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시니어) 문해교육

시니어 문해 학습자의 심리

literacy-talktalk 2025. 2. 27.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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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을 비문해자로 살아오신 분들은 문자로 소통하는 세계에서 소외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공적 참여와 사적 관계에서 위축된 태도를 가지게 됩니다. 비문해 어르신들의 경우 자녀의 학습을 도와주지 못하거나, 자녀의 학교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등 여러 상황에서 깊은 절망감과 주눅 든 삶을 경험합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자신을 '바보'나 '돌대가리'로 부르며 자존감을 낮추고, 항상 세상의 뒷자리나 구석에 머무르는 존재로 인식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삶의 경험은 문해 학습 교실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게 됩니다. 시니어 문해학습자 분들은 새로운 내용을 배울 때 배운 내용을, 아니 배웠다는 사실조차 자주 잊어버리고, 생각이 나지 않을 때마다 쉽게 자책하십니다. 그리고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이 선생님을 힘들게 한다고 느끼고 미안함을 느낍니다. 남의 눈치를 많이 보고, 상대방의 감정에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글자를 배우는 활동 자체가 익숙하지 않아 자주 헷갈리고, 원리를 설명해 주면 골치 아프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학습이 조금이라도 복잡해지면 당혹감을 느끼고,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을 자책하며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런가 하면 문해학습자 동료들과의 관계에서는 성숙하지 못한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학습 시 잘 못하는 동료를 넓은 마음으로 배려하지 못하고, 자신이 아는 내용을 큰 목소리로 재빨리 대답하면서 성취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성숙하지 못한 어린아이 같은 모습으로 비치기도 합니다.

 

시니어 문해 학습자를 지도하시는 관계자분들은 이러한 특징이 어떤 연유로 나타나는 것인지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함으로써 그들의 문해 학습 상황을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합니다.

 

 

 

 

 

동료 학습자 사이에서 나타나는 행동

한 교실에서 함께 학습하는 학습자 간에는 수준 차이와 성취도 차이가 존재합니다. 수업 운영을 하는 교사가 질문을 하면, 다른 사람도 생각할 기회를 가지지 못한 채 자신이 아는 것을 재빨리 드러내며 대답하는 학습자가 나타나는 일이 자주 있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생각을 더듬고 있던 다른 학습자들은 화가 날 수 있습니다. 본인도 생각해 내고 싶은데, 답을 재빨리 불러버리는 동료가 예뻐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자신이 아는 것을 재빨리 큰 목소리로 대답하는 이유는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서입니다. 평생 동안 문해력 부족으로 인해 낮은 자존감과 열등감을 느껴온 이들은 학습 과정에서 성취감을 통해 자신이 가치 있고 유능하다는 느낌을 받고 싶어 합니다. 이 순간에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능력이 일시적으로 부족해질 수 있습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새로운 것을 배웠을 때 기뻐하며 큰 소리로 자랑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또한, 시니어 문해학습자들은 주목받고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합니다. 어린 시절 경쟁에서 뒤처지거나 주목받지 못했던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성인이 되어도 주목받고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게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학습 중 자신이 아는 것을 빠르게 대답하는 행동은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하는 무의식적인 노력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행동은 심리적 방어 기제로도 볼 수 있습니다. 심리적 방어 기제는 사람들이 스트레스나 불안에 직면했을 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무의식적인 전략입니다. 문해학습자들이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재빨리 대답하는 행동은 자신을 무능하다는 부정적인 자아상으로부터 보호하려는 무의식적인 노력일 수 있습니다. 이는 자신이 무시되거나 소외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심리적 방어 기제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재빨리 대답함으로써 성취감을 느끼는 일련의 행동은 자기 효능감과 자존감을 회복하는 도구로 사용됩니다. 이는 그들이 오랜 시간 동안 경험해온 낮은 자존감과 부정적인 자기 인식을 극복하려는 무의식적인 노력일 수 있는 것이지요. 학습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순간, 이들은 어린 시절의 긍정적인 경험을 재현하며 일시적으로 자신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문해학습자들이 성숙하지 못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어린 시절에 형성된 반응 패턴을 반복하는 것과 관련 있습니다. 학습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순간, 과거의 긍정적인 경험을 재현하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능력이 일시적으로 부족해지는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심리적 방어 기제, 경쟁심, 그리고 자기 효능감과 자존감을 회복하려는 무의식적인 노력인 것이지요. 교사와 동료 학습자들은 이러한 심리적 배경을 이해하고, 문해학습자들을 더욱 배려하고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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