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illiterate brain: Learning to read and write during childhood influences the functional organization of the adult brain
「문맹인의 뇌: 아동기의 읽기·쓰기 학습은 성인 뇌의 기능적 조직에 영향을 미친다」
A. Castro-Caldas, K. M. Petersson, A. Reis, S. Stone-Elander, M. Ingvar
○ 게재
1998년 6월 영국의 신경학 분야 학술지 Brain에 게재된 연구로, Brain, Volume 121, Issue 6, pp. 1053–1063에 수록되었다. DOI는 10.1093/brain/121.6.1053이다.
이 연구는 어린 시절 읽기와 쓰기를 배우는 경험이 단순히 문자 해독 능력을 추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성인이 된 이후 구어를 처리하는 뇌의 기능적 조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PET 뇌영상으로 조사하였다.
논문 원문
https://academic.oup.com/brain/article-abstract/121/6/1053/280348?utm_source
○ 주요 내용
연구진은 어린 시절 특정 기술을 학습한 경험이 성인기 뇌의 기능적 조직(functional organization)을 부분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가설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여기서 ‘기능적 조직’이란 그 일을 수행할 때 뇌의 어떤 영역과 처리 체계가 동원되고 서로 어떻게 협력하는가를 의미한다. 겉으로는 두 사람이 같은 말을 듣고 똑같이 따라 말하더라도, 그 말을 분석하고 기억하고 발화하는 과정에서 동원되는 신경망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에는 포르투갈 남부의 같은 작은 마을에서 성장하고 생활해 온 오른손잡이 여성 12명이 참여했다. 비문해 집단은 평균 65세의 여성 6명으로 사회적 이유로 학교에 다닌 적이 없고 읽기와 쓰기를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문해 집단은 평균 63세의 여성 6명으로 4년간 학교교육을 받아 읽기와 쓰기를 습득한 사람들이었다. 연구진은 두 집단의 사회문화적 배경 차이를 가능한 한 줄이기 위해 같은 지역에서 성장하고 생활한 사람들을 선정했으며, 실제 참여자 가운데에는 한 사람은 학교에 가지 못하고 다른 사람은 학교에 다녔던 자매 한 쌍도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 이 지역에서는 가정 형편 때문에 모든 자녀를 학교에 보내기 어려운 경우가 있었으며, 특히 장녀가 일찍부터 집안일과 어린 동생 돌봄을 맡아 학교에 가지 못하고, 어린 동생들은 학교에 다니는 경우가 있었다. 따라서 연구진은 사회문화적 환경은 유사하지만 어린 시절 학교교육과 문해 습득 경험에서는 차이가 있는 사람들을 비교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참여자들에게 실제 포르투갈어 단어와 의미가 없는 가짜 단어(pseudoword)를 이어폰으로 들려주고, 들은 것을 그대로 반복하게 했다. 실제 단어는 이미 알고 있는 어휘와 의미 체계를 활용할 수 있지만, 가짜 단어는 이전에 들어 본 적이 없는 소리이므로 장기기억 속의 단어와 의미에 의존하기 어렵다. 따라서 처음 들은 말소리의 구조를 분석하고 유지하여 새로운 음운 배열을 그대로 재구성해야 한다.
연구진은 이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PET를 이용해 국소 뇌혈류(regional cerebral blood flow, rCBF)의 변화를 측정하고 통계적 파라메트릭 매핑(SPM)을 통해 두 집단의 뇌 활성 패턴을 비교했다.
실제 단어를 반복할 때에는 문해자와 비문해자 모두 비교적 좋은 수행을 보였으며 뇌 활성 양상에도 상당한 공통점이 나타났다. 이미 알고 있는 단어의 경우에는 소리를 듣고 기존의 어휘와 의미 체계에 연결하는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짜 단어를 반복할 때에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문해자들은 가짜 단어를 비교적 정확하게 반복했지만 비문해자들은 상당한 어려움을 보였다. 특히 비문해자들은 가짜 단어를 자신이 알고 있는 실제 단어와 비슷한 형태로 바꾸어 반복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새로운 말소리를 세밀한 음운 단위로 분석하기보다 기존의 어휘·의미 체계에 의존하여 처리하는 경향과 관련된 것으로 해석되었다.
