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과 음독
今達權合經 本末輕重 不敢執滯一隅 而折衷平當(금달권합경 본말경중 불감집체일우 이절충평당)
苟可用之 其於經世利國 固莫不爲要道(구가용지 기어경세리국 고막불위요도)
而遭世不祥 不得施措 卒乃畢約巖穴(이조세불상 부득시조 졸내필약암혈)
淨灑亭舍 日與同志信從 講求勉勵(정쇄정사 일여동지신종 강구면려)
佗然以扶堅斯文爲己責(타연이부견사문위기책)
而懲世學者 學流支字口耳之浮習(이징세학자 학류지자구이지부습)
其或出此者 又局性命理氣之說 各執己長(기혹출차자 우국성명리기지설 각집기장)
而分門立黨 互相詆斥之不可遏(이분문입당 호상저척지불가알)
乃復刪括前言 本以朱退之論 參以後儒所見(내부산괄전언 본이주퇴지론 참이후유소견)
彙聚刪節 爲一部理氣便攷(휘취산절 위일부이기편고)
居常沉繹窮思 隨所得而體驗以發(거상침역궁사 수소득이체험이발)
惟篤於彝倫日用之常(유독어이륜일용지상)
念吾世自鶴祖以忠孝作家(염오세자학조이충효작가)
其繼繼承述 郁郁乎以文學聞 代不絕人(기계계승술 욱욱호이문학문 대불절인)
府君一皆收緖紀實 以備後徵(부군일개수서기실 이비후징)
其事親也 有性之孝(기사친야 유성지효)
현대어 직역
공은 옛 경전의 본말과 경중을 통달하고 알맞게 종합하였으며, 한쪽 견해에 집착하지 않고 공평하고 타당하게 절충하였다.
진실로 쓸 수 있는 것이라면 세상을 경륜하고 나라를 이롭게 하는 데 모두 중요한 도가 되지 않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불행한 시대를 만나 뜻을 시행하지 못하고, 끝내 산속에 몸을 거두어 은거하였다.
정사와 집을 깨끗하게 정돈하고 날마다 뜻을 같이하여 믿고 따르는 사람들과 학문을 강구하며 서로 힘썼다.
의연하게 유학의 도를 굳건히 지키고 붙드는 일을 자신의 책임으로 삼았다.
공은 당시 학자들이 문자의 말단만 좇고 입과 귀로 전해 들은 것에 그치는 피상적인 학습 풍조를 경계하였다.
그러한 폐단을 벗어난 사람들도 다시 성명과 이기에 관한 학설에만 갇혀 각자 자기의 장점만 고집하였다.
그리하여 문파를 나누고 당을 세워 서로 비방하고 배척하는 일을 막을 수 없었다.
이에 다시 옛사람들의 말을 뽑아 정리하되, 주자와 퇴계의 논설을 근본으로 하고 후대 유학자들의 견해를 참고하였다.
자료를 모으고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 내어 『이기편고』 한 부를 만들었다.
평소 깊이 뜻을 풀어 보고 끝까지 생각하였으며, 깨달은 바가 있으면 몸소 체험하여 드러냈다.
특히 인륜과 일상생활의 떳떳한 도리에 충실하였다.
우리 집안은 학조 이래로 충성과 효도를 가문의 근본으로 삼았다고 생각하였다.
후손들이 대대로 이를 계승하여 문학으로 명성을 얻었고, 세대마다 인물이 끊이지 않았다.
부군은 이 모든 계통과 사실을 수집하여 기록함으로써 후일의 증거로 삼게 하였다.
공이 부모를 섬기는 데에는 타고난 효성이 있었다.
현대어 의역
평재는 경전의 핵심과 세부,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구분하면서도 어느 한 학설에 매이지 않았다. 동서고금의 지식 가운데 실제로 세상을 경영하고 나라와 백성에게 이로울 수 있는 것은 폭넓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나라를 잃은 불행한 시대에는 자신의 구상을 현실에서 펼칠 수 없었고, 결국 고향에 은거하여 학문과 교육에 힘썼다.
그는 정사를 깨끗이 정돈하고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과 날마다 토론하고 공부하였다. 당시 학자들이 글자의 표면만 익히거나 남의 말을 입과 귀로 주고받는 데 그치는 풍조를 비판하였다. 반대로 성명과 이기의 문제만을 고집하면서 학파를 나누고 서로 공격하는 폐단도 경계하였다.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하여 주자와 퇴계의 논의를 중심에 두고 후대 유학자들의 여러 견해를 종합하였다. 자료를 선별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해 『이기편고』를 편찬했으며, 이론을 말로만 논하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직접 실천하고 확인하려 하였다.
그의 학문이 궁극적으로 지향한 것은 충·효를 비롯한 일상의 인륜이었다. 또한 선조들의 행적과 가문의 학문적 전통을 정리해 후대가 확인할 수 있는 기록으로 남겼다. 그 가운데서도 부모를 섬기는 효성은 가르쳐서 얻은 것이 아니라 본성에서 나온 것이었다.
참고
本末輕重(본말경중): 근본과 말단,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구별함.
執滯一隅(집체일우): 한쪽 견해에 붙들려 융통성을 잃음.
折衷平當(절충평당): 여러 학설을 절충하여 공평하고 타당한 결론을 얻음.
經世利國(경세리국): 세상을 다스리고 나라를 이롭게 함. 평재가 학문을 현실과 연결하여 이해했음을 보여 주는 표현이다.
施措(시조): 뜻이나 정책을 현실에 시행함.
畢約巖穴(필약암혈): 세상에서 물러나 산림에 은거함. 이 구절의 ‘畢約’은 자신의 활동을 거두고 삶을 마무리한다는 뜻으로 해석하였다.
斯文(사문): 유학의 도와 학문적 전통.
學流支字(학류지자): 학문의 지엽적인 문자나 말단적 지식만을 추구하는 태도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의 ‘支字’는 문맥상 지엽적인 문자 풀이를 뜻한다.
口耳之學(구이지학): 귀로 들은 것을 입으로 옮길 뿐, 마음으로 깨닫거나 몸소 실천하지 않는 피상적인 학문.
性命理氣(성명이기): 인간의 본성과 천명, 우주의 원리인 이와 기를 탐구하는 성리학의 중심 주제.
分門立黨(분문입당): 학문적 문파를 나누고 당파를 세움.
詆斥(저척): 헐뜯고 배척함.
朱退之論(주퇴지론): 주자와 퇴계의 이기론을 가리킨다. 朱는 주희, 退는 퇴계 이황이다.
理氣便攷(이기편고): 평재가 주자와 퇴계 및 후대 유학자들의 이기론을 모아 정리한 저술명으로 보인다. ‘이기에 관한 내용을 편리하게 상고할 수 있도록 만든 책’이라는 뜻이다.
沉繹窮思(침역궁사): 글의 뜻을 깊이 풀어 보고 끝까지 사색함.
體驗以發(체험이발): 깨달은 이치를 몸소 경험하고 실천하여 드러냄.
彝倫日用(이륜일용): 부모·자식·부부·형제 등 인간관계에서 지켜야 할 떳떳한 도리와 일상생활의 윤리.
鶴祖(학조): 집안의 선조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보이나 정확한 인물은 족보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收緖紀實(수서기실): 가문의 계통과 전승을 모으고 사실을 기록함.
有性之孝(유성지효): 본성에서 우러나온 효성, 곧 타고난 효성을 뜻한다. 이 구절은 다음 면의 生盡誠愛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