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노동은 인간의 삶을 함께 만들어가는 활동
AI가 청소 계획을 더 효율적으로 세우고, 강의안을 더 빠르게 구성하고, 글을 더 매끄럽게 작성한다고 해서 AI가 인간보다 ‘더 잘 산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AI와 사람은 애초부터 존재의 출발점과 종착역이 다릅니다. 인간에게 노동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감수하는 고통’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하루와 일주일에 시간적 질서를 부여하게 해 주고, 몸을 움직일 기회가 되며 사물과 물리적 환경을 적극적으로 다루는 계기를 얻게 됩니다. 다른 사람과 갈등도 겪고 협력도 하면서 관계를 조정하면서 관계를 형성하는 법을 터득해 나가게 됩니다. 자신이 무언가를 다루는 기술과 다양한 판단력을 다양하게 반복하면서 훈련을 하게 됩니다. 자신이 사회 속에서 일정한 역할을 맡고 기여하면서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경험도 쌓게 되고, 무언가를 끝까지 수행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행위를 통해 일상의 성취감을 얻게 되기도 합니다.
AI가 인간의 일을 대신하게 될 때 우리의 수고와 연결되었던 몸의 운동, 감각, 판단, 관계, 책임, 규칙성, 숙련, 보람까지 함께 사라질 수 있습니다. 집을 치우는 작은 일을 떠올려 보면, 청소는 없애야 할 불편한 노동이기도 하지만, 몸을 움직여 공간의 상태를 파악하고 자신의 생활환경을 가꾸고 다시 정비하면서 새롭게 만들어가는 일이기도 합니다.
♠ 인간과 AI를 하나의 성능표에 올려놓는 담론들
2026년 7월 23일 공개된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일론 머스크는 약 5년 안에 AI의 지능이 인류 전체의 지능을 합한 것보다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는 “인간으로 존재하는 일 정도를 제외하면 AI가 인간보다 더 잘하지 못할 일은 사실상 없어질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 일론 머스크 전체 인터뷰, 2026년 7월 23일
https://www.youtube.com/watch?v=XuoqKYxDHVc
머스크는 2026년 9월 1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채플힐에서 열린 G20 혁신장관회의에도 화상으로 참여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앞으로 12~18개월 안에 AI의 소프트웨어 작성 능력이 인간이 경쟁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머스크는 이를 체스 프로그램 ‘스톡피시(Stockfish)’에 비유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실행한 스톡피시도 세계 최고의 체스 기사에게 이길 수 있는 것처럼, AI가 소프트웨어 작성에서 모든 인간을 압도하는 단계에 이를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G20 혁신장관회의 전체 영상, 2026년 9월 1일
https://www.youtube.com/watch?v=AooSs0TMEbg
앤스로픽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다리오 아모데이는 2025년 1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가 열린 스위스 다보스에서 AI가 앞으로 2~3년 안에 “거의 모든 일에서 거의 모든 인간보다 뛰어난” 수준에 이를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아모데이는 강력한 AI를 ‘데이터센터 안에 존재하는 천재들의 나라’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세계경제포럼, 〈강력한 AI는 얼마나 가까이 와 있는가〉, 2025년 1월
https://www.weforum.org/videos/davos-day-3-am25/
OpenAI CEO 샘 올트먼은 2025년 4월 TED 인터뷰에서 AI가 인간의 지능을 앞지를 가능성을 사실상 피하기 어려운 발전 방향으로 설명했습니다. 그는 AI 에이전트가 점점 더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고, 장차 인간이 하지 못했던 과학적 발견까지 이룰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는 이후 여러 인터뷰에서도 AI가 상당수의 직무를 없애거나 직무를 구성하는 과업의 많은 부분을 대신할 것이라고 말해 왔습니다.
TED, 〈샘 올트먼이 말하는 ChatGPT·AI 에이전트·초지능〉, 2025년 4월 11일
https://www.youtube.com/watch?v=5MWT_doo68k
이러한 발언들은 AI의 발전 속도와 사회적 위험을 설명하기 위해 충분히 제기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와 같은 담론이 AI 시대를 이해하는 지배적인 관점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데에 있습니다.
“AI는 언제 인간을 추월하는가”, “인간보다 무엇을 더 잘하는가”, “인간에게 어떤 일이 남는가”라는 질문을 반복하면 인간과 AI는 자연스럽게 하나의 성능표 위에 놓입니다. 계산 속도, 기억 용량, 생산량, 정확도처럼 기계에 유리한 기준이 ‘지능’과 ‘능력’ 전체를 대표하게 되고, 인간은 그 기준에 따라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는 위치에 서게 됩니다.
이선 몰릭의 『듀얼 브레인』은 AI를 경쟁자보다 동료·교사·코치로 활용하자고 제안하는 실용적인 책입니다. 그러나 한국어판 마지막 문장인 “적어도 현재로서는 인간은 결코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다”는 묘한 여운을 남깁니다. 미래에는 인간이 쓸모없어질 가능성을 열어 둡니다. 인간을 "쓸모"라는 기준으로 바라보게 되면 인간은 "생명을 가지고 삶을 함께 경험해나가는 공동체 파트너"가 아니라 어떤 목적을 수행하는 수단으로만 자리하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차려야 할 것입니다.
♠ 기술이 강해질수록 '인간다운 삶'에 대한 이해가 깊어져야
AI 시대를 살아가면서 인간이 인간으로서 건강하게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깊이 묻게 됩니다. 자신의 생활에 필요한 활동을 몸으로 수행하고, 주변 세계의 변화를 감각하며, 새로운 것을 알아차리고 배우고 기억하고 판단할 수 있는 상태를 더 귀하게 여겨야 할 듯합니다. 다른 사람과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고, 공동체 안에서 활기와 위안을 얻으며, 서로 도움과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도 중요한 삶의 역량이 아니었나 돌아보게 됩니다. 기쁨과 슬픔, 호기심과 애정 같은 감성이 무뎌지지 않고, 활동과 휴식이 일정한 리듬을 이루는 삶의 가치도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몸을 움직이면 주변을 더 세밀하게 지각하고, 사람을 만나면 생각과 감정이 움직이며, 어떤 일을 직접 수행하는 동안 판단하고 조정하고 책임지는 능력이 함께 사용됩니다. 신체와 인지, 정서와 관계, 생활의 리듬은 서로 연결되어 인간 활동의 생태를 이룹니다. AI와 로봇이 우리의 활동을 빠르게 대신해 갈수록, 인간이 몸과 정신을 직접 사용하는 시간과 경험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도 세심하게 살펴야 할 것입니다. 기술이 덜어 준 수고와 돌려준 시간을 인간의 활력과 성장으로 연결하는 삶의 방식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AI의 역량이 뛰어날수록 우리는 기술에 더 쉽고 자연스럽게 의존하게 될 것입니다. 그 흐름 속에서 인간다운 삶의 중심을 이해하고, 자신이 지키고 싶은 생활의 모습을 분명하게 세워가는 일이 필요할 것입니다. 몸과 감각을 충분히 사용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가며,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고 책임지는 기회를 일상 안에 마련하는 실천에 집중하는 것은 우리의 삶을 건강히 이끌어나가는 데에 중요한 부분이 될 것입니다.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시대에서, '건강한 삶'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고 삶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차리고, 생활의 방향을 의식적으로 선택하면서 꾸준히 가꾸어 가는 실천에 대한 담론이 더욱 풍성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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