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gher literacy is associated with better white matter integrity and cognition in middle age「높은 문해력은 중년기의 더 나은 백질 무결성과 인지 기능과 관련된다」
Elisa de Paula França de Resende, Feng Xia, Stephen Sidney, Lenore J. Launer, Pamela J. Schreiner, Guray Erus, Nick Bryan, Kristine Yaffe
○ 게재
2022년 Alzheimer's & Dementia: Diagnosis, Assessment & Disease Monitoring 14권 1호에 게재되었다. 논문번호 e12363, DOI 10.1002/dad2.12363. 미국의 장기 추적 코호트 연구인 CARDIA(Coronary Artery Risk Development in Young Adults)의 자료를 활용하였다.
[논문 전문(PubMed Central)](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9732896/)
학교를 다닌 기간과 실제 읽기 능력은 같은가
교육과 인지 건강의 관계를 연구할 때 흔히 사용하는 지표 가운데 하나가 교육연수(years of education)이다. 몇 년 동안 학교교육을 받았는지를 통해 한 사람이 평생 어느 정도의 인지적 자극과 학습 경험을 축적했는지를 간접적으로 추정하는 것이다. 특히 노화나 치매 연구에서는 교육연수를 인지예비력(cognitive reserve)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변수 가운데 하나로 사용해 왔다.
같은 12년의 교육을 받았더라도 읽고 이해하는 능력에는 상당한 차이가 생길 수 있으며, 학교교육의 질이나 학습 환경 역시 사람마다 다르다. 교육연수는 교육을 받은 ‘기간’은 알려 주지만, 그 기간 동안 무엇을 얼마나 배웠는지까지 보여 주지는 못한다.
레젠지(de Resende)와 동료 연구자들은 이러한 한계에 주목했다. 이들은 학교를 몇 년 다녔는가와 별도로, 실제로 측정된 읽기 능력의 수준이 중년기의 인지 기능과 뇌 구조에 어떤 관계를 보이는가를 살펴보고자 했다. 특히 노년기가 아니라 평균 50대 중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문해력과 뇌 건강의 관계가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나타나는지를 확인하려는 연구이기도 했다.
평균 55세의 성인 616명을 조사함
연구진은 미국의 장기 추적 연구인 CARDIA 참여자 가운데 문해력 검사, 인지검사, 뇌 MRI 자료가 모두 확보된 성인 616명을 분석하였다. 참여자의 평균 연령은 55.1세였으며 여성은 약 53%, 흑인은 약 38%였다. 이들은 이미 수십 년 동안 CARDIA 연구에 참여해 온 중년 성인들이었다.
연구진은 문해력 검사 결과를 기준으로 참여자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었다. 높은 문해력 집단은 499명, 낮은 문해력 집단은 117명이었다. 여기서 ‘높은 문해력’과 ‘낮은 문해력’이라는 표현을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연구는 글자를 전혀 읽지 못하는 비문해자와 문해자를 비교한 연구가 아니다. 일반적인 중년 성인 안에서 특정 읽기검사의 수행 수준에 따라 상대적으로 높은 집단과 낮은 집단을 구분한 것이다.
이 연구에서 말하는 ‘문해력’은 무엇인가
연구에서는 REALM-SF(Rapid Estimate of Adult Literacy in Medicine–Short Form)라는 짧은 성인 건강문해 검사를 사용하였다. 검사 방법은, 참여자에게 behavior, exercise, menopause, rectal, antibiotics, anemia, jaundice와 같은 건강 관련 영어 단어 7개를 제시하고 정확하게 소리 내어 읽도록 했다. 한 단어를 정확하게 읽을 때마다 1점을 주어 0점에서 7점까지 점수를 산출했으며, 7개를 모두 정확히 읽은 사람을 높은 문해력 집단으로, 0~6점을 받은 사람을 낮은 문해력 집단으로 분류하였다.
논문에서 사용한 literacy는 ‘읽기 이해와 어휘, 문장 처리, 정보 이해를 모두 포괄하는 종합 문해능력’이라고 설명하기보다는 표준화된 성인 건강문해 검사에서 확인한 단어 읽기 능력을 문해력의 지표로 사용했다고 설명하는 것이 정확하다. REALM-SF는 성인의 문해 수준을 빠르게 추정하기 위해 개발된 검증된 검사이지만, 인간의 문해능력 전체를 측정하는 검사는 아니라는 점도 함께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읽는 능력과 여러 인지 기능을 함께 측정하다
연구진은 문해력과 ‘인지 기능’의 관계를 한 가지 검사만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기억, 처리속도, 실행기능, 언어 능력 등 서로 다른 인지 영역을 여러 검사를 통해 측정하였다. 전반적인 인지 기능은 MoCA(Montreal Cognitive Assessment), 기억은 RAVLT(Rey Auditory Verbal Learning Test)의 지연회상 과제, 처리속도는 DSST(Digit Symbol Substitution Test), 간섭을 억제하고 통제하는 능력은 Stroop 검사를 사용하였다. 이와 함께 문자 유창성과 범주 유창성 검사도 실시하였다.
