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미디어리터러시와 언어생활 30

기사문의 인용 방식

기사 작성에서 인용 표현의 사용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의 인식과 감정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인용 표현은 기자의 주관적 해석이 개입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정보의 객관성에 영향을 미치고 독자의 판단에 간접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인용 표현은 기자가 선택하는 단어에 따라 객관적인 전달에서부터 감정적인 개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양상을 드러냅니다.미국 언론이 오랜 전통 속에서 이어온 객관주의 저널리즘은 인용 표현 방식에서도 그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미국 언론은 인용할 때 항상 끝을 ‘말했다(said)’로 마무리하는데, 이는 단순한 관행이 아니라 깊은 이유를 품고 있습니다. 미국 기자들이 ‘said’라는 표현을 고집하는 이유는 그 표현이 다른 어..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기

뉴스 기사를 접할 때,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일은 비판적 사고를 함양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사 한 줄 속에 담긴 정보의 진위와 의도를 파악하는 것은 독자의 책임이자 능력이며, 이는 현대와 같은 정보 과잉 시대에 더욱 요구되는 자질입니다. ▸ 사실문(Fact-stating Sentence) 사실(fact)은 현실 세계에서 실제로 일어나 존재하는 것을 말합니다. 사실은 세계에 존재하는 상태이며 말이나 글이 아니라 '내용 그 자체'입니다. 그리고 사실문(Fact-stating Sentence)은 사실과 관련한 정보를 문장으로 표현한 것으로, '참(true)' 일 수도 있고 '거짓(false)'일 수도 있어서 참인지 거짓인지 검증이 가능한 문장을 말합니다.예를 들면, '대..

'미디어 공공성'에 대하여

미디어 공공성이란, 미디어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합니다. 이 공공성이 약해지면, 정보는 오직 상업성과 권력에 따라 선택되고 유통되며, 시민들은 편향된 정보에만 노출되기 쉽습니다. 따라서 디지털 시대일수록 미디어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과 비판적 사고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미디어 공공성은 미디어 기업만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이용자 한 사람 한 사람이 함께 지켜야 할 사회적 약속에 해당합니다. 미디어는 공기처럼 모두가 공유하는 공간이고, 이 공간이 얼마나 건강하냐에 따라 우리 사회의 정보, 토론, 신뢰, 그리고 민주주의의 수준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은 나이, 사는 지역, 직업, 정치 성향과 상관없이 고르게 정보를 접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

'미디어화' 현상

예전에는 사람들이 직접 만나 대화하거나, 책이나 신문에서 정보를 얻는 것이 자연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대부분의 정보가 TV, 스마트폰, 유튜브, SNS, 검색 플랫폼 등을 통해 전달됩니다. 일상적인 소식, 사회 문제, 지식, 심지어 인간관계까지 미디어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여론 형성, 사회 운동, 정치 토론, 일상적 공감까지 모두 미디어 공간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이제는 오프라인 공간보다 온라인 미디어 공간이 더 영향력이 커졌습니다. 이와 같이 미디어가 정보 전달의 주된 통로가 되면서,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 자체가 미디어 중심으로 재구성되는 현상이 바로 미디어화입니다. '미디어화(mediazation)'는, 정보와 커뮤니케이션, 사회적 활동 전반이 미디어를 통해 중개되고, 그 방식과 논리에 영향..

소비자의 착각을 부르는 광고 표현 (3)

직접적으로 제품의 효과를 보장하지 않으면서도 소비자가 특정한 결론을 내리도록 설계된 광고 문구는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다음과 같은 광고 문구는 소비자가 특정한 기대를 형성하도록 만듭니다. ‘하루 한 알로 활기찬 하루를 시작하세요. OO와 함께!’라는 표현은 OOO을 섭취하면 분명 활기찬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지게 하지만, 실제로 활력과 제품 사이의 인과관계는 불분명합니다. ‘단 2주! 이 크림으로 피부의 자신감을 되찾으세요.’라는 문구는 제품을 사용하면 ‘단 2주’ 만에 피부가 개선된다는 기대를 가지게 하지만, 개개인의 피부 상태나 제품 효과는 다를 수 있으며 특정한 기간 안에 효과를 보장할 수 있다는 논리의 근거는 드러나 있지 않습니다. ‘이제 허리 통증 걱정 끝! OO건강 의자와 함께 하세..

