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시니어) 문해교육 12

시니어 문해 학습자의 마음 헤아리기

소리 내어 읽지만 뜻은 잘 모르는 단계 지나기글자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시니어 문해학습자들은 글을 읽을 때, 종종 글자를 판독하는 데 모든 신경을 쏟느라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뇌가 글자를 인식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면 그 이유를 쉽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글자를 읽는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글자를 눈으로 보고, 그 글자의 모양과 형태를 인식한 다음, 그것을 소리로 변환하고, 그 소리에 맞는 의미를 떠올리는 일련의 과정이 이어집니다. 이 모든 과정이 자연스럽게 연속되기 위해서는 여러 뇌 영역이 협력해야 합니다. 글자를 시각적으로 인식하는 작업은 시각 피질, 글자를 음소로 변환하고 소리와 의미를 연결하는 작업은 주로 측..

시니어 문해 학습자의 심리

오랜 세월을 비문해자로 살아오신 분들은 문자로 소통하는 세계에서 소외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공적 참여와 사적 관계에서 위축된 태도를 가지게 됩니다. 비문해 어르신들의 경우 자녀의 학습을 도와주지 못하거나, 자녀의 학교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등 여러 상황에서 깊은 절망감과 주눅 든 삶을 경험합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자신을 '바보'나 '돌대가리'로 부르며 자존감을 낮추고, 항상 세상의 뒷자리나 구석에 머무르는 존재로 인식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삶의 경험은 문해 학습 교실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게 됩니다. 시니어 문해학습자 분들은 새로운 내용을 배울 때 배운 내용을, 아니 배웠다는 사실조차 자주 잊어버리고, 생각이 나지 않을 때마다 쉽게 자책하십니다. 그리고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이..

시니어 문해 학습자의 변화 과정

2023년 전국성인문해교육 시화전 수상작 내가 보네 내가 읽네                                                                                              박문옥(신갈야간학교) 처음에 학교 올 때 태평역에서 기흥역까지 정거장을 손으로 꼽았습니다 안내하는 소리를 못 들을까봐 손가락을 하나씩 꼽으면서 왔습니다. 두 손이 꽉 차고 네 손가락을 더하면 내립니다  이제는 자막에 나오는 글자를 읽을 수 있습니다 진짜 모를 줄 알았는데 못 볼 줄 알았는데 내가 보네 내가 읽네 이렇게 배면 읽을 수 있구나 기흥역까지 오면서 울었습니다  이제 한 자씩 잘 읽겠습니다 신기하고 기특한 일입니다 다른 것 다 필요없습니다. 나도 읽을 수 있습니다.   2..

‘기초 문해 생활’의 의미

문해 교육을 통해 기본적인 읽고 쓰기 능력을 갖추는 것은 단순히 '글을 안다'는 사실을 넘어서는 일입니다. 이는 일상생활에서 뇌를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다양한 인지 활동이 가능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단순한 문자 해독을 넘어,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머리를 쓰면서 사는' 삶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마트에 가서 물건을 구입할 때, 우리는 가격표를 읽고, 제품의 성분을 확인할 수 있으며, 할인 정보를 통해 합리적인 선택을 생각하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은 단순히 물건을 사는 행위를 넘어, 정보를 분석하고 판단을 내리는 복잡한 인지 활동에 해당합니다. 읽고 쓰는 것을 시작으로 뇌의 다양한 영역을 자극하게 되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겪게 됩니다.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도 문해력은 중요한 역할을 합..

우리나라 비문해자 인구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국민의 문해능력 실태를 파악하고 성인문해교육 정책 수립에 활용하기 위해, 3년 주기로 전국의 만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문해능력 수준을 조사해 발표하고 있습니다. 2023년 9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된 제4차 성인문해능력조사에는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만여 명이 응답했으며, 그 결과가 2024년 발표되었습니다.     성인문해능력조사에서는 문해능력 수준을 ‘1~4이상’으로 구분하며 ‘수준1’은 초등 1~2학년 학습이 필요한 수준으로,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적 읽기·쓰기·셈하기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규정하였습니다. 이에 해당하는 인구는 전체 성인의 3.3%인 146만 명 정도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2020년 조사에서 4.5%로 집계된 것에 비하면 1.2%p 감소한 수치입..

