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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재문집 제1책 제11장 앞면

최근 수정 2026.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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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책 · 제11장 · 앞면 · 시

원문과 음독

江湖淪落病郊寒 (강호윤락 병교한) 並世胡爲會合難 (병세호위 회합난) 迎今日拂塵冠 (영금일 불진관) 夜來爽氣隨時起 (야래상기 수시기) 醉後高歌寓興寬 (취후고가 우흥관) 自此吾亭精彩倍 (자차오정 정채배) 殷勤談笑意何闌 (은근담소 의하란) 姜退山病後來訪登先亭同宿 (강퇴산 병후 내방 등선정 동숙) 幾時瞻望訊暄涼 (기시첨망 신훤량) 此日勸尋水一方 (차일권심 수일방) 從知松柏經霜翠 (종지송백 경상취) 更覺芝蘭繞室香 (갱각지란 요실향) 澄盡寒潭開淨鏡 (징진한담 개정경) 秋成新屋得新糧 (추성신옥 득신량) 歡喜逢劫後 (환희봉겁후) 終宵披膽意偏長 (종소피담 의편장) 挽族從子璿 載義 (만 족종자 선 재의) 吾黨何蕭索 (오당하소삭) 斯人奄九泉 (사인엄구천) 窮經忘寢食 (궁경망침식) 律己戒冰淵 (율기계빙연) 就正眞源湖 (취정진원호) 雅志堅瑤絃 (아지견요현) 中道絕餘韻 (중도절여운) 在遺篇 (재유편)

현대어 직역

강호에 떠돌며 쇠락한 가운데 병까지 들어, 들녘의 날씨마저 차갑구나. 같은 시대에 살면서도 어찌하여 서로 만나기가 이토록 어려웠던가. 오늘 그대를 맞아 먼 길의 먼지를 관에서 털어 내고, 밤이 되자 상쾌한 기운이 때를 따라 일어나네. 술에 취한 뒤 큰 소리로 노래하니 흥취가 한결 넉넉해지고, 이제부터 우리 정자의 빛나는 풍취도 갑절이나 더해지리라.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며 웃는 이 마음을 어찌 다 말할 수 있으랴. 퇴산 강 선생이 병을 앓은 뒤 찾아와 선정에 올라 함께 묵다 얼마 동안 그리워 바라보며 안부를 묻고 싶었던가. 오늘에야 물가 한쪽에 자리한 이곳을 찾아오도록 권하였네. 서리를 겪은 뒤에도 소나무와 잣나무가 푸르다는 것을 알겠고, 다시금 지초와 난초가 방을 둘러 향기를 풍기는 것을 느끼네. 맑게 갠 차가운 못은 깨끗한 거울처럼 펼쳐지고, 가을에 새집이 완성되어 새로 거둔 양식을 얻었네. 큰 재난을 겪은 뒤 다시 만난 것이 기뻐, 밤새 속마음을 터놓으니 정다운 뜻이 더욱 깊어졌네. 집안의 조카 항렬인 선(璿), 자는 재의(載義)를 애도하며 우리 무리가 어찌 이다지도 쓸쓸해졌는가. 이 사람이 갑자기 구천으로 떠나 버렸네. 경전을 깊이 연구하느라 잠자고 먹는 것까지 잊었으며, 자신을 단속하기를 살얼음을 밟고 깊은 못가에 선 듯 삼갔네. 올바른 가르침을 찾아 참된 학문의 근원으로 나아갔고, 고상한 뜻은 아름다운 거문고 줄처럼 굳고 한결같았네. 그러나 삶의 중도에서 그 여운이 끊어졌으니, 남겨진 글 속에만 그 뜻과 음성이 남아 있네.

