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arning to read alters cortico-subcortical cross-talk in the visual system of illiterates
「읽기 학습은 비문해자의 시각 체계에서 대뇌피질과 피질하 영역 간의 상호작용을 변화시킨다」
Michael A. Skeide, Uttam Kumar, Ramesh K. Mishra, Viveka N. Tripathi, Anupam Guleria, Jay P. Singh, Frank Eisner, Falk Huettig
○ 게재
2017년 5월 국제학술지 Science Advances에 게재된 연구로, Science Advances, Volume 3, Issue 5, e1602612에 수록되었다. DOI는 10.1126/sciadv.1602612이다.
○ 논문 원문(PubMed Central)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5443643/?utm_source)
독일 막스플랑크 인간인지·뇌과학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for Human Cognitive and Brain Sciences)와 막스플랑크 심리언어학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for Psycholinguistics), 인도의 Centre of Bio-Medical Research와 University of Hyderabad 등의 연구진이 공동으로 수행하였다.
이 연구는 읽고 쓰는 법을 전혀 배우지 못한 성인이 6개월 동안 문해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뇌의 기능적 연결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종단적으로 조사하였다. 특히 읽기 학습으로 인한 변화가 대뇌피질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시상과 중뇌처럼 뇌 깊숙한 곳에 있는 피질하 영역에까지 나타나는지를 휴지상태 기능적 자기공명영상(resting-state fMRI)을 이용해 살펴보았다.
○ 주요 내용
읽기는 인간의 진화 역사에서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문화적 기술이다. 따라서 인간의 뇌에는 태어날 때부터 읽기만을 전담하도록 진화한 독립적인 영역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인간이 글을 배우기 위해서는 원래 다른 기능을 수행하던 시각 및 언어 관련 신경체계를 활용하고 서로 연결하여 새로운 읽기 체계를 형성해야 한다. 기존 연구에서는 읽기 학습에 따른 이러한 신경가소성의 변화가 주로 대뇌피질에서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었다.
스케이드(Skeide)와 동료 연구자들은 읽기를 전혀 배우지 않은 성인에게 실제로 읽기를 가르치면서 뇌를 교육 전후에 촬영하면 읽기 학습 자체가 성인의 뇌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를 직접 관찰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미 문해자인 사람과 비문해자를 한 시점에서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비문해 성인이 처음 글을 배우는 6개월 동안의 변화를 추적한 것이다.
연구진은 인도 북부 러크나우(Lucknow) 인근 농촌 지역의 두 마을에서 힌디어를 사용하는 성인 비문해자들을 모집하였다. 연구 참여자들은 24세에서 40세 사이였으며 거의 모두 여성이었다. 이들은 학교교육을 받지 못해 연구가 시작될 당시 대부분 자신의 모어인 힌디어 단어조차 하나도 읽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최종 분석에는 30명이 포함되었다. 이 가운데 21명은 6개월 동안 읽기와 쓰기 교육을 받은 훈련 집단이었으며, 9명은 같은 기간 문해교육을 받지 않은 통제 집단이었다. 두 집단은 같은 지역사회에서 모집하였으며 연구진은 인지적·인구학적·사회경제적 조건을 가능한 한 비슷하게 맞추었다.
훈련 집단은 전문 교사의 지도를 받아 힌디어 표기에 사용되는 데바나가리(Devanagari) 문자를 배웠다. 첫 달에는 기본 데바나가리 문자 46자의 읽기와 쓰기를 배우고 약 200개의 단어를 연습했다. 이후 간단한 문장을 읽고 쓰는 단계로 나아갔으며, 세 음절 이상의 복잡한 단어와 기본적인 문법도 학습하였다. 약 6개월의 교육이 끝난 뒤 참여자들의 읽기 능력은 대략 초등학교 1학년 수준에 도달했다.
연구진은 읽기 학습 전과 약 6개월 후 참여자들의 뇌를 휴지상태 기능적 자기공명영상(resting-state fMRI)으로 촬영하였다. 휴지상태 fMRI는 특정 과제를 수행시키면서 어느 뇌 영역이 활성화되는지를 보는 방식과 달리, 사람이 특별한 과제를 하지 않고 쉬고 있을 때 여러 뇌 영역의 활동이 서로 얼마나 연동되는지를 분석하여 뇌 영역 사이의 기능적 연결성(functional connectivity)을 살펴보는 방법이다.
