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과 음독
生盡誠愛 歿極哀敬(생진성애 몰극애경)
夫婦之際 敬謹和諧(부부지제 경근화해)
敎子弟 恩愛眞懇 導率以躬 俾有所目擊而知化(교자제 은애진간 도솔이궁 비유소목격이지화)
處宗族 務盡敦睦(처종족 무진돈목)
而及其事理難疑 精思畫出 若有豫斷於心中者(이급기사리난의 정사화출 약유예단어심중자)
於士友 久而能敬(어사우 구이능경)
至或學問論理 約己納善 休休乎有容(지혹학문논리 약기납선 휴휴호유용)
故處世六十年 應用動作 無一毫浮躁 又無一事矜高(고처세육십년 응용동작 무일호부조 우무일사긍고)
而一率坦質溫款(이일률탄질온관)
雖巧覘索瘢者 無得以間言(수교점색반자 무득이간언)
是豈偶然而得之哉(시기우연이득지재)
蓋府君資近誠篤 而亦因涵養(개부군자근성독 이역인함양)
其於文學 若性之天者(기어문학 약성지천자)
存自幼及老 手不釋卷(존자유급로 수불석권)
淹博經史 剖析理義(엄박경사 부석이의)
雖隻句短言 不敢獵過 而必三致思焉(수척구단언 불감렵과 이필삼치사언)
以析其瞭然爲吾有 然後已(이석기요연위오유 연후이)
故卒其深造達識 無往不得 而守猶欲然(고졸기심조달식 무왕부득 이수유욕연)
文章足以耀世而……(문장족이요세이……)
현대어 직역
부모가 살아 계실 때에는 정성과 사랑을 다하였고, 돌아가신 뒤에는 슬픔과 공경을 극진히 하였다.
부부 사이에서는 공경하고 삼가며 화목하였다.
자제들을 가르칠 때에는 사랑이 참되고 간절하였다. 몸소 행하여 이끌었으므로 자제들이 직접 보고 감화되게 하였다.
종족을 대할 때에는 돈독하고 화목하게 지내는 데 힘을 다하였다.
일의 이치가 어렵고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깊이 생각하여 분명하게 밝혀냈는데, 마치 마음속에 이미 판단을 갖추고 있는 듯하였다.
선비와 벗을 대할 때에는 오랫동안 변함없이 공경하였다.
학문과 이치를 논할 때에는 자신을 절제하고 남의 좋은 의견을 받아들였으며, 너그럽고 여유가 있어 남을 포용하였다.
그러므로 60년 동안 세상을 살아가며 일을 처리하고 행동할 때 한 치의 경박함이나 조급함도 없었고, 어느 한 일에서도 자신을 뽐내거나 높이지 않았다.
한결같이 솔직하고 질박하며 온화하고 너그러웠다.
교묘하게 엿보며 흠을 찾으려는 사람조차 비난할 말을 얻지 못하였다.
이러한 인품을 어찌 우연히 얻었겠는가?
부군은 타고난 성품이 진실하고 돈후한 데 가까웠고, 또한 오랜 수양을 통해 이를 이루었다.
문학을 좋아하는 것은 마치 하늘에서 받은 본성과 같았다.
어려서부터 늙을 때까지 언제나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경서와 역사서에 널리 통달하고 그 속의 이치와 의리를 세밀하게 분석하였다.
짧은 한 구절이나 몇 마디 말이라도 감히 대충 지나치지 않고 반드시 거듭 생각하였다.
그 뜻을 분명하게 분석하여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든 뒤에야 그쳤다.
그 때문에 마침내 학문이 깊은 경지에 이르고 식견이 통달하여, 어느 곳에서든 깨닫지 못하는 바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견해를 지키는 데에는 여전히 신중하였다.
그의 문장은 세상에 빛날 만하였으며…….