참고

江湖(강호): 강과 호수. 벼슬길을 떠난 선비가 생활하는 향촌이나 자연 공간을 뜻하기도 함. 淪落(윤락): 처지가 쇠락하거나 타향을 떠돌게 됨. 病郊寒(병교한): 병든 몸으로 교외의 추위를 겪는다는 뜻으로 읽힘. 病은 동사로 보아 ‘추위를 괴로워하다’로 풀이할 수도 있음. 並世(병세): 같은 시대에 함께 살아감. 胡爲(호위): 무엇 때문에, 어찌하여. 塵冠(진관): 먼지가 묻은 관. 먼 길을 여행해 온 사람의 모습을 나타냄. 爽氣(상기): 맑고 서늘하며 상쾌한 기운. 寓興(우흥): 흥취나 감회를 시와 노래 등에 부쳐 나타냄. 精彩(정채): 빛나고 생기 있는 기운 또는 아름다운 풍취. 殷勤(은근): 정이 깊고 매우 친절함. 여기서는 반가운 손님과 정답게 교유하는 모습을 나타냄. 意何闌(의하란): 정다운 마음과 흥취가 어찌 쉽게 다하거나 쇠하겠느냐는 뜻. 闌은 ‘다하다’ 또는 ‘쇠하다’라는 의미. 姜退山(강퇴산): 퇴산을 호로 사용한 강씨 인물로 보임. 정확한 인물은 문집의 인명 자료를 확인할 필요가 있음. 暄涼(훤량): 따뜻함과 서늘함. 편지나 만남에서 상대방의 건강과 안부를 가리키는 관용 표현. 松柏經霜翠(송백경상취): 소나무와 잣나무가 서리를 겪어도 푸르다는 뜻. 역경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절개와 덕성을 비유함. 芝蘭(지란): 지초와 난초. 향기로운 군자의 덕이나 훌륭한 자제와 벗을 비유함. 寒潭(한담): 차갑고 맑은 못. 淨鏡(정경): 깨끗한 거울. 맑고 고요한 수면을 비유함. 劫後(겁후): 큰 재난이나 어려움을 겪은 뒤. 여기서는 병환을 겪은 뒤라는 의미일 가능성이 큼. 披膽(피담): 간과 쓸개를 드러낸다는 말로, 서로 숨김없이 진심을 터놓는다는 뜻. 族從子(족종자): 같은 집안의 조카뻘 되는 친족. 구체적인 촌수는 족보를 확인해야 함. 璿(선): 인명에 사용된 글자. ‘아름다운 옥’을 뜻함. 載義(재의): 璿의 자(字) 또는 별칭을 작은 글씨로 덧붙인 것으로 보임. 吾黨(오당): 나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 같은 학문적·사회적 집단에 속한 사람들. 蕭索(소삭): 쓸쓸하고 활기가 없음. 奄(엄): 갑자기, 문득. 죽음을 애도하는 글에서 요절이나 갑작스러운 죽음을 표현할 때 사용됨. 九泉(구천): 땅속 깊은 곳이라는 뜻에서 저승을 가리킴. 窮經(궁경): 경전의 뜻을 끝까지 깊이 탐구함. 律己(율기): 일정한 원칙과 규범으로 자기 자신을 엄격하게 단속함. 冰淵(빙연): 얇은 얼음을 밟고 깊은 못에 다가선 것처럼 매우 조심함. 『시경』의 “如臨深淵, 如履薄冰”과 관련된 표현. 就正(취정): 학식과 덕망을 갖춘 사람에게 나아가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고 가르침을 구함. 瑤絃(요현): 아름다운 옥으로 장식한 거문고 줄. 고결한 뜻이나 아름다운 정신을 비유함. 中道(중도): 일을 이루거나 인생을 살아가는 도중. 餘韻(여운): 소리가 그친 뒤에도 남아 있는 울림. 여기서는 고인이 남긴 학문과 인품의 영향을 뜻함. 遺篇(유편): 고인이 남긴 글이나 시문. 사진에서 迎今日拂塵冠, 歡喜逢劫後, 就正眞源湖에 해당하는 글자는 판독과 구절 구분이 다소 불확실합니다. 특히 「姜退山病後來訪登先亭同宿」의 후반부는 다음 쪽과 대조하면 더 정확하게 교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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