소비자의 착각을 부르는 광고 표현 (2)

광고는 소비자 스스로 추론하도록 유도하는 기법을 사용하여 자기 주장의 설득력을 높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중립적인 두 문장을 나열하면서 특정 인과 관계를 자기도 모르는 사이 수용하게 만드는 방식이 사용되기도 합니다. 저런, 탈색이 됐네요. 염소계 표백제를 쓰셨죠? (산소계 표백제, OO크린) 어머니의 정성과 선생님의 지식으로 지도하는 구문수학- 아이를 키워 본 경험이 있는 어머니 선생님들이 정성으로 지도할 때 학습 효과가 높습니다. (학습지, OO수학) 세계적인 장수 국가 OOOO, OOOO식으로 만든 OOOO. (발효유, OOOO) ‘저런, 탈색이 됐네요. 염소계 표백제를 쓰셨죠?’라고 한다면, 광고에서 단순히 두 가지 사실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옷감이 탈색된 상황을 제시..

‘네이티브 광고'

디지털미디어 시대에는 광고가 우리의 삶 거의 모든 맥락에 스며들고 있습니다. 단순히 광고가 많아진 차원이기보다는, 디지털 경제의 확산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사업·경영 활동이 이제는 디지털 세계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당연해지면서, 광고는 우리가 소비하는 콘텐츠의 일부처럼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디지털 세계의 광고는 이물감 없이 자연스럽게, 마치 본래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끼어드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네이티브 광고(Native Advertising)’이라는 용어는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네이티브 스피커’가 ‘모국어 화자’를 뜻하듯이, ‘네이티브(native)’는 ‘본래 그곳에 속한, 원래 있었던’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모국어 화자가 본래부터 가지고 있었던 ..

디지털 경제와 광고

디지털 경제는 현대의 모든 경제 활동이 물리적 한계를 넘어 디지털 기기와 플랫폼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같은 디지털 기기는 소통의 도구이면서도 구매, 결제, 정보 소비와 생산, 광고, 고객 연결 등 경제의 모든 흐름을 통합하는 강력한 플랫폼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실물 세계의 성공적인 경영은 이제 디지털 세계에서의 경쟁력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디지털 공간에는 광고와 정보가 점점 더 긴밀하게 얽혀 있습니다. 우리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통해 접하는 글, 영상, 이미지는 '정보'도 제공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광고'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조회 수, 추천 수, 댓글 수와 같은 지표는 해당 정보의 매력과 신뢰성을 평가하는 척도로 작용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선택받은 콘텐츠는 자연..

유권자가 알아야 할 AI 상식

AI의 발전은 정치 영역에도 빠르게 스며들고 있으며, 특히 선거 유세 과정에서의 활용이 점차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후보자의 메시지를 더 넓은 대중에게 빠르게 전달하고, 유권자 개개인과의 소통을 가능하게 만드는 도구로서 AI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정보의 신뢰성과 책임성이라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와 충돌할 수 있는 위험도 함께 안고 있습니다.  ❚  사망한 정치인을 선거판에 세운 AI  2024년 인도 타밀나두(Tamil Nadu) 선거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캠페인 전략이 새로운 양상을 보였습니다. 특히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사례는, 이미 사망한 두 정치 거물인 M. 카루나니디(M. Karunanidhi)와 J. 자얄랄리타(J. Jayalalithaa)의 디지털 아바타가..

가짜뉴스의 두 가지 유형

가짜뉴스(fake news)라는 용어는 간단하고 명확한 개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의미가 복잡하고 경계가 모호한 문제입니다. 정보가 명백히 조작되었거나 날조된 경우라면 분명히 가짜뉴스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정치적 비판이나 불편한 진실을 전달하는 기사가 '가짜뉴스'라는 프레임으로 공격당하는 사안입니다. 이는 공적 화두에 대한 알 권리를 통해 민주적 방식으로 운영되는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가 침해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1  가짜뉴스의 두 가지 유형과 시민의 대응 ✔ 첫 번째 유형은 정보 자체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입니다. 국제도서관협회(IFLA)에서는 ‘의도적으로 조작되었거나,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사실처럼 보이지만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