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터러시의 어원에 담긴 배움과 교양의 의미

영어 'literacy'(리터러시; 문해력)은 'literate'(리터릿; 읽고 쓸 수 있는)에 명사형 접미사 '-cy'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말이다. 'literate'은 라틴어 'litteratus'(리터러투스)에서 유래했다. 라틴어 'litteratus'는 '글자를 아는 사람, 교육받은 사람, 학식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었다. 문자에 대한 지식이 교육과 학문의 세계에 참여하는 중요한 조건이었던 시대의 언어적 흔적이다. 오늘날 영어에서도 'literate'은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사람을 뜻하며, 교육 받고 지식이 있는 상태와 연결되는 의미를 지닌다. 또한 특정 분야의 지식과 이해력을 갖추었다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이러한 어원 관계는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을 일깨워 준다. 문자를 읽고 쓰는 능력은 인간이 지식을 습득하고, 생각을 발전시키고, 다른 사람들과 경험을 공유하며, 오랜 세월에 걸쳐 축적된 문화와 지혜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사실이다. 한국어에서 ‘문해력’과 ‘교양’은 서로 다른 느낌을 주는 말이지만, 두 개념은 인간이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긴밀하게 연결된다.


글을 읽는 것은 자신의 경험을 넘어서는 일

인간은 자신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에 한계를 지닌다. 우리는 한 시대를 살아가며 제한된 수의 사람을 만나고, 제한된 장소를 방문하고, 제한된 사건을 경험한다. 그런데 글을 읽으면 자신의 경험을 넘어서는 세계에 접근할 수 있다. 수천 년 전에 살았던 사람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고, 지구 반대편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경험을 알 수 있으며, 아직 만나지 못한 미래의 문제까지 상상할 수 있다. 한 권의 책에는 저자가 오랜 세월에 걸쳐 연구하고 경험하고 성찰한 내용이 담겨 있을 수 있다. 독자는 그 내용을 읽으며 자신의 경험만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웠던 지식과 관점을 접한다.

글을 읽는 사람은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고, 앞에서 읽은 내용을 기억하며, 이어지는 내용을 예상한다. 때로는 읽기를 멈추고 자신의 경험과 비교하거나 저자의 주장에 대해 질문한다. 바로 이 과정에서 주의 집중, 기억, 추론, 상상, 판단, 성찰 등 여러 인지적 활동이 일어난다. 문학작품을 읽을 때는 등장인물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왜 그러한 선택을 했는지 생각하게 된다. 깊이 있는 글을 읽으면서 생각이 깊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고 자신과 다른 처지에 놓인 사람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기회도 얻는다. 철학, 인문학 등의 책을 읽으면서는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생각을 다시 검토할 기회를 얻는다. 이러한 읽기는 실제 삶의 경험과 연결되어 삶을 이해하는 능력을 발전시키는 중요한 자원이 된다.


삶의 방향을 돌보는 일

우리는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선택한다. 어떤 공부를 할 것인지, 어떤 직업을 선택할 것인지, 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 어려움이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그러한 선택들이 오랜 시간 축적되면서 한 사람의 삶을 형성한다. 인생에 관한 판단은 상당히 복잡한 능력을 요구한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현실적인 조건을 이해해야 하며, 선택의 결과를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이익과 타인의 입장을 함께 고려하고, 당장의 만족과 장기적인 삶의 질 사이에서 균형을 찾을 수도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지식과 경험, 성찰과 판단력이 모두 필요하다.

누군가가 직장을 선택할 때는 연봉과 근무 조건, 성장 가능성, 직업적 안정성, 자신의 능력과 관심, 가족과의 생활, 건강과 시간의 사용 등 여러 요소를 함께 고려하게 되는데 그중 어떤 요소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찾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삶의 방향을 이해하는 능력(지혜)일 것이다.


두 사람의 인생을 상상해 본다. A와 B는 비슷한 시기에 학교에 들어가 공부를 시작했다. 두 사람 모두 좋은 성적을 얻고, 자신의 능력을 발전시키고, 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한다. 젊은 시절에는 A가 훨씬 뛰어나 보인다. A는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얻고, 경쟁에서 앞서며,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성과를 빠르게 만들어 낸다. 주변 사람들도 A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

B도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한다. 다만 B는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무엇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꾸준히 생각한다. B는 자신의 전문성을 기르면서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방법을 배우고, 자신의 욕망과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을 발전시키며, 일상에서 의미와 만족을 발견하는 감각을 키워 간다.

