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노트 01 | 성인문해교육 교과서 개발의 역사와 제도적 배경
성인문해교육 교과서 개발의 성과와 새로운 과제
학력인정 교육과정의 정착에서 학습자의 삶과 필요를 중심으로 한 교재 개발까지
1. 성인문해교육 교과서가 필요했던 이유
우리나라 성인문해교육은 학령기에 학교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한 성인들에게 새로운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며 발전해 왔다. 오늘날의 고령 문해학습자 가운데 상당수는 어린 시절 전쟁과 가난, 교육 기회의 부족, 여성 교육에 대한 차별적인 사회적 인식 등으로 정규 학교교육을 받지 못했다.
학교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곧 배움의 경험이나 사고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들은 오랜 세월 가정을 꾸리고 생업에 종사하며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수많은 생활 문제를 해결해 왔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은 부족할 수 있지만, 삶의 현장에서 축적한 경험과 지혜는 풍부하다. 성인문해교육을 위한 교과서 개발에서는 이러한 학습자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했다.
국가가 성인문해교육 교과서를 체계적으로 개발하기 이전에는 문해교육기관마다 자체적으로 교재를 제작하거나 기존의 아동용 학습 자료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교재의 어휘와 이야기, 삽화와 학습활동은 성인 학습자의 삶과 관심사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웠다.
성인 학습자는 글자를 배우면서도 자신의 생활과 연결되는 내용을 이해하고 싶어 한다. 텔레비전 자막을 읽고, 가족에게 편지를 쓰고, 직장에서 필요한 기록을 작성하고, 사회생활에서 접하는 정보를 스스로 이해하려는 구체적인 목적을 가지고 배움에 참여한다. 그래서 성인문해교육에는 성인의 삶과 경험을 존중하면서 기초적인 읽기·쓰기·셈하기 능력을 체계적으로 익힐 수 있도록 돕는 별도의 교과서가 필요했다. 국가가 성인 학습자를 위한 교과서를 개발하고 보급하기 시작한 것은 이러한 교육적 필요에 응답한 중요한 변화였다.
2. 국가 차원의 교과서 개발과 학력인정 제도의 정착
우리나라의 성인문해교육은 오랫동안 야학과 민간 문해교육기관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이후 2006년부터 정부의 성인문해교육 지원사업이 본격화되고, 2008년 평생교육법 개정과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설립 등을 거치면서 국가 차원의 지원 체계가 더욱 구체화되었다.
성인문해교육 교과서도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개발되었다. 초등 과정 교과서는 2006년에 처음 제작되었고, 이후 현장의 요구와 교육과정의 변화를 반영하여 개정되었다. 중학 과정 교과서는 2009년 국어를 시작으로 2010년 영어, 2011년 수학, 2012년 사회와 과학이 차례로 개발되었다. 성인 학습자들이 초등 과정을 마친 뒤에도 배움을 이어갈 수 있도록 중학 수준의 교육과정을 교과서로 구체화한 것이다.
2014년에는 초등 과정과 중학 과정의 문해교육 교육과정에 관한 교육부 고시가 각각 마련되었으며, 2018년에는 두 과정을 통합한 「초등·중학 문해교육 교육과정」(교육부 고시 제2018-157호)이 발표되었다. 이에 따라 2019년과 2020년에 중학 과정 국정교과서의 첫 개정이 이루어졌다. 국어·사회·영어는 2019년에, 수학·과학은 2020년에 개정되었으며, 5개 교과의 3단계 학습자용 교과서 15권과 교사용 지도서 5권, 총 20권이 개발되었다.
