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과 음독
挽滄山孫丈昌鉉(만 창산 손장 창현)
鄕老承陶訣(향로승도결)
荷歟家學源(하어가학원)
依歸爰得所(의귀원득소)
立雪西山門(입설서산문)
一朝樑棟折(일조양동절)
其奈士迷方(기내사미방)
垂後言猶在(수후언유재)
遺文滿篋箱(유문만협상)
贈朴琮珩(증 박종형)
弟股爛火劇(제고란화극)
醫要同氣肉(의요동기육)
兄許無難色(형허무난색)
一割又再割(일할우재할)
傅合效神速(부합효신속)
兄癰弟免臂(형옹제면비)
篤友絶千古(독우절천고)
有誰不感泣(유수불감읍)
雍孝與友于(옹효여우우)
推之此理一(추지차리일)
吁嗟世間人(우차세간인)
胡爭身外物(호쟁신외물)
紫巖講會與諸友共賦(자암강회 여제우공부)
歲餘刮目喜相看(세여괄목 희상간)
幾度經來世路難(기도경래 세로난)
攻玉無資還愧石(공옥무자 환괴석)
濟人有術孰懷丹(제인유술 숙회단)
海外風潮長夜黯(해외풍조 장야암)
巖邊松柏閱年寒(암변송백 열년한)
願將……(원장……)
현대어 직역
창산 손창현 어른을 애도하며
고을의 원로께서는 도산의 가르침을 이어받으셨으니,
훌륭하도다, 집안 대대로 전해진 학문의 근원이여.
의지하고 돌아갈 곳을 여기에서 비로소 얻어,
서산의 문하에서 눈을 맞으며 가르침을 청하였네.
하루아침에 큰 들보와 기둥이 꺾였으니,
선비들이 나아갈 방향을 잃은 일을 어찌해야 할까.
후세에 전해 줄 말씀은 아직 남아 있고,
남기신 글은 상자에 가득하네.
박종형에게 주다
아우의 넓적다리에 심한 종기가 생겨 불에 덴 듯 위중해지자,
의원이 같은 혈육의 살이 필요하다고 하였네.
형은 조금도 난처한 기색 없이 허락하여,
한 번 베어 내고 또다시 베어 냈네.
그 살을 붙이자 효험이 매우 빠르게 나타났네.
형에게 종기가 생기자 이번에는 아우가 팔을 내주었으니,
이처럼 돈독한 형제간의 우애는 천고에 드물도다.
그 누가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지 않겠는가.
화목한 효성과 형제간의 우애는
근본을 따져 보면 그 이치가 하나이네.
아, 세상의 사람들이여,
어찌하여 몸 밖의 재물을 놓고 서로 다투는가.
자암서당의 강학 모임에서 여러 벗과 함께 짓다
한 해 남짓 지나 다시 만나니 몰라보게 발전한 모습이 기쁘고,
그동안 여러 차례 겪어 온 세상길은 험난하였네.
남의 도움으로 옥을 다듬듯 학문을 닦고 싶으나 의지할 바가 없어, 여전히 돌과 같은 자신이 부끄럽네.
사람을 구제할 방도가 있다면, 누가 그 정성스러운 마음을 품지 않겠는가.
바다 밖에서 밀려온 풍조로 긴 밤은 어둡지만,
자암 곁의 소나무와 잣나무는 여러 해의 추위를 견디어 왔네.
바라건대 장차…….
참고
滄山(창산): 손창현의 호로 보임.
孫丈昌鉉(손장 창현): 손씨 성을 가진 존경하는 어른으로, 이름은 창현.
鄕老(향로): 고을에서 연륜과 덕망을 인정받는 원로.
陶訣(도결): 도산에서 전해진 학문의 요결. 여기서 陶는 퇴계 이황의 도산 학통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임.
荷歟(하어): ‘훌륭하도다’, ‘고맙게도’ 정도의 감탄 표현으로 보이나, 荷의 판독과 구두는 재확인이 필요함.
家學(가학): 한 집안에서 대대로 전해 온 학문.
依歸(의귀): 의지하고 돌아감. 정신적·학문적으로 의지할 곳을 뜻함.
爰(원): 이에, 여기에서, 비로소.
立雪(입설): 눈 속에 서서 기다리며 스승에게 가르침을 청했다는 ‘정문입설’의 고사. 스승을 존경하고 배움을 간절히 구하는 태도를 나타냄.