현대어 의역
평재의 학문은 일상의 윤리적 실천과 분리되지 않았다. 부모가 살아 계실 때에는 정성과 사랑으로 모셨고, 돌아가신 뒤에는 슬픔과 공경을 다하였다. 아내를 존중하며 화목하게 살았고, 자녀와 제자에게는 말로만 가르치지 않고 자신이 먼저 실천해 보였다. 종족과도 돈독하게 지냈다.
복잡하고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깊이 생각하여 핵심을 분명하게 밝혀냈다. 친구와 동료를 오래도록 공경했고, 학문을 토론할 때에는 자신의 주장을 절제하면서 다른 사람의 좋은 의견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60여 년의 삶에서 조급하거나 경박하게 행동하지 않았고, 학문과 지위를 내세워 거만하게 처신하지도 않았다. 남의 흠을 집요하게 찾는 사람조차 그를 비판할 근거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인품은 단순히 타고난 것만이 아니었다. 본래 진실하고 돈후한 성품을 지녔지만, 평생의 수양을 통해 더욱 깊어진 것이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고, 경전과 역사서를 폭넓게 읽었다. 짧은 구절 하나도 대충 넘기지 않고 거듭 생각하여 그 의미를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학문은 깊어지고 식견은 넓어졌으며, 그의 문장은 세상에 전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
참고
生盡誠愛 歿極哀敬(생진성애 몰극애경): 부모가 살아 계실 때에는 정성과 사랑을 다하고, 돌아가신 뒤에는 슬픔과 공경을 다한다는 뜻.
夫婦之際(부부지제): 부부가 서로 관계하고 처신하는 도리.
導率以躬(도솔이궁): 말로 지시하기보다 자기 몸으로 먼저 실천하여 다른 사람을 이끎.
俾有所目擊而知化(비유소목격이지화): 자제들이 어른의 행동을 직접 보고 자연스럽게 감화되게 함.
敦睦(돈목): 친족이나 이웃 사이의 정을 두텁게 하고 화목하게 지냄.
精思畫出(정사화출): 깊이 생각하여 복잡한 문제의 구분과 결론을 명확히 드러냄.
豫斷(예단): 일이 생기기 전에 이미 마음속에서 판단을 내림. 현대어의 부정적인 ‘선입견’보다는 통찰에 가까운 뜻이다.
約己納善(약기납선): 자신을 절제하고 다른 사람의 좋은 의견을 받아들임.
休休乎有容(휴휴호유용): 마음이 너그럽고 여유로워 다른 사람을 포용함.
浮躁(부조): 마음과 행동이 들뜨고 조급함.
矜高(긍고): 자신의 학식이나 능력을 뽐내며 스스로를 높임.
坦質溫款(탄질온관): 솔직하고 질박하며 온화하고 인정이 두터움.
巧覘索瘢(교점색반): 몰래 살피면서 남의 흠이나 허물을 집요하게 찾아냄. 사진의 해당 글자는 문맥을 고려해 이렇게 판독하였다.
間言(간언): 사람 사이를 이간하거나 흠잡아 하는 말.
資近誠篤(자근성독): 타고난 자질이 진실하고 돈후함에 가까움.
涵養(함양): 마음과 성품을 오랫동안 가꾸고 기름.
手不釋卷(수불석권): 언제나 책을 손에 들고 읽으며 놓지 않음.
淹博經史(엄박경사): 경전과 역사서에 깊고 널리 통달함.
剖析理義(부석이의): 글에 담긴 이치와 의리를 세밀하게 분석함.
獵過(렵과): 내용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사냥하듯 빠르게 훑어 지나감.
三致思(삼치사): 여러 차례 거듭 깊이 생각함. 여기서 三은 반드시 세 번만을 뜻하기보다 ‘반복하여 충분히’라는 의미이다.
爲吾有(위오유): 배운 내용을 단순히 기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듦.
深造達識(심조달식): 학문이 깊은 경지에 도달하고 식견이 널리 통함.
마지막 文章足以耀世而(문장족이요세이)는 다음 면으로 이어지는 미완성 문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