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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차원의 문해학습자 (+학령기, 시니어, 외국인)

literacy-talktalk 2025. 9. 23.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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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은 단순한 '읽고 쓰는 능력'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눈이며, 타인과 연결되는 다리이고, 스스로를 지키는 도구가 됩니다. 그 힘은 각자의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용합니다.

 

1. 학령기 모국어 학습자 – 문해는 사회 진입의 통로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학령기 아동에게 국어 교육은 단순한 언어 수업이 아닙니다. 그것은 사회 구조 속에서 자신을 위치시키고, 나아갈 길을 결정짓는 초기 기반 작업입니다.

아동기의 문해력은 학교 성적, 수능 점수, 진학의 가능성 등으로 가시화되며, 곧 제도권 안에서의 경쟁력과 직결됩니다. 시험 중심의 교육제도에서 ‘읽고 이해하며, 요약하고 비판하는 능력’은 모든 교과 학습의 기본 도구로 기능하며, 나아가 ‘표준 시민’의 자격을 획득하는 열쇠가 됩니다.

하지만 이 시기에 문해력 향상에 실패하면, 학습 부진이 누적되고, 학업 낙오가 시작되며, 이는 곧 사회경제적 격차로 이어집니다. 문해력은 문해 능력의 차원이 아니라 기회의 불균형을 고착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  문해력은 학령기 아동에게 ‘공정한 출발선’을 보장하는 사회적 사다리입니다.

 


2. 성인 문해 학습자 – 문해는 존엄성과 자존감의 회복입니다

성인 문해 학습자들은 대부분 문자 교육의 기회를 갖지 못한 세대입니다. 전쟁과 가난, 산업화 시기를 거치며 말은 익혔으되 기록된 언어의 세계에서는 소외된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문해 교육을 통해 배우는 것은 단순한 글자가 아닙니다. 자신의 삶을 종이에 남길 수 있는 표현의 권리, 행정 서류를 읽고 직접 작성할 수 있는 실천력, 나아가 ‘나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는 자기 인식을 배우게 됩니다.

문해력을 얻게 되면, 이들은 가족 관계에서 더 주체적으로 대화할 수 있게 되고, 관공서나 병원에서 타인의 도움 없이 절차를 진행할 수 있으며, 때로는 손주에게 편지를 쓰는 기쁨을 통해 자기 존재를 표현하는 즐거움을 경험합니다.

문해력이 결여된 성인은 단지 읽고 쓰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회적 침묵 상태(silenced)**에 놓인 사람입니다. 이들에게 문해력은 단순한 학습이 아니라, 자존과 권리를 회복하는 과정입니다.

 

→   문해력은 성인에게 '잃어버린 시민성(citizenship)'을 되찾아주는 회복의 힘입니다.

 


3.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학습자 – 문해는 정착과 공존의 기반입니다

외국인 한국어 학습자는 이미 성숙한 언어 능력과 사고력을 갖춘 성인입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새로운 언어 환경에 놓이게 되면, 이들은 다시 언어적 약자의 위치에 서게 됩니다.

문해력은 이들이 ‘방문자’에서 ‘참여자(participant)’로 이동하는 통로가 됩니다. 임대 계약서, 병원 동의서, 자녀의 학교 알림장, 고용계약서 같은 생활 속 문서들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은 곧 삶을 지키는 갑옷이 됩니다.

또한, 한국인과 소통하면서 차이를 해석하고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은, 단순히 말이 통하는 것을 넘어 공존과 상호문화적 협력을 가능하게 합니다.

문해력이 부족한 외국인은 공식적 권리의 문턱에서 반복적으로 좌절하게 되며, 결국 ‘보이지 않는 존재’로 머무르게 됩니다. 이들에게 문해는 단지 언어 학습이 아니라, 사회적 정주권(social belonging)의 조건입니다.

 

→   외국인에게 문해력은 ‘타자성’의 극복이자,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실질적 자격입니다.

 


 

문해력은 사회적 통합을 위한 보이지 않는 인프라입니다

문해력은 단지 개인의 학습 능력을 넘어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기능하기 위한 최소한의 역량입니다. 그것은 곧 권리의 문을 열어주는 열쇠이며, 사회 안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자격을 의미합니다.

문해력은 삶의 시기, 환경, 언어적 배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에 '한국어·국어·이주민을 위한 한국어 교육'을 각각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문해 생애주기 교육 체계’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문해력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통로이며, 사회를 좀 더 안전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힘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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