‘비문해자’를 위한 문해 교육이 중요한 이유

우리 주변의 비문해 어르신들은 가부장적 문화가 짙은 전쟁을 겪었던 가난한 가정의 어린이로 자랐습니다. ‘글 읽는 법’을 배워야 할 나이에, 삶의 무게에 허덕이는 부모님을 도와 동생들을 돌보고 먹을 것을 찾고 행상을 돕는 일에 함께 나서야 했습니다. 등굣길에 오르는 또래 친구를 보면서, 혹은 육성회비를 못 내서 선생님께 얻어맞거나 쫓겨나면서 서글픔에 눈물 흘려야 했던 최빈국에 사는 아이들이었습니다. 문해력을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생활비를 벌고 가족을 뒷바라지해야 했던 세월은 부모님으로부터 분가한 후에도 새로운 가정을 또 뒷바라지해야 하는 기간으로 이어졌고, 결국 노년에 이르러서야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고 문해학교에 다니게 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나이 팔십이 되어서야 본인의 이름을 쓸 줄 알게 되면서 흘러내..

문해 교육으로 치매 비용 520억 절감 : 김기웅 교수 연구팀

치매 예방에 있어 문해력, 즉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연구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김기웅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은 치매 환자 중 문맹이 기여하는 비율, 즉 기여위험분율(PAF)을 활용하여 문맹이 치매 환자 발생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추정하고, 한국, 중남미, 유럽, 남아시아/중동, 아프리카 지역에서 문맹률을 줄일 경우 치매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어느 정도 경감할 수 있는지를 계산하였습니다.    기여위험분율(PAF)은 공중보건에서 중요한 지표이며 특정 요인이 전체 질병 발생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입니다. 특정 요인을 제거했을 때, 해당 질병 발생이 얼마나 줄어들 것인지를 나타냅니다. 문맹의 PAF가 16%라면, 문맹이 완전히 사라질 경우 전체 치매..

교육 경험 차이와 뇌 기능 차이 연구 : 최진영 교수 연구팀

교육 수준에 따라 기억력을 담당하는 뇌의 부위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으며, 교육 수준이 높은 노인들은 기억을 위해 더 많은 뇌 부위를 활용하기에 인지적 예비력이 높게 나타날 수 있음을 밝힌 연구가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최진영 교수 연구팀은 교육 수준이 노인의 기억력과 뇌의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구하였습니다.    연구 결과는 교육을 많이 받은 노인과 적게 받은 노인들이 기억력을 유지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상세히 설명하면, 교육 수준이 낮은 노인들은 주로 ‘내측두엽과 안와전두피질’이라는 뇌 부위에 의존하여 기억력을 유지합니다. 이 부위들은 주로 장기 기억 형성과 기억의 회상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쉽게 말해, 이 부위가 건강할수록 기억을 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비문해, 치매 유병률 22% : 브라질 상파울루 연구

문해력 부족이 치매 발생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한 연구가 브라질에서도 수행되었습니다. 연구는 상파울루의 사회적 취약 지역에 거주하는 65세 이상의 노인 2,003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상파울루 노화와 건강 연구(São Paulo Ageing & Health Study, SPAH) 데이터를 토대로 하였습니다. 브라질(마르시아 스카주프카 Marcia Scazufca, 파울로 R. 메네지스 Paulo R. Menezes, 상파울루 대학교)과 호주(오스발도 P. 알메이다 Osvaldo P. Almeida,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대학교) 연구진이 공동으로 진행하였으며, 연구 결과는 2010년 Cambridge University Press에 발표되었습니다. 문해력, 최고 직업 성취도, 월 개인 소득을..

비문해 노인, 인지 기능 감퇴 확률 3.62배 : 최진영 교수 연구팀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최진영 교수 연구팀은 한국 노인들을 대상으로 비문해 상태가 인지 기능 감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심도 있게 분석한 바 있습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총 4년간 종단 연구를 진행하였으며, 동일한 노인들을 여러 차례에 걸쳐 조사하여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들의 인지 기능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추적했습니다. 연구에서는 특히 비문해 노인들이 문해 노인들에 비해 인지 기능이 감퇴할 위험이 훨씬 높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통해 이러한 차이를 정확히 분석하였으며, 그 결과 문맹이 인지 기능 감퇴의 중요한 위험 요인임을 밝혀냈습니다.     결과적으로, 비문해 노인들이 문해 노인들보다 인지 기능이 감퇴할 확률이 약 3.62배 더 높다는 결론을 도출하였습니다. 이는 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