결과는 비교적 일관되었다. 문해력이 높은 집단은 연구에서 실시한 모든 인지검사에서 낮은 문해력 집단보다 더 좋은 수행을 보였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히 두 집단의 나이나 건강 상태가 달랐기 때문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연구진이 연령, 성별, 인종을 비롯하여 흡연, 우울 증상, 신체활동, 당뇨, 고혈압 등의 변수를 통계적으로 조정한 뒤에도 문해력과 인지 수행의 관계는 유지되었다.
더 주목할 부분은 교육연수를 추가로 고려했을 때에도 전체적인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학교를 얼마나 오래 다녔는가를 통제하고도 실제 읽기 능력이 인지검사 수행과 관련되어 있었다. 이는 교육의 ‘기간’과 실제로 획득된 ‘능력’이 서로 완전히 같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진의 문제의식과 연결된다.
회백질과 백질을 함께 살펴보다
연구진은 문해력과 인지검사의 관계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참여자들의 뇌 구조도 조사하였다. 구조적 MRI와 확산텐서영상(DTI)을 이용하여 회백질(gray matter)의 부피와 백질(white matter)의 미세구조적 특성을 살펴본 것이다.
회백질과 백질은 뇌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한다. 회백질에는 신경세포의 세포체가 많이 모여 있어 정보의 처리와 연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반면 백질에는 여러 뇌 영역을 연결하는 축삭 다발이 많이 분포한다. 아주 단순하게 비유하면 회백질이 여러 곳에서 정보를 처리하는 작업 공간이라면, 백질은 이 작업 공간들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도록 이어 주는 통신망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문해력에 따른 차이는 회백질의 부피보다는 백질의 미세구조적 특성에서 보다 뚜렷하게 나타났다.
백질의 상태를 보여 주는 FA
백질을 살펴보기 위해 연구진이 사용한 핵심 지표가 FA(fractional anisotropy, 분할 비등방성)이다. 뇌의 백질에서는 축삭들이 일정한 방향으로 뻗어 있기 때문에 그 안의 물 분자도 모든 방향으로 똑같이 움직이지 않고 신경섬유가 놓인 방향을 따라 상대적으로 더 쉽게 확산되는 경향을 보인다. DTI는 이러한 물 분자의 확산 방향을 측정하여 백질의 미세구조를 간접적으로 관찰하는 방법이다.
FA는 물 분자의 확산이 얼마나 일정한 방향성을 띠는지를 수치로 나타낸다. 일반적으로 FA가 높을수록 백질 신경섬유의 미세구조적 무결성이 비교적 잘 유지되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따라서 일반 독자에게는 ‘백질의 건강 상태를 살펴보는 지표’라고 간단히 설명할 수 있지만, 엄밀하게는 백질 신경섬유의 미세구조적 무결성과 구조적 연결성을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다. 이 연구에서 FA가 중요한 이유는 문해력이 높은 집단과 낮은 집단 사이의 뇌 구조 차이가 바로 이 지표에서 나타났기 때문이다.
문해력이 높은 집단에서 백질 FA가 더 높았다
백질에서는 분명한 차이가 나타났다. 높은 문해력 집단은 낮은 문해력 집단보다 전체 뇌 백질의 FA가 더 높았다. 영역별 분석에서도 측두엽, 두정엽, 후두엽의 백질 FA가 높은 문해력 집단에서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 반면 전두엽의 차이는 여러 변수를 모두 보정한 최종 분석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연령과 성별, 인종 및 여러 건강요인을 고려한 분석에서도 전체 뇌 FA의 차이는 약 0.32 표준편차였으며, 측두엽은 0.42, 두정엽은 0.33, 후두엽은 0.40 표준편차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교육을 몇 년 받았는지까지 추가로 고려한 분석에서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교육 기간보다 ‘실제로 획득한 능력’에 주목하다
이 논문이 중요하게 다루는 개념 가운데 하나는 인지예비력(cognitive reserve)이다. 사람들은 비슷한 나이가 되어도 인지적 노화의 양상이 서로 다르며, 비슷한 정도의 뇌 변화가 나타나더라도 일상적인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 정도에는 차이가 있다. 인지예비력은 평생 축적된 교육과 직업, 인지 활동 등의 경험이 이러한 개인차와 관련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발전한 개념이다.
