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과 음독
挽參奉柳丈萬植(만 참봉 유장 만식)
襟懷坦蕩氣剛明(금회탄탕 기강명)
篤孝那成一節名(독효나성 일절명)
七十年間何所事(칠십년간 하소사)
二江齋裏讀書聲(이강재리 독서성)
追先裕後感人誠(추선유후 감인성)
裒輯遺文次第行(부집유문 차제행)
底事蒼天中道奪(저사창천 중도탈)
九原猶抱未伸情(구원유포 미신정)
合置巖廊綽有餘(합치암랑 작유여)
胡爲林下老樵漁(호위림하 노초어)
世事滄桑那更說(세사창상 나갱설)
丹旌忍見寢郞書(단정인견 침랑서)
挽金丈 在基(만 김장 재기)
寒暄夫子宅(한훤부자택)
公又繼家聲(공우계가성)
孝友天姿美(효우천자미)
林泉別業成(임천별업성)
門屛趨拜日(문병추배일)
外黨慇懃情(외당은근정)
忽報乘雲去(홀보승운거)
西望涕和橫(서망체화횡)
挽通政李丈 鍾述(만 통정 이장 종술)
현대어 직역
참봉을 지낸 유만식 어른을 애도하며
마음은 탁 트이고 거리낌이 없었으며 기상은 굳세고 밝았네.
지극한 효성으로 어찌 한 가지 절목의 명성만 이루었겠는가.
일흔 해를 사는 동안 무엇을 일삼으셨던가.
이강재 안에서는 언제나 책 읽는 소리가 들렸네.
선조의 뜻을 받들고 후손에게 넉넉한 기반을 남기려 한 정성이 사람을 감동시켰으며,
선대가 남긴 글을 모아 차례대로 간행하였네.
하늘은 무슨 까닭으로 그 일을 중도에서 빼앗아 갔는가.
저승에서도 미처 펴지 못한 뜻을 여전히 품고 계시리라.
조정의 높은 자리에 두었어도 넉넉히 직분을 다할 분이었는데,
어찌하여 산림에서 늙은 나무꾼과 어부처럼 지내셨는가.
세상사의 수많은 변화를 어찌 다시 말할 수 있으랴.
붉은 명정에 고인의 이름과 직함이 적힌 것을 차마 바라보겠는가.
김재기 어른을 애도하며
한훤 선생의 학문을 이은 집안에서,
공께서 다시 집안의 명성과 전통을 계승하셨네.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 있는 천성이 아름다웠으며,
산림과 샘물이 있는 곳에 별도의 거처를 이루었네.
내가 문하에 나아가 절을 올리던 날,
외가 친족인 나를 정성스럽고 따뜻하게 대해 주셨네.
그런데 갑자기 구름을 타고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을 들으니,
서쪽을 바라보며 눈물을 거듭 흘리네.
통정의 품계를 지낸 이종술 어른을 애도하며
참고
襟懷(금회): 가슴속에 품은 생각과 마음가짐.
坦蕩(탄탕): 마음이 넓고 평탄하여 거리낌이나 사사로움이 없음.
氣剛明(기강명): 기상이 굳세고 정신이 밝음.
篤孝(독효): 부모와 조상에게 정성을 다하는 지극한 효성.
那成一節名(나성일절명): ‘어찌 한 가지 덕목으로 얻은 명성에 그치겠는가’라는 반문으로 해석함. 고인의 덕이 효성 하나에만 국한되지 않았다는 뜻.
七十年(칠십년): 고인이 약 70년의 생애를 살았음을 나타냄.
何所事(하소사): 무엇을 일삼았는가. 고인이 평생 가장 중요하게 여긴 일이 무엇인지를 묻는 표현.
二江齋(이강재): 유만식이 공부하거나 강학하던 재실·서재로 보임. 정확한 위치와 연혁은 관련 자료를 확인할 필요가 있음.
齋裏(재리): 서재나 재실 안.
讀書聲(독서성): 책 읽는 소리. 고인이 평생 학문에 전념했다는 것을 압축적으로 보여 주는 표현.
