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과 음독
子居湖慣使筇來(자거호관 사공래)
景物心全爽(경물심전상)
吟到詩篇興欲豪(음도시편 흥욕호)
吟中習靜還無事(음중습정 환무사)
逡巡堪著功(준순감저공)
巧者勞……(교자로……)
挽柳丈聖涵 永秀(만 유장 성함 영수)
溫雅剛明稟受全(온아강명 품수전)
何妨叔世老林泉(하방숙세 노임천)
力穡飢經存古意(역색기경 존고의)
桑麻雨露武陵天(상마우로 무릉천)
七八光陰石火忙(칠팔광음 석화망)
那知仙馭駕雲鄕(나지선어 가운향)
奈何未卒萱闈養(내하미졸 훤위양)
千古知應痛恨長(천고지응 통한장)
挽金潛丈 熙璞(만 김잠장 희박)
寒暄夫子宅(한훤부자택)
碧桂述家聲(벽계술가성)
賢孫紹有光(현손소유광)
征邁弟與兄(정매제여형)
族有做人書(족유주인서)
爲吾永世程(위오영세정)
澡心體于躬(조심체우궁)
展也百行成(전야백행성)
稟得剛毅……(품득강의……)
현대어 직역
그대가 호숫가에 살기에 지팡이를 짚고 익숙하게 찾아오니,
눈앞에 펼쳐진 경물에 마음이 온전히 상쾌해지네.
시를 읊어 한 편을 이루니 흥취가 한껏 호방해지고,
시를 읊는 가운데 고요한 마음을 익히니 다시 다른 일이 없네.
천천히 머물며 수양에 힘쓸 만하니,
기교를 부리는 사람은 수고로울 뿐…….
자 성함, 이름 영수인 유 어른을 애도하며
온화하고 우아하면서도 굳세고 밝은 성품을 온전히 타고났으니,
쇠퇴한 세상에 산림에서 늙어 간들 무슨 상관이겠는가.
농사에 힘쓰고 굶주림 속에서도 경전을 공부하여 옛사람의 뜻을 보존했으며,
뽕나무와 삼에 비와 이슬이 내리는 그곳은 무릉도원과 같았네.
일흔여덟 해의 세월은 부싯돌의 불꽃처럼 빠르게 지나갔고,
뜻밖에도 신선의 수레를 타고 구름 위 고을로 떠나셨네.
어찌하여 어머니를 봉양하는 일을 끝까지 다하지 못하였는가.
천고토록 그 애통하고 한스러운 마음이 길이 남으리라.
잠장 김희박 어른을 애도하며
한훤 선생의 학문을 계승한 집안에서,
벽계의 후손으로서 집안의 명성과 학문을 이어 갔네.
어진 후손은 선대의 빛을 훌륭히 계승하였고,
형과 아우가 함께 힘써 앞으로 나아갔네.
집안에는 사람답게 살아가는 길을 가르치는 글이 있었으니,
그것은 우리에게 영원한 삶의 법도가 되었네.
마음을 씻어 그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였고,
분명하게 온갖 행실을 이루었네.
굳세고 의연한 성품을 타고나…….
참고
子居湖: ‘그대가 호숫가에 거주한다’는 뜻으로 해석함. 子居湖가 인명이나 특정 장소를 포함한 표현인지는 앞면의 시 전체와 대조할 필요가 있음.
筇(공): 대나무 지팡이. 使筇·扶筇은 지팡이를 짚고 길을 나서는 모습을 나타냄.
景物(경물): 눈앞에 펼쳐진 자연경관과 사물.
心全爽(심전상): 마음이 온전히 맑고 상쾌해짐.
吟到詩篇(음도시편): 시를 읊어 한 편의 작품을 이룸.
興欲豪(흥욕호): 시적 흥취와 기상이 호방하게 일어남.
習靜(습정): 마음을 고요히 하는 수양을 익힘. 도가나 불교적 맥락에서도 쓰이지만, 유학에서는 정좌와 마음 수양을 뜻할 수 있음.
逡巡(준순): 곧장 나아가지 않고 천천히 머뭇거리거나 한동안 머무는 모습.
巧者勞(교자로): 재주와 기교를 부리는 사람은 수고롭다는 뜻. 『장자』의 “재주 있는 자는 수고롭고 지혜 있는 자는 근심한다〔巧者勞而知者憂〕”는 말과 관련될 가능성이 있음.
