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노트 04 | 성인 생활 수학 학습 단원 체계 성찰
기존 성인문해교육 수학 교과서의 단원 구성 살펴보기
생활 장면에서 출발하여 기초 개념을 익히고 다시 생활에 적용하기까지
성인문해교육 수학 교과서는 성인 학습자의 생활 경험과 학습 수준을 고려하여 수학을 쉽고 친숙하게 가르치기 위해 개발되었습니다. 특히 중학 학력인정 교과서는 학령기 수학 교육과정에서 기초적인 학습 내용을 선정하고, 이를 성인 학습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과 활동을 재구성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실제 교과서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살펴봅니다.
여기에서는 2020 개정 성인문해 중학과정 교과서 『수학 1』의 ‘분수와 소수’ 단원(60~73쪽)을 사례로 삼았습니다. 단원의 도입부터 개념 학습, 연습 문제, 생활 속 적용에 이르기까지 학습 내용이 어떤 순서로 구성되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생활 속 이야기로 생각을 열고, 쉬운 문제로 학습 준비하기
단원은 ‘생각 열기’에서 시작합니다. 건강검진을 받은 미자 씨가 의사로부터 허리둘레를 줄이고 과일 섭취량을 평소의 1/2로 줄이라는 권유를 받는 이야기입니다. 건강관리라는 친숙한 생활 장면을 통해 학습자의 경험을 떠올리게 하고, 앞으로 배울 분수와 소수가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수학적 표현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소개합니다.
이어지는 ‘준비하기’에서는 분수를 읽고, 말로 표현된 수량을 분수로 나타내고, 그림에서 절반에 해당하는 양을 찾는 문제를 제시합니다. 본격적인 개념 학습에 앞서 학습자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학습을 시작하도록 한 것입니다.
‘학습하기’에 들어가면 분수의 개념을 설명합니다. 전체를 똑같이 나눈 그림에서 부분을 확인하고, 색칠하고, 분수로 나타내는 활동이 이어집니다. 피자와 토마토처럼 친숙한 소재도 활용합니다. 이와 같이 단원의 첫 부분은 생활 경험을 떠올리는 활동에서 출발하여 쉬운 준비 문제를 거쳐 기초 개념 학습으로 이어지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2. 기초 개념을 작은 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반복 연습하기
이후에는 분수의 종류, 분수의 덧셈과 뺄셈, 분수와 소수의 관계, 소수의 읽기와 표현을 차례로 학습합니다. 각 학습 내용은 중학교 수학 교육과정의 내용과 비교할 때 기초적인 수준에서 선정되어 있습니다. 설명도 가능한 한 간결하게 제시하고, 그림과 수식을 함께 활용하여 수학적 원리를 이해하도록 돕습니다. 예를 들어 분수의 덧셈과 뺄셈에서는 전체를 같은 크기로 나눈 막대 그림을 활용합니다. 색칠된 부분을 더하거나 빼는 모습을 먼저 확인하고, 이를 분수의 계산식과 연결합니다.
소수를 학습할 때에도 10등분한 그림을 통해 분수와 소수의 관계를 설명하고, 소수의 읽기와 표현을 연습하도록 합니다. 이어서 금의 무게, 사람의 체온, 자의 눈금과 같이 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수치를 활용합니다. 소수의 크기 비교 역시 그림으로 수량의 차이를 확인하고, 수학 기호를 사용하여 비교하는 활동으로 이어집니다. 손녀와 손자의 키를 비교하는 문제처럼 성인 학습자에게 친숙한 가족 관계와 생활 소재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성을 통해 집필진은 수학적 개념을 작은 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쉬운 예제와 유사한 연습 문제를 반복하여 학습자가 점차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3. 익힌 개념을 생활 속 문제에 적용하며 마무리하기
개념 학습과 연습을 마친 뒤에는 ‘생활 속 수학’이 이어집니다. 여기에서는 앞서 익힌 분수와 소수를 실제 생활과 연결하는 문제들을 제시합니다. 장아찌를 담그는 조리법에 표시된 간장, 식초, 물, 소주, 설탕의 양을 살펴보고, 김장을 위해 모은 재료를 가족에게 나누는 상황을 다룹니다. 라디오 주파수를 읽거나 등산 안내도에 표시된 거리들을 비교하는 활동도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앞에서 학습한 수학적 개념이 음식 조리, 가족생활, 여가활동 등 다양한 생활 장면에서 활용된다는 사실을 확인하도록 합니다.
단원 전체를 살펴보면 일정한 학습 흐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생각 열기’에서 생활 장면을 통해 학습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준비하기’에서 쉬운 문제로 학습을 준비합니다. ‘학습하기’에서는 개념과 원리를 익히고 예제와 연습 문제를 해결합니다. 마지막 ‘생활 속 수학’에서는 학습한 내용을 일상생활의 사례에 적용합니다. 이러한 단계적 구성은 성인 학습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기존 교과서가 마련한 중요한 교수·학습 체계입니다.
4. OECD PIAAC의 관점에서 생각해 볼 새로운 단원 구성
지금까지 살펴본 『수학 1』의 단원은 생활 속 이야기로 학습을 시작하고, 기초 개념을 단계적으로 익힌 다음, 이를 다시 생활 문제에 적용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성은 수학을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학습하기 어려운 성인 학습자에게 친숙한 소재와 시각 자료, 반복 연습을 제공하기 위해 고안된 것입니다. 기존 교과서의 이러한 경험은 앞으로의 교재 개발에서도 중요한 자산이 됩니다.
OECD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는 성인의 수리문해력을 실제 생활의 다양한 상황에서 수학적 정보와 개념을 파악하고 활용하며, 수학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역량과 연결하여 살펴봅니다. 이러한 관점은 앞으로 성인 생활 수학 교재의 단원 구성을 검토할 때 유용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기존 교과서에서는 대체로 학습할 수학 개념을 정하고, 이를 설명하고 연습한 뒤 생활 문제에 적용하는 흐름을 사용해 왔습니다. 앞으로는 성인 학습자가 실제 생활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먼저 살펴보고, 그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데 필요한 수학적 개념과 활동을 구성하는 방식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음식의 양을 조절하거나, 상품의 무게와 가격을 비교하거나, 건강검진 결과와 산책 거리를 이해하는 상황에서 출발할 수 있습니다. 학습자는 이러한 생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수학적 표현과 계산 방법을 배우고, 익힌 내용을 다른 상황에서도 활용하게 됩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 성인 학습자가 일상생활에서 스스로 해결할 수 있기를 바라는 수학적 문제는 무엇인가.
- 생활 장면에서 출발하여 필요한 개념을 익히고 활용하도록 단원을 구성하려면 어떤 학습 순서가 적절한가.
- 기존 교과서의 쉬운 설명, 시각 자료, 반복 연습이라는 장점을 새로운 단원 구성에 어떻게 이어 갈 수 있는가.
- 학습자가 숫자와 수학적 정보를 읽고 계산하는 데서 나아가, 정보를 비교하고 자신의 생활에 맞게 판단하는 활동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기존 교과서의 구성과 개발 노력을 충분히 이해하는 일은 새로운 교재를 구상하는 중요한 출발점입니다. 그동안 축적된 성인문해교육의 경험을 바탕으로, 학습자의 삶과 필요에 더욱 밀접하게 연결되는 생활 수학 학습 체계를 함께 모색하고자 합니다.
© 삶과 언어. 무단 복제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