追先(추선): 선조의 뜻과 행적을 추모하고 계승함.
裕後(유후): 후손에게 덕과 기반을 넉넉하게 남겨 줌. ‘광전유후(光前裕後)’와 관련되는 표현.
裒輯(부집): 여러 곳에 흩어진 글과 자료를 모아 편집함.
遺文(유문): 선조나 고인이 남긴 글.
次第行(차제행): 일정한 순서에 따라 일을 진행하거나 차례로 간행함. 行은 여기서 세상에 유통하거나 간행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음.
底事(저사): 무슨 까닭, 어찌 된 일. 의문과 탄식이 섞인 표현.
蒼天(창천): 푸른 하늘. 사람의 생사와 운명을 주관하는 하늘을 뜻함.
中道奪(중도탈): 뜻하거나 추진하던 일을 다 이루기 전에 하늘이 목숨을 빼앗아 감.
九原(구원): 사람이 묻히는 땅 또는 죽은 사람이 있는 저승.
未伸情(미신정): 마음속의 뜻이나 소망을 미처 충분히 펼치지 못함.
巖廊(암랑): 궁궐의 높은 회랑. 조정이나 높은 관직을 비유함.
綽有餘(작유여): 능력이나 여유가 충분하고도 남음.
林下(임하): 산림 속. 벼슬에 나아가지 않고 학문과 수양을 하며 지내는 공간.
樵漁(초어): 나무꾼과 어부. 세속의 벼슬을 떠나 자연에서 은거하는 사람을 상징함.
滄桑(창상): 푸른 바다가 뽕나무밭으로 바뀐다는 ‘창해상전’에서 나온 말. 세상이 크게 변하고 흥망이 거듭되는 일을 뜻함.
丹旌(단정): 장례 때 고인의 관직과 이름 등을 적어 상여 앞에 세우는 붉은 깃발.
寢郞書(침랑서): 사진에서는 이와 같이 판독됨. 장례의 명정에 적힌 고인의 신분이나 직함과 관련된 표현으로 보이나, 寢郞의 정확한 판독과 의미는 다른 판본을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음.
金丈在基(김장 재기): 김씨 성을 가진 존경하는 어른으로, 이름은 재기.
寒暄夫子(한훤부자): 한훤당 김굉필을 높여 이르는 말로 보임. ‘한훤’은 김굉필의 호인 한훤당을 가리킴.
宅(택): 단순한 집만이 아니라 집안과 가문을 뜻할 수 있음.
繼家聲(계가성): 집안의 명예와 학문적 전통을 계승함.
孝友(효우):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 있게 지냄.
天姿(천자): 타고난 성품과 자질.
林泉(임천): 숲과 샘이 있는 자연. 벼슬을 떠난 은거와 학문 수양의 공간을 상징함.
別業(별업): 본래 거처와 떨어진 곳에 마련한 별장·정사·농장 등의 별도 거처.
門屛(문병): 스승이나 존경하는 어른의 문하. 문과 병풍 사이로 가까이 나아간다는 뜻에서 스승의 가르침을 받는 자리를 나타냄.
趨拜(추배): 존경하는 어른 앞에 공손히 나아가 절함.
外黨(외당): 어머니나 아내 쪽의 친족, 곧 외가나 처가 계통의 일가.
慇懃(은근): 정성과 예의를 다하며 따뜻하게 대함.
乘雲去(승운거): 구름을 타고 떠남. 고인이 세상을 떠났음을 신선의 승천에 비유한 완곡한 표현.
西望(서망): 고인이 있는 서쪽 방향을 바라봄. 실제 지리적 방향일 수도 있고 죽은 이를 생각하는 시적 표현일 수도 있음.
涕橫(체횡): 눈물이 얼굴을 가로질러 흐름.
通政(통정): 통정대부의 준말. 조선시대 문관 정3품 당상관의 품계.
李丈鍾述(이장 종술): 이씨 성을 가진 존경하는 어른으로, 이름은 종술. 다음 면에서 만시의 본문이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