묶어야 합니다. 즉 문장 읽기에서는 ‘낱말을 읽는 능력’ 위에 낱말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고 하나의 의미를 구성하는 새로운 인지 활동이 더해집니다. ‘고양이를 강아지가 쫓아가요.’라는 문장에서 아이가 ‘고양이, 강아지, 쫓아가다’를 모두 읽을 수 있다고 해도 문장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고양이’를 먼저 보았다는 이유로 고양이가 강아지를 쫓는다고 이해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를’과 ‘가’를 처리하여 강아지가 쫓아가는 존재이고 고양이는 쫓기는 대상이라는 관계를 구성해야 합니다. ‘민수가 영희를 불렀어요.’와 ‘민수를 영희가 불렀어요.’를 비교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등장하는 핵심 낱말은 같지만 조사에 따라 사건의 방향이 정반대로 달라집니다. 문장을 읽는다는 것은 이처럼 문법적 단서를 이용하여 ‘누가, 누구를,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가’를 머릿속에서 조직하는 일입니다.


문장이 길어지면 ‘앞에서 읽은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문장이 길어지면 앞에서 읽은 정보를 기억하면서 뒤에 나오는 정보를 계속 결합해야 합니다. ‘동생이 마당에서 강아지와 함께 뛰어요.’를 읽는 동안 아이는 처음에 나온 ‘동생이’를 잊어버리지 않은 채 ‘마당에서’, ‘강아지와 함께’, ‘뛰어요’를 차례로 연결하게 됩니다. 때로는 낱말 하나하나는 모두 읽을 수 있는데 긴 문장의 끝에 가서 “누가 뛰었지?”라고 물으면 대답하지 못하는 아이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 교사는 학습자가 집중하지 않았다고 여기기보다, 낱말을 해독하는 데 많은 인지적 자원을 사용하느라 앞의 정보를 작업기억에 유지하고 뒤의 정보와 통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문장이 이어지면 정보를 연결하여 ‘상황’을 만들어야 합니다

여러 문장이 이어지면 읽기는 다시 한 단계 확장됩니다. ‘수지는 우산을 가지고 나오지 않았어요. 그런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요.’라는 글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아이는 첫 문장에서 얻은 ‘수지에게 우산이 없다’는 정보를 머릿속에 남겨 둔 채 다음 문장의 ‘비가 내린다’는 정보와 연결해야 합니다. 그리고 두 정보를 통합하여 글에 직접 쓰여 있지 않은 ‘수지가 비를 맞을 수도 있겠다’, ‘수지가 곤란하겠다’는 상황까지 추론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읽기는 눈앞의 문자를 읽는 활동을 넘어 여러 정보를 연결하여 글이 나타내는 상황을 머릿속에 구성하는 활동으로 발전합니다.


글에 쓰여 있지 않은 의미까지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침부터 비가 내렸습니다. 민수는 창밖을 보며 걱정했습니다. 오늘은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기로 한 날이었습니다.’를 소리 내어 정확하게 읽는 것은 ‘해독’입니다. 그러나 “민수는 오늘 무엇을 하려고 했나요?”에 답하려면 글에 명시된 정보를 찾아야 하고, “민수는 왜 걱정했을까요?”에 답하려면 ‘비-운동장-축구’의 관계를 연결하여 이유를 추론해야 합니다. 똑같은 글을 읽더라도 무엇을 요구하느냐에 따라 아이가 수행해야 하는 인지 활동은 달라집니다.


소리 내어 잘 읽는 것만으로 문장 이해를 판단하지 않습니다

문장 읽기를 지도할 때에는 아이에게 계속 소리 내어 읽게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누가 그랬지?”, “어디에서?”, “누구를 쫓아갔지?”, “앞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지?”, “그런데 왜 민수가 걱정했을까?”와 같은 질문을 통해 아이가 낱말을 정확하게 읽는 데서 더 나아가 문장 속 관계를 파악하고, 앞뒤 정보를 연결하며, 글이 나타내는 상황을 실제로 구성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낱말은 잘 읽는데 문장은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문장 읽기는 글자를 해독하는 능력뿐 아니라 어휘와 문법 지식, 작업기억, 정보 통합, 배경지식, 추론 등이 함께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낱말은 잘 읽는데 문장은 잘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가 있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아이들 사이의 읽기 능력 차이를 단순히 ‘한글을 아느냐 모르느냐’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중요] 글자 읽기 ≠ 문장 이해(→ 앞 정보의 기억, 앞뒤 정보의 통합, 상황 구성과 추론, 소리 내어 읽기와 이해의 구별) ; 아이의 과업을 ‘한글 실력’ 하나로 판단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