두 사람은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다른 삶의 모습을 만들어 간다. A는 높은 지위와 많은 재산, 사회적 명예를 얻는 면에서는 성공적인 모습을 할 수 있지만, 외부의 평가와 비교가 삶의 중심이 되면 새로운 성취를 이루고도 충분한 만족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자신의 성과를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이 계속되고, 인간관계에서도 경쟁과 평가의 기준이 강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B는 자신의 능력과 경제적 기반을 꾸준히 발전시키면서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하고,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삶의 모습을 만들어 간다. B에게도 어려움은 있다.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직업적 능력을 발전시켜야 하며,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상처도 감당해야 한다.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B는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방향을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자신의 능력을 더 발전시킬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가족과 친구, 동료들에게 믿을 만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과 타인의 존엄을 지킬 수 있을까? B는 이러한 질문들을 일상의 선택과 연결한다.


이 두 사람의 차이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것은 삶을 평가하는 기준이다. A는 자신이 무엇을 얼마나 성취했는지에 큰 비중을 둔다. B는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어 가고 있는지, 무엇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자신의 노력이 어떤 삶을 만들어 가고 있는지를 함께 생각한다. B 역시 높은 성취를 이룰 수 있다.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아갈 수도 있다. 그러한 성취는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을 실현하는 데 사용된다. 좋은 집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전문성은 자신의 일을 잘 수행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능력이 된다. 경제적 여유는 자신의 삶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기반이 된다. 같은 성취라도 그것을 추구하는 이유와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삶에서 지니는 의미가 달라진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능력이 인생을 지탱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능력을 평가할 때 눈에 보이는 성과에 주목하기 쉽다. 시험 점수, 학벌, 연봉, 직위, 자산, 수상 경력 등은 비교하기 쉽고 사회적으로도 널리 인정받는다. 그러나 한 사람의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능력 가운데에는 눈에 쉽게 드러나지 않는 것들이 많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능력, 갈등을 해결하는 능력, 상대방이 성장할 때까지 기다려 주는 능력,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재의 선택을 판단하는 능력 등이 그렇다.

삶을 살아가는 데에는 깊이 있는 이해와 판단이 필요하다. 직장에서 동료가 실수했을 때를 생각해 본다. 그 실수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에는 업무에 관한 전문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료의 존엄을 지키고, 필요한 책임을 분명히 하며, 조직 전체의 협력을 유지하려면 더 복합적인 능력이 요구된다.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하고,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며, 문제의 심각성과 관계의 맥락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처럼 성숙한 인격에는 지적인 능력이 깊이 관여한다. 우리가 흔히 착하다거나 성격이 좋다고 표현하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인간관계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뛰어난 판단력을 지닌 사람들이 있다. 삶의 방향을 잘 성찰하고 지키는 일에는 지식과 지혜, 성실함과 용기가 함께 필요하다.


좋은 삶은 일상의 작은 선택에서 만들어진다

심리학과 자기계발 분야에서 널리 알려진 스티븐 코비의 ‘영향력의 원(Circle of Influence)’은 이 문제를 생각하는 데 도움을 준다. 우리가 걱정하고 관심을 갖는 일 가운데에는 자신의 노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도 있고,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것도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실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역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 행동하는 것이다.

좋은 인간관계를 원한다면 오늘 상대방의 이야기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이도록 마음을 쓴다. 전문성을 기르고 싶다면 오늘 새로운 지식을 하나 배우고, 어려운 문제를 하나 더 해결하는 데에 관심을 가진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원한다면 자신의 소비 습관을 점검하고 필요한 금융 지식을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공부해나간다. 자신의 감정을 더 잘 조절하고 싶다면 어떤 상황에서 화가 나는지 돌아보고, 상대방에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을 연습할 수 있다. 이러한 행동은 작고 평범해 보인다. 그러나 작은 행동들이 반복되면 습관이 되고, 습관은 능력을 형성하며, 오랜 시간 축적된 능력과 태도는 한 사람의 삶을 만들어 간다.

우리가 꿈과 열정을 생각할 때에도 이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열정은 그러한 방향을 향해 계속 배우고 도전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드러난다.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실현해 나가는 사람에게는 삶을 이끌어 가는 내적인 힘이 생긴다.

오늘날 우리는 그 어느 시대보다 많은 글과 정보를 접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정보가 풍부해질수록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분별력 있게 판단하는 능력은 더욱 중요해진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정보에는 무엇이 성공인지, 어떤 삶이 부러운 삶인지, 무엇을 소유하고 어떤 지위에 올라야 하는지에 관한 수많은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러한 메시지를 읽으면서 우리는 자신의 삶을 평가하는 기준도 형성한다. 그래서 리터러시를 생각할 때에는 글에 담긴 정보를 이해하는 능력과 함께, 그 정보가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성찰하는 데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바로 그것이 '삶을 위해 사용되는 리터러시 역량'인 것이다.


나의 모국어 한국어로 매일 이렇게 쌓아 올리는 작은 실천이 분명 가치 있는 일이 될 거라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