6개월 동안 읽기와 쓰기를 배운 결과 훈련 집단의 문자 인식과 단어 해독 능력은 크게 향상되었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 더욱 중요한 발견은 이러한 학습의 변화가 대뇌피질에만 머물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읽기 학습 이후 후두엽의 시각피질과 뇌 깊숙한 곳에 위치한 중뇌 및 시상 사이의 기능적 연결성이 증가하는 것을 관찰하였다. 특히 중뇌의 상구(superior colliculus)와 시상의 시상베개(pulvinar)를 포함하는 피질하 시각 체계가 후두엽 시각피질과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는 변화가 나타났다.
상구와 시상베개는 우리가 눈으로 들어오는 수많은 시각 정보 가운데 중요한 정보를 선택하고 주의를 배분하는 데 관여하는 영역이다. 글을 읽을 때에는 여러 글자와 단어가 연속적으로 들어오는 가운데 필요한 시각 정보를 빠르게 선택하고 처리해야 한다. 연구진은 읽기를 익혀 가면서 이러한 피질하 시각 영역과 대뇌피질의 시각 영역이 점차 더 정교하게 협력하게 된 것으로 해석하였다.
중요한 결과는 뇌 연결성의 변화 정도와 실제 읽기 능력의 향상 정도가 서로 관련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후두엽 시각피질과 시상 및 중뇌 사이의 기능적 연결성이 더 많이 증가한 사람일수록 문자와 단어를 해독하는 능력도 더 크게 향상되었다. 따라서 연구에서 관찰된 뇌의 변화는 단순히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나타난 변화라기보다 읽기 능력의 습득과 밀접하게 연결된 신경가소성 변화로 해석할 수 있었다.
이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성인의 읽기 학습이 뇌의 표면에 있는 대뇌피질의 변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논문의 초록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Only 6 months of literacy training can lead to neuroplastic changes in the mature brain.”
6개월의 문해 훈련만으로도 성숙한 성인의 뇌에서 신경가소성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읽기 학습으로 변화한 시상과 중뇌는 문자보다 진화적으로 훨씬 오래된 뇌 구조이다. 인간의 문자는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문화적 발명품이지만, 그것을 배우는 과정은 인간이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시각 정보 처리 체계까지 새로운 방식으로 조직하여 활용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연구는 또한 성인의 뇌가 새로운 학습에 얼마나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연구 참여자들은 아동기에 읽기를 배우지 못한 채 이미 20대에서 40대의 성인이 된 사람들이었다. 그럼에도 6개월 동안 체계적으로 읽고 쓰기를 배우자 실제 읽기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을 뿐 아니라 그 변화와 함께 뇌 영역 사이의 기능적 연결도 변화하였다.
이 연구에서 관찰된 것은 단순히 ‘성인도 글자를 배울 수 있다’는 사실에 그치지 않는다. 성인이 된 이후 처음 시작한 읽기 학습도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대뇌피질과 시상·중뇌 같은 피질하 영역의 상호작용을 변화시킬 만큼 성숙한 뇌의 기능적 조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연구의 결과를 ‘6개월 동안 글을 배우자 뇌의 해부학적 구조 자체가 바뀌었다’고 표현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이 연구에서 사용한 핵심 측정치는 휴지상태 fMRI에서 나타난 뇌 영역 사이의 기능적 연결성이었다. 따라서 연구가 직접 보여준 것은 뇌의 크기나 형태와 같은 구조적 변화라기보다 읽기 학습에 따른 뇌 영역 간 기능적 상호작용의 변화이다.
이 연구는 다음과 같이 결론짓는다.
“Literacy-induced neuroplasticity is not confined to the cortex but increases the functional connectivity between the occipital lobe and subcortical areas in the midbrain and the thalamus.”
읽기 학습으로 인한 신경가소성은 대뇌피질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후두엽과 중뇌 및 시상의 피질하 영역 사이의 기능적 연결성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읽기와 쓰기를 배우는 일이 단순히 문자 해독 기술 하나를 새롭게 획득하는 과정이 아니라, 시각 정보를 받아들이고 선택하고 처리하는 여러 뇌 영역 사이의 협력 방식을 변화시키는 학습임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어린 시절 문해교육의 기회를 갖지 못했더라도 성인기의 체계적인 읽기 학습을 통해 성숙한 뇌에서 의미 있는 신경가소성 변화가 나타날 수 있음을 실제 교육 전후의 뇌영상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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