西山門(서산문): 서산이라는 호나 지명과 관련된 학자의 문하로 보임. 정확한 인물과 학맥은 추가 확인이 필요함.
樑棟(양동): 집을 받치는 들보와 기둥. 학문 공동체나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인물을 비유함.
士迷方(사미방): 선비들이 나아갈 길과 방향을 잃음.
垂後(수후): 가르침이나 글을 후세에 전함.
遺文(유문): 죽은 사람이 생전에 남긴 글.
篋箱(협상): 책과 문서를 보관하는 상자.
贈(증): 사람에게 시나 글을 지어 줌.
朴琮珩(박종형): 이 시를 받은 사람의 이름으로 판독됨. 珩은 ‘형’으로 읽음.
股(고): 넓적다리.
爛火劇(난화극): 불에 덴 것처럼 심하게 곪고 통증이 극심한 상태를 표현한 것으로 보임.
同氣(동기): 같은 기운과 피를 타고난 형제.
同氣肉(동기육):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의 살.
難色(난색): 곤란하거나 내키지 않는 표정.
割(할): 칼로 베거나 살을 도려냄.
傅合(부합): 약이나 어떤 물질을 상처에 붙임. 사진의 첫 글자는 傅로 판독했으나 재확인이 필요함.
癰(옹): 피부와 살이 곪아 생기는 큰 종기.
免臂(면비): 사진에서는 이와 같이 판독되지만, 문맥상 아우가 팔을 드러내거나 팔의 살을 내주었다는 뜻으로 보임. 免의 정확한 판독은 추가 확인이 필요함.
篤友(독우): 형제간의 우애가 매우 깊고 돈독함.
友于(우우): 형제간에 우애 있게 지냄. 『서경』 등에 나오는 고전적인 표현.
雍孝(옹효): 화목하고 조화로운 효행이라는 뜻으로 해석됨. 雍의 정확한 문맥은 추가 확인이 필요함.
推之此理一(추지차리일): 근본 원리를 미루어 살펴보면 효와 우애의 이치가 하나라는 뜻.
吁嗟(우차): ‘아!’ 하고 탄식하거나 감탄하는 말.
身外物(신외물): 사람의 몸과 본성 밖에 있는 물건. 주로 재물이나 지위처럼 본질적이지 않은 외적 소유를 뜻함.
紫巖講會(자암강회): 자암서당에서 학문을 강론하기 위해 열린 모임.
諸友(제우): 여러 벗.
共賦(공부): 같은 자리에서 함께 시를 지음.
歲餘(세여): 한 해 남짓.
刮目(괄목): 눈을 비비고 다시 본다는 뜻. 상대가 크게 발전하여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됨을 나타냄.
世路(세로):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며 겪는 길. 사회 현실이나 세상살이를 뜻하기도 함.
攻玉(공옥): 옥을 다듬음. 『시경』의 “다른 산의 돌로도 옥을 다듬을 수 있다”는 말과 관련되며, 다른 사람의 가르침이나 비판을 받아 자신의 학문과 인격을 닦는다는 뜻.
無資(무자): 의지하거나 도움받을 수단이 없음.
愧石(괴석):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돌과 같은 자신의 부족함을 부끄러워함.
濟人(제인): 어려움에 처한 사람이나 세상을 구제함.
懷丹(회단): 붉은 마음, 곧 거짓 없이 진실하고 충성스러운 마음을 품음. 丹은 붉은색에서 변하여 변하지 않는 정성을 뜻함.
海外風潮(해외풍조): 바다 건너 외국에서 들어온 사상과 사회적 흐름. 이 시가 쓰인 시대의 새로운 외래 사조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임.
長夜黯(장야암): 긴 밤이 어둡다는 뜻. 학문과 세상의 앞날이 어둡고 혼란한 상황을 비유함.
松柏(송백): 추운 겨울에도 푸름을 잃지 않는 소나무와 잣나무. 지조와 절개를 지키는 선비를 상징함.
閱年寒(열년한): 여러 해 동안 추위를 겪고 견딤. 어려운 시대를 오래 버텨 온 것을 비유함.
願將(원장): ‘바라건대 장차 …하고자 한다’는 뜻. 문장이 다음 쪽으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