이러한 교과서 개발과 보급은 성인문해교육의 공공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역과 기관에 따라 교육 여건이 다르더라도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에 기초한 교과서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일정한 교육과정을 이수한 성인 학습자들이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적 기반도 갖추어졌다. 교과서는 학습자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자료인 동시에, 문해교육기관과 교사들이 일정한 교육적 기준에 따라 수업을 운영하도록 돕는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3. 약 20년 동안 이어져 온 교과서 개발과 무상 보급
성인문해교육 교과서의 개발과 보급은 일회성 사업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교육부의 성인문해교육 지원 정책에 따라 초등·중학 과정의 교과서와 다양한 생활문해 교수·학습자료를 개발하고 보급해 왔다. 교과서의 보급 대상도 야학을 비롯하여 학교, 도서관, 복지관, 평생교육기관 등 다양한 문해교육 운영기관으로 확대되었다.
2024년에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과 한국교직원공제회가 연계하여 초등·중학 성인문해교과서 4만 1,000부를 학습자 8,200명 규모로 추가 무상 보급하는 사업을 공고하였다. 2026년에도 교과서 무상 보급 사업이 이어졌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과 한국교직원공제회는 전국의 성인 문해학습자에게 초등 과정 교과서 약 6만 부를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였다. 두 기관은 2014년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매년 교과서 무상 보급을 위해 협력해 왔다.
국가가 성인문해교육을 위한 교과서를 개발하고 지속적으로 보급해 온 것은 교육받을 기회를 놓친 성인들의 학습권을 지원하는 중요한 정책적 성과이다. 교과서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면서 문해교육기관의 교재 확보 부담이 줄어들고, 학습자들은 국가가 마련한 교육 자료를 통해 지속적으로 배움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관련 공식 자료와 보도
- 국가평생교육진흥원(2024. 7. 25.), 「2024년 성인문해교육 활성화를 위한 성인문해교과서 무상 보급 신청」. 초등·중학 교과서 4만 1,000부 추가 보급 공고.
- https://www.nile.or.kr/usr/wap/detail.do?app=11626&lang=ko&seq=2144346
- 국가평생교육진흥원(2026. 8. 5.), 「2026년 초등 성인문해교과서 무상보급 신청」. 국가평생교육진흥원과 한국교직원공제회의 교과서 보급 사업 안내.
- https://www.nile.or.kr/usr/wap/detail.do?app=11626&lang=ko&seq=2189753
- 뉴시스(2026. 8. 13.), 「성인 문해교과서 6만부 무상 보급…오늘부터 선착순」. 약 6만 부의 교과서 보급과 2014년 이후 두 기관의 협력 경과를 소개한 기사.
- https://nwww.newsis.com/view/NISX20260813_0003747608
4. 학력인정 교육과정과 교과서 개발의 조건
성인문해교육 교과서는 성인 학습자의 특성을 고려하면서도 초등학교와 중학교 수준의 학력인정 교육과정이라는 제도적 기준을 충족해야 했다. 중학 과정의 경우 학령기 학습자를 위한 일반 중학교 교육과정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교과목을 편성하고, 학습 내용과 수준을 결정해야 했다.
2018년 고시에 따른 성인문해 중학 과정의 총 수업 시수는 1,350시간이다. 이는 당시 일반 중학교 교육과정의 총 수업 시수 3,366시간의 약 40%에 해당한다. 일반 중학교에서 3년 동안 학습하는 내용을 성인문해교육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에 학습해야 하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성인문해교육의 학습자는 일반 중학생과 학습 경험 및 생활 여건이 다르다. 오랫동안 학교교육을 받지 못한 학습자가 많으며, 문자와 숫자를 읽고 쓰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과 반복 학습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성인 학습자들은 각자의 건강 상태와 생활 여건, 학습 경험에 따라 이해하는 속도와 학습의 목표가 다르다. 이런 까닭에 교과서 개발에서는 정규 중학교 교육과정에서 어느 것을 반영할 것인지, 성인 학습자에게 적합한 학습 분량과 난이도는 어느 수준인지, 제한된 수업 시간 안에서 어떤 내용을 우선적으로 다룰 것인지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했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교과서 집필진은 학령기 교육과정의 체계를 참고하면서 성인 학습자의 실제 학습 수준과 생활 경험에 적합한 교육 내용을 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5. 기존 교과서 개발에서 이루어진 주요 노력
2019~2020년 중학 과정 국정교과서 개정은 이전 교과서의 성과를 계승하면서 현장의 요구를 반영하여 교육과정과 교과서의 체계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는 과정이었다.