뇌 활성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가짜 단어와 실제 단어의 반복을 비교했을 때 문해 집단에서는 좌측 전대상피질(left anterior cingulate), 우측 전두개(operculum)·전방 섬엽(anterior insula), 좌측 렌즈핵(lentiform nucleus), 전방 시상(anterior thalamus) 등을 포함하는 신경망의 활성화가 관찰되었으나, 비문해 집단에서는 같은 활성 패턴이 나타나지 않았다. 반대로 비문해 집단에서는 문해 집단에서 나타나지 않은 우측 중전두·전두극 영역의 활성이 관찰되었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를 읽기와 쓰기를 배우면서 형성되는 음운적 주의와 분석 체계의 차이로 해석하였다. 문해자는 문자를 배우는 과정에서 말소리와 글자를 대응시키는 경험을 반복한다. 그 결과 이전에는 하나의 소리 덩어리로 처리되던 말을 더 작은 음운 단위로 분해하고, 그 단위들을 새로운 순서로 배열하고 점검하는 처리 능력이 발달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연구진이 특히 강조한 것은 읽기와 쓰기를 배우는 일이 구어에 단순히 별도의 ‘문자 기술’을 덧붙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논문은 읽기와 쓰기를 배우는 과정이 구어의 내적 표상 체계에 음소와 자소의 대응에 기초한 시각적 문자 차원(visuographic dimension)을 추가한다고 설명한다.
문자를 배우기 전에는 어떤 말을 주로 ‘소리와 의미’의 관계 속에서 처리한다면, 문자를 습득한 뒤에는 그 말에 대응하는 시각적 문자 표상이 함께 언어 체계에 들어오게 된다. 예를 들어 ‘감’이라는 말을 이전에는 하나의 익숙한 말소리와 의미로 처리했다면, 한글을 배운 뒤에는 ‘감’이라는 문자 형태뿐 아니라 ‘ㄱ-ㅏ-ㅁ’처럼 구성 요소를 분해하고 다른 말과 비교하는 새로운 처리 가능성이 생긴다. 문자 학습은 이미 존재하던 구어에 시각적 표상 체계를 연결하면서 언어 자체를 분석하고 조작하는 새로운 통로를 만들어 주는 셈이다.
이와 연결하여 연구진은 음성의 작은 단위를 다루는 능력 가운데 일부는 말하기를 자연스럽게 습득한다고 해서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읽기를 배우는 과정에서 발달한다고 설명한다. 사람은 문자를 배우기 전에도 말을 듣고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지만, 말소리를 의식적으로 작은 단위로 분해하고 그 단위를 삭제하거나 바꾸거나 새로운 순서로 조합하는 능력은 문자 학습 경험과 밀접하게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가 보여주는 핵심은 읽기와 쓰기를 배우는 경험이 문자와 직접 관계없는 것처럼 보이는 구어 처리에도 영향을 미치며, 장기간에 걸쳐 언어를 처리하는 뇌의 기능적 조직 자체와 관계될 수 있다는 점이 이 연구의 중요한 발견이다.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이 결론짓는다.
“Our results indicate that learning to read and write during childhood influences the functional organization of the adult human brain.”
어린 시절 읽기와 쓰기를 배우는 경험은 성인기 인간 뇌의 기능적 조직에 영향을 미친다.
이 연구에서는 문해를 이미 완성된 뇌가 새롭게 습득하는 하나의 문화적 기술로만 보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인간은 말을 먼저 습득하지만, 이후 문자를 배우면서 이미 형성되어 있던 구어 처리 체계까지 다시 조직한다. 따라서 읽기와 쓰기는 인간이 정보를 얻기 위한 수단인 동시에, 말소리를 분석하고 언어를 표상하고 처리하는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는 학습 경험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연구는 비문해 여성 6명과 문해 여성 6명이라는 매우 작은 표본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두 집단은 문해 경험뿐 아니라 학교교육 경험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어린 시절의 문해·학교교육 경험과 성인기 언어 처리의 기능적 조직 사이에는 중요한 관련성이 있음을 보여준 초기 뇌영상 연구로서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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