이 면의 첫 작품은 앞면에서 시작된 시의 후반부임. 子居湖부터 巧者勞까지의 행 구분과 일부 글자는 사진만으로 확정하기 어려워 다음 정밀 판독 때 재검토할 필요가 있음.
柳丈聖涵 永秀(유장 성함 영수): 유씨 성을 가진 존경하는 어른. 성함은 자(字), 영수는 이름으로 보임.
溫雅(온아): 성품이 온화하고 품격이 있으며 우아함.
剛明(강명): 의지가 굳세고 사리에 밝음.
稟受全(품수전): 좋은 성품과 기질을 온전하게 타고남.
叔世(숙세): 도덕과 질서가 쇠퇴한 말세 또는 혼란한 시대.
老林泉(노임천): 벼슬에 나아가지 않고 자연 속에서 학문과 수양을 하며 늙어 감.
力穡(역색): 농사일에 힘씀. 穡은 곡식을 거두는 일, 넓게는 농사를 뜻함.
飢經(기경): 굶주림과 어려움 속에서도 경전을 공부했다는 뜻으로 해석함. 飢 또는 뒤 글자의 판독은 재확인이 필요함.
古意(고의): 옛사람이 지녔던 순박하고 고상한 뜻과 생활 태도.
桑麻(상마): 뽕나무와 삼. 농촌의 평화롭고 소박한 생활을 상징함.
雨露(우로): 비와 이슬. 자연이 베푸는 은택을 뜻하기도 함.
武陵天(무릉천): 도연명의 「도화원기」에 나오는 무릉도원과 같은 별천지.
七八(칠팔): 문맥상 78세를 나타내는 표현으로 해석됨.
光陰(광음): 세월과 시간.
石火(석화): 돌을 부딪칠 때 순간적으로 튀는 불꽃. 인생과 시간이 매우 짧고 빠르게 지나감을 비유함.
仙馭(선어): 신선이 타는 수레.
駕雲鄕(가운향): 구름을 타고 신선의 세계로 떠남. 고인의 죽음을 완곡하게 표현함.
萱闈(훤위): 어머니가 거처하는 방, 나아가 어머니를 높여 이르는 말. 萱草가 어머니를 상징하는 데서 나온 표현.
未卒萱闈養(미졸훤위양): 살아 계신 어머니의 봉양을 끝까지 다하지 못하고 먼저 세상을 떠남.
痛恨(통한): 몹시 애통하고 한스러움.
金潛丈(김잠장): ‘잠장’이 김희박의 호 또는 김씨 어른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보임. 金潛의 구두는 인물 자료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음.
熙璞(희박): 애도 대상의 이름으로 판독됨.
寒暄夫子(한훤부자): 한훤당 김굉필을 높여 이르는 말. 김희박이 김굉필의 후손이거나 그 학통을 계승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임.
碧桂(벽계): 집안 선조의 호나 당호로 보임. 사진에서는 碧桂로 판독했으나 정확한 인물은 가계 자료를 확인할 필요가 있음.
述家聲(술가성): 집안의 명성과 학문적 전통을 계승하여 후대에 전함.
紹有光(소유광): 선대의 전통을 이어 빛나게 함. 紹는 계승한다는 뜻.
征邁(정매): 목표를 향해 힘차게 나아감.
弟與兄(제여형): 아우와 형. 형제가 함께 학문과 덕행에 힘썼음을 나타냄.
做人書(주인서): 사람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글이나 교훈서라는 뜻으로 해석함. 첫 글자의 판독은 재확인이 필요함.
永世程(영세정): 오랜 세월 동안 본받아야 할 기준과 법도. 程은 일정한 표준이나 규범을 뜻함.
澡心(조심): 마음을 깨끗이 씻어 욕심과 잡념을 없앰.
體于躬(체우궁): 가르침을 자신의 몸으로 직접 실천함.
展也(전야): ‘분명하도다’, ‘참으로 그러하도다’라는 감탄과 강조의 표현으로 볼 수 있음.
百行成(백행성): 사람이 실천해야 할 온갖 행실과 덕목을 이룸.
剛毅(강의): 의지가 굳세고 쉽게 굽히지 않음.
마지막 시는 다음 면으로 이어지므로 稟得剛毅까지만 옮김. 다음 면의 글자들과 연결하여 온전한 시구와 번역을 확정해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