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과 음독
[違]道悵悵此恨長([위]도창창 차한장)
謹次小訥盧先生紫巖書堂韻(근차 소눌 노선생 자암서당운)
紫巖堂起密州東(자암당기 밀주동)
粧點園林一逕通(장점원림 일경통)
地得仁山兼智水(지득인산 겸지수)
庭留梧月與楊風(정류오월 여양풍)
務充其量賢愚並(무충기량 현우병)
扶植斯文伯仲同(부식사문 백중동)
軒揭師箴心上佩(헌게사잠 심상패)
襟懷灑落起居中(금회쇄락 기거중)
次嶺南樓韻(차영남루운)
登臨趁此暮春天(등림진차 모춘천)
百里湖山入眼前(백리호산 입안전)
小寺鐘生松籟際(소사종생 송뢰제)
娘祠冷竹叢邊(낭사랭죽 총변)
長江浩蕩孤舟帆(장강호탕 고주범)
雄府繁華萬戶烟(웅부번화 만호연)
板墨依然先輩躅(판묵의연 선배촉)
晩生多恨未趨筵(만생다한 미추연)
挽副提學孫丈庚鉉(만 부제학 손장 경현)
현대어 직역
[학문의] 길에서 멀어지고 말았으니, 서글픈 이 한이 오래도록 남으리라.
삼가 소눌 노 선생의 「자암서당」 시에 차운하여
자암서당이 밀주의 동쪽에 세워지니,
아름답게 꾸며진 원림에는 한 갈래 길이 통하네.
그 땅에는 어진 사람이 좋아하는 산과 지혜로운 사람이 좋아하는 물이 함께 있고,
뜰에는 오동나무에 비치는 달빛과 버드나무 사이로 부는 바람이 머무네.
현명한 사람이든 부족한 사람이든 각자의 역량을 충분히 펼치도록 힘쓰고,
형과 아우가 한마음으로 유학의 전통을 북돋아 기르네.
마루에는 스승의 가르침을 내걸고 마음속에 새기며,
가슴속의 맑고 거리낌 없는 기상이 일상의 몸가짐에 드러나네.
「영남루」 시의 운을 따라 지으며
이 늦봄날 영남루에 올라 바라보니,
백 리에 펼쳐진 강과 산이 눈앞에 들어오네.
작은 절의 종소리가 소나무 사이의 바람 소리 속에서 들려오고,
낭자 사당 곁에는 서늘한 대나무가 무리 지어 있네.
긴 강은 넓고 거세게 흐르고 외로운 배에는 돛이 떠 있으며,
웅장한 고을은 번화하고 수많은 집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네.
판목에 새겨진 글에는 옛 선배들의 자취가 여전히 남아 있지만,
후생인 나는 그분들의 자리에 나아가 배우지 못한 것이 못내 한스럽네.
부제학을 지낸 손경현 어른을 애도하며
참고
[違]道悵悵此恨長: 첫 글자 違(위)는 앞면 마지막에 인쇄된 것으로 보이며, 뒷면의 道悵悵此恨長과 연결하여 읽음. 정확한 구두와 번역은 앞면 마지막 구절을 함께 대조할 필요가 있음.
謹次(근차): 다른 사람이 지은 시의 운자를 따라 삼가 시를 지음.
小訥(소눌): 노 선생의 호. 앞서 나온 『평재문집』 서문에 따르면 평재가 배운 스승임.
盧先生(노선생): 노씨 성을 가진 선생. 정확한 이름은 문집 안의 다른 기록을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음.
紫巖書堂(자암서당): 소눌 노 선생이 제자들을 가르치던 서당.
韻(운): 시에서 일정한 위치에 같은 운의 글자를 사용하는 것. 여기서는 소눌 선생의 원시에 사용된 운자를 뜻함.
密州(밀주): 밀양의 옛 이름.
粧點(장점): 아름답게 꾸미고 단장함.
園林(원림): 집이나 서당 주변에 나무와 연못 등을 갖추어 조성한 정원.
一逕(일경): 한 갈래의 좁은 길.
仁山智水(인산지수): 『논어』의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는 구절과 관련된 표현.
梧月(오월): 오동나무에 비치는 달 또는 오동나무 사이로 보이는 달빛.
楊風(양풍): 버드나무 사이로 부는 바람.
務充其量(무충기량): 사람마다 지닌 역량을 충분히 펼칠 수 있도록 힘쓴다는 뜻으로 해석됨.
賢愚並(현우병): 현명한 사람과 부족한 사람을 함께 포용함.
扶植(부식): 붙들어 세우고 길러 냄.
斯文(사문): 유학의 도와 학문적 전통.
伯仲(백중): 맏이와 둘째, 곧 형과 아우. 여기에서 구체적으로 누구를 가리키는지는 관련 인물 자료를 확인할 필요가 있음.
軒(헌): 처마나 마루가 있는 건물 또는 서당의 마루.
揭(게): 높이 걸어 게시함.
師箴(사잠): 스승이 경계하고 가르치기 위해 준 교훈.
佩(패): 본래 몸에 차는 것을 뜻하며, 여기서는 가르침을 마음에 새겨 간직한다는 뜻.
襟懷(금회): 가슴속에 품은 생각과 마음가짐.
灑落(쇄락): 마음이 맑고 거리낌이 없으며 시원스러움.
起居(기거): 일상생활에서의 행동과 몸가짐.
次嶺南樓韻(차영남루운): 영남루에 관해 지은 기존 시의 운자를 따라 지었다는 뜻.
嶺南樓(영남루): 경상남도 밀양에 있는 누각.
趁此(진차): 이때를 맞아, 이 기회를 따라.
暮春(모춘): 늦봄, 음력 3월 무렵.
湖山(호산): 호수와 산 또는 강과 산이 어우러진 경치.
松籟(송뢰): 소나무 사이로 부는 바람 소리.
娘祠(낭사): 어떤 여인을 기리는 사당으로 보임. 밀양의 지역 전승 및 영남루 주변 사당과의 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음.
叢邊(총변): 나무나 대나무가 무리 지어 자란 곳의 주변.
浩蕩(호탕): 물이 넓고 세차게 흐르는 모습.
孤舟帆(고주범): 외로운 배의 돛. 넓은 강 위에 배 한 척이 떠 있는 풍경을 나타냄.
雄府(웅부): 규모와 위세가 큰 고을. 여기서는 밀양을 가리킴.
萬戶烟(만호연): 수많은 집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번화한 고을의 모습을 나타냄.
板墨(판묵): 목판에 새겨 인쇄한 글이나 판각된 글씨.
先輩躅(선배촉): 앞선 학자와 선비들이 남긴 자취.
晩生(만생): 늦게 태어난 사람이라는 뜻으로, 후배가 자신을 낮추어 이르는 말.
趨筵(추연): 스승이나 어른이 앉은 자리에 나아가 가르침을 받음.
挽(만): 죽은 사람을 애도하여 시나 글을 지음.
副提學(부제학): 조선시대 홍문관의 정3품 관직.
孫丈(손장): 손씨 성을 가진 존경하는 연장자. 丈은 어른을 높여 부르는 표현.
庚鉉(경현): 애도 대상의 이름. 성은 손씨이고 이름은 경현으로 읽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