첫째, 초등 과정과 중학 과정의 학습 연계성 제고
당시 문해교육 현장에서는 초등 과정의 마지막 단계와 중학 과정의 첫 단계 사이에 학습 수준의 차이가 크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초등 과정을 마친 학습자가 중학 과정에 진입하기 전에 별도의 준비 학습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개정 교과서에서는 초등 과정에서 학습한 내용을 고려하여 중학 과정의 출발점을 조정하고, 학습 내용이 점진적으로 심화되도록 구성했다.
영어에서는 초등 과정의 학습 수준을 고려하여 알파벳과 기초적인 읽기 학습을 보완하였고, 수학에서는 사칙연산을 충분히 익힐 수 있도록 중학 과정의 시작 내용을 조정했다.
둘째, 학습 분량과 수업 차시 체계적 설계
개정 과정에서는 교과서 집필에 앞서 교과별 성취기준과 단원 목표, 차시별 학습 내용을 검토하는 개발 지침 연구가 이루어졌다.
또한 학습자가 일정한 수업 시간 안에서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단원별 분량을 조정하고, 교사용 지도서에 수업 차시와 학습 분량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는 문해교육기관마다 교사의 전공과 교육 경험, 수업 운영 여건이 서로 다른 현실을 고려한 조치였다. 교과서 자체가 수업 운영의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학습의 순서와 분량을 정교하게 구성하고자 한 것이다.
셋째, 성인 학습자의 생활 경험 적극 반영
교과서 집필진은 학령기 교과서의 내용을 그대로 제시하기보다 성인의 삶과 관련된 소재를 활용하여 학습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수학에서는 장보기, 음식 조리, 교통 이용, 금융거래, 임금과 집세 등의 생활 장면을 활용했다. 국어와 사회, 과학에서도 성인 학습자들이 살아오면서 경험했거나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소재를 선정했다.
특히 수학 교육과정에서는 ‘가정생활과 수학’, ‘쇼핑·외식과 수학’, ‘교통·통신·여행과 수학’, ‘금융·보험·임금과 수학’ 등 성인의 생활 영역을 중심으로 학습 내용을 구성했다. 이러한 시도는 학교 수학의 내용을 성인의 생활 세계와 연결하려는 중요한 노력이었다.
넷째, 생활문해교육의 범위를 확장
2018년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초 지식과 문제 해결 능력, 정보 활용 능력, 의사소통 능력 등을 강조했다.
이에 교과서에서는 글로 된 설명뿐 아니라 사진과 그림, 도표 등 다양한 형태의 자료를 활용하고, 학습한 내용을 실제 생활에 적용하는 활동을 보완했다.
또한 창의적 체험활동을 생활문해교육과 연결하여 교과 학습에서 익힌 지식과 기능을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다섯째, 문해교육 현장의 검토 의견 적극 반영
교과서 집필에는 해당 교과의 전문 지식을 갖춘 교사와 연구자, 성인문해교육 현장의 경험이 풍부한 교사들이 함께 참여했다.
작성된 원고는 연구진과 집필진의 협의를 거쳐 수정되었으며, 전국의 여러 문해교육기관에서 현장 적합성 검토를 받았다. 수학과 과학 등의 교과에서는 1차 원고에 대한 검토 결과를 반영한 뒤, 수정 원고를 다시 현장에서 검토하는 절차도 진행되었다.
이러한 과정은 교과서의 내용이 정확한지 확인하는 일과 더불어, 실제 성인 학습자들이 이해하고 학습하기에 적절한지를 확인하는 중요한 작업이었다.