그동안 인지예비력을 연구할 때 교육연수는 매우 유용한 지표였다. 그러나 학교에 머문 시간이 실제로 받은 교육의 질이나 획득한 학습 능력을 완전히 반영하지는 못한다. 이런 점에서 실제 읽기 능력은 교육연수가 놓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 문해력은 교육연수와 별개로 인지 기능 및 백질 FA와 관련되어 있었다. 이것은 단순히 ‘학교를 오래 다닌 사람의 뇌가 더 좋다’는 설명과는 다른 결과이다. 교육의 형식적인 기간과 실제로 축적된 읽기 능력을 구별해서 보아야 할 필요성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이 연구의 의미가 있다.
평균 55세라는 시점이 중요한 이유
이 연구의 참여자 평균 연령은 약 55세였다. 즉 연구진이 살펴본 사람들은 치매가 흔히 나타나는 고령자가 아니라 중년기 성인이었다. 문해력과 인지 기능, 백질 미세구조 사이의 관련성이 노년기에 이르러서야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중년기에 관찰되었다는 사실은 이 연구의 중요한 특징이다.
인간의 읽기 능력을 학령기의 교육 성취로만 생각하면 읽기를 ‘어릴 때 배우고 끝나는 기술’처럼 보기 쉽다. 그러나 실제 삶에서 우리는 중년과 노년에도 계속해서 글을 읽고 정보를 해석하며 새로운 지식을 배운다. 이 연구는 현재 가지고 있는 읽기 능력이 중년기의 인지적 상태와도 의미 있는 관계를 보일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문해력이 뇌를 좋게 만든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 연구의 가장 중요한 한계는 횡단연구(cross-sectional study)라는 점이다. 연구진은 한 시점에서 참여자들의 읽기 능력과 인지 기능, 뇌 구조를 측정한 뒤 이들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분석했다. 따라서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결과인지를 결정할 수 없다.
높은 읽기 능력을 오랫동안 유지해 온 경험이 인지 기능이나 백질의 구조적 특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반대로 원래 인지 기능이나 뇌의 발달 상태가 더 양호했던 사람들이 읽기 능력을 더 잘 획득했을 가능성도 있다. 또한 연구에서 측정하지 못한 다른 사회적·환경적 요인이 두 특성 모두와 관련되어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이 논문을 근거로 “문해 활동을 하면 백질이 건강해진다”거나 “성인이 읽기 공부를 하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연구 결과를 넘어선 주장이다. 저자들 역시 역인과(reverse causality)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인과관계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친 종단 연구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문해력을 하나의 생애 역량으로 바라보기
이 연구는 문해력을 조금 더 넓은 생애적 관점에서 바라보게 한다. 평균 55세의 중년 성인들에게서 읽기 능력 수준은 기억, 처리속도, 실행기능, 언어 능력 등 여러 인지적 수행과 관련되어 있었고, 동시에 뇌 영역들을 이어 주는 백질의 미세구조적 특성과도 관련되어 있었다. 특히 이러한 관계는 단순히 학교를 오래 다녔는가만으로 설명되지 않았다.
이 연구가 증명한 것은 문해력이 뇌를 건강하게 만든다는 인과관계가 아니다. 그러나 실제로 갖추고 있는 읽기 능력이 중년기의 인지 기능과 뇌의 구조적 연결성을 이해하는 데 의미 있는 변수일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게 보여 준다.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사람이 어떤 수준의 읽기 능력을 가지고 살아가는가를 하나의 중요한 생애 역량으로 바라볼 근거가 여기에 있다.
이 연구가 보여 준 것
미국의 중년 성인 616명을 분석한 결과, 높은 문해력 집단은 낮은 문해력 집단보다 모든 인지검사에서 더 좋은 수행을 보였으며, 전체 뇌와 측두엽·두정엽·후두엽 백질에서 FA가 더 높았다. 반면 회백질 부피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문해력과 인지 기능 및 백질 FA의 관계는 여러 건강요인과 교육연수를 고려한 뒤에도 대체로 유지되었다.
연구에서, 높은 읽기 능력은 중년기의 더 나은 인지 수행과 더 양호한 백질 미세구조 지표와 관련되어 있었다. 교육받은 기간과 실제로 획득하여 유지하고 있는 능력을 구별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문해력을 생애 전반의 인지적 역량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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