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시대에 왜 글쓰기를 배워야 하는가
생성형 AI가 글을 잘 쓰는 시대가 되었다. 주제를 입력하면 개요를 만들고, 자료를 정리하고, 상당히 완성도 높은 문장까지 만들어 준다. 그렇다면 이런 시대에 대학에서 굳이 글쓰기를 배워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은 글쓰기를 단순히 ‘완성된 글을 생산하는 기술’로 생각하면 답하기 어렵다. 오히려 이제는 글쓰기의 목적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글쓰기는 머릿속에 이미 완성되어 있는 생각을 문자로 옮겨 적는 일만이 아니다. 사람은 쓰면서 생각을 밖으로 꺼내 놓고, 자신이 꺼내 놓은 생각을 다시 바라보면서 사고를 계속 수정한다. 서로 다른 대상을 비교해 보고, 복잡한 현상을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변화의 순서를 배열하고, 원인과 결과를 연결하고, 자신의 설명에 맞지 않는 예외를 찾아본다. 이러한 활동을 반복하면서 처음에는 막연했던 생각이 점차 구조를 갖는다. 글쓰기는 이처럼 ‘사고의 외재화’를 통해 생각을 분석하고 조직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이다.
글쓰기 수업에서 배우는 여러 활동도 이런 관점에서 다시 볼 수 있다. ‘분류하여 써 보라’는 것은 단순히 분류하는 문장 형식을 배우는 일이 아니다. 복잡한 대상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묶고 구별하는 사고를 연습하는 것이다. ‘비교하여 써 보라’는 두 대상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 관계를 설정하는 활동이고, ‘변화 과정을 순서대로 써 보라’는 시간적 연속성과 단계 사이의 관계를 구성하는 활동이다. ‘원인을 설명해 보라’는 현상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론하는 것이며, ‘예외를 찾아 써 보라’는 자신이 세운 일반화의 한계를 점검하는 일이다. 글쓰기의 작은 과제 하나하나에는 서로 다른 인지적 작동이 들어 있다.
사유의 모자이크를 한 조각씩 연습하는 일
이런 의미에서 글쓰기 수업은 ‘사유의 모자이크’를 한 조각씩 만들어 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분류, 비교, 분석, 인과 추론, 과정 추적, 개념화, 일반화, 반례 탐색과 같은 활동 하나하나는 하나의 작은 조각이다. 각각의 조각을 직접 만들어 보고, 다시 그것들을 연결해 하나의 논리와 설명을 구성하면서 복잡한 사고가 가능해진다. 완성된 글은 그 과정의 마지막 결과물일 뿐이다.
생성형 AI는 이 과정을 매우 빠르게 수행한 것처럼 보이는 결과물을 우리 앞에 제시한다. 문제는 사람이 그 결과물만 계속 받아보게 될 때이다. 잘 정리된 글을 읽는 것과 그 글을 만들어 내는 사고 과정을 직접 수행하는 것은 다르다. AI가 분류하고, 비교하고, 관계를 설정하고, 개요를 만들고, 문장을 완성한 결과만 받아본다면 우리는 완성된 모자이크는 계속 보면서도 그 모자이크가 어떤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고, 각각의 조각이 어떤 판단을 거쳐 그 자리에 놓였는지는 점점 경험하지 못할 수 있다.
그래서 AI 시대의 글쓰기 교육에서는 오히려 ‘완성된 글을 얼마나 잘 만들어 냈는가’보다 ‘그 글을 만들어 내는 사고의 단계를 얼마나 직접 수행했는가’를 중요하게 볼 필요가 있다. 무엇을 관찰했는가, 어떤 기준으로 나누었는가, 무엇과 무엇을 비교했는가, 어떤 관계를 발견했는가,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났다고 판단했는가, 자신의 설명으로 설명되지 않는 사례는 무엇인가를 하나씩 묻고 직접 언어화하게 하는 것이다.
자동화의 시대에 일부러 사고하는 시간을 만드는 것
이 문제는 AI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검색, 길 찾기, 계산, 일정 관리, 맞춤법 교정, 문서 작성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의 많은 인지 활동이 자동화되고 있다. 인간에게는 매우 편리한 변화이지만, 편리함과 인지적 훈련은 같은 문제가 아니다. 어떤 기능을 외부 도구에 맡길수록 그 기능을 직접 수행할 기회는 줄어들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인지 활동을 AI에 맡기고 어떤 활동을 인간이 직접 수행할 것인가를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글쓰기는 자동화 시대에 의도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인지 활동이 된다. 생각을 밖으로 꺼내고, 눈앞에 놓인 생각을 다시 읽고, 분류하고, 연결하고, 순서를 바꾸고, 빠진 것을 찾아내고, 다시 표현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반복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AI 시대의 아카데믹 글쓰기는 AI가 너무 쉽게 건너뛰게 해 주는 사고의 중간 단계들을 인간이 직접 경험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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