6. 성인문해교육 교과서 개발의 성과
지난 20여 년 동안 이루어진 성인문해교육 교과서 개발은 여러 측면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 무엇보다 성인 학습자를 위한 국가 수준의 교육 자료가 체계적으로 마련되었다. 그동안 개별 문해교육기관과 교사의 노력에 크게 의존하던 교재 개발과 수급이 국가의 지속적인 지원을 받는 구조로 발전했다.초등 과정에서 중학 과정으로 이어지는 학습 체계가 정비되었으며, 학력인정 교육과정에 필요한 교과목과 학습 내용, 수업 시수, 지도 자료가 구체화되었다.
성인 학습자의 경험과 생활을 존중하는 교과서 개발 방식도 점차 발전했다. 학령기 교육과정의 지식을 성인에게 적합한 내용과 표현으로 재구성하고, 생활 속에서 접하는 다양한 문제를 교과 학습과 연결하는 시도가 축적되었다.
이 과정에서 집필진과 연구진, 현장 교사들은 학습 내용의 선정과 난이도 조정, 설명 방식과 연습 문제의 개발, 교과서의 분량과 수업 운영 방식에 이르기까지 많은 문제를 함께 검토하고 해결해 왔다. 이러한 경험은 성인문해교육 교과서가 갖추어야 할 교육적 특성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후속 교재 개발의 방향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자산이 된다.
7. 새로운 교재 개발을 위한 과제
성인문해교육 교과서의 개발과 보급이 약 20년 동안 이어지는 가운데, 문해교육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과 학습자의 요구도 변화하고 있다. 오늘날의 성인 학습자들은 문자와 숫자뿐 아니라 건강정보, 금융거래, 교통안내, 디지털 기기와 각종 생활정보를 이해하고 활용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배움을 통해 얻고자 하는 성과도 학력인정, 생활의 편리함, 사회적 참여, 인지적 활동과 자기 계발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교재 개발의 출발점에 관한 새로운 질문으로 이어진다. 그동안의 교과서 개발에서는 학력인정 교육과정의 학습 내용을 선정하고, 이를 성인 학습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생활 사례와 설명, 학습활동을 조정하는 노력이 중요하게 이루어졌다.
이제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성인 학습자의 삶에서 실제로 필요한 지식과 역량을 먼저 살펴보고, 그러한 필요를 충족하는 데 적합한 학습 내용을 선정하고 구성하는 방안을 더욱 적극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생활 수학에서는 성인 학습자가 일상생활에서 어떤 수량과 정보를 이해해야 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비교와 계산, 판단이 필요한지,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어떤 수학적 개념과 원리를 익히는 것이 적절한지를 구체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OECD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가 강조하는 수리문해력의 방향, 곧 실제 생활의 다양한 상황에서 수학적 정보를 파악하고 활용하며 비판적으로 판단하는 역량과도 연결된다. 앞으로의 성인문해교육 교재 개발은 지난 20여 년 동안 축적된 교육과정과 교과서 개발의 성과를 토대로, 학습자의 삶과 경험, 실제적인 필요를 교육 내용의 선정과 구성에 더욱 깊이 반영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주요 참고자료
권우진·박영도(2021). 「2020 개정 성인 문해 중학 국정교과서 개발에 관한 연구」. 『학습자중심교과교육연구』, 21(18), 87-104. https://doi.org/10.22251/jlcci.2021.21.18.87
교육부(2018). 「초등·중학 문해교육 교육과정」. 교육부 고시 제2018-157호.
박창언(2019). 『중학 과정 성인문해 교과서 개발 지침 연구』. 국가평생교육진흥원.
국가평생교육진흥원(2024). 「2024년 성인문해교육 활성화를 위한 성인문해교과서 무상 보급 신청」.
국가평생교육진흥원(2026). 「2026년 초등 성인문해교과서 무상보급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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