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미디어리터러시와 언어생활

드라마, 영화 속의 5.18 광주 민주화운동 재현

literacy-talktalk 2025. 5. 9. 01:00
반응형

5·18광주민주화운동은 한국 현대사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사건으로, 여러 매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재현되었습니다. 영상 매체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제작자의 의도와 서사적 흐름에 따라 특정한 방식으로 사건을 구성합니다. 각 작품들은 각기 다른 서사 구조와 연출 기법을 통해 광주의 5·18을 재현해 왔습니다

 

1995년 방영된 드라마 <모래시계>1970년대 유신정권 시절부터 1980년대 5·18광주민주화운동 등 한국 사회에서 금기시되던 정치적 사건들을 다루며, 근대사의 어두운 장면들을 드라마에서 재현하였지만 신군부의 책임을 직접적으로 다루기보다는 개별 군인의 시점에서 진압 과정을 묘사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드라마에서 다루어진 주된 갈등은 5·18이 아니라 주인공들의 개인적 비극에 해당했고 5·18과 같은 역사적 사건은 직접적으로 다루기보다 단순한 배경으로 활용되는 방식으로만 다루어졌습니다.

 

모래시계라는 드라마는 대중적 인기를 얻었지만, 5·18이라는 정치적 사건은 배경으로서만 비쳐지고 등장인물들 개인의 서사에 집중하면서 역사적 사건들을 탈정치화된 방식으로 다루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당시 정치적 상황과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한 결과로 보입니다. 1990년대 중반은 민주화 이후 비교적 표현의 자유가 확대되었지만 여전히 정치적 민감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따라서 제작진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에 해당하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활용하면서도 직접적인 정치적 비판보다는 개인의 서사에 집중하는 방식을 통해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추구하고자 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2005년에 방영되었던 <5공화국>정치드라마의 형식을 차용하여 5·18을 보다 사실적으로 재현했습니다. 드라마는 언론 보도 자료와 역사적 기록을 활용하여 사건을 극적으로 구성하였으며, 계엄군과 시민군의 대립을 분명하게 드러냈습니다. 광주 시민들의 일상과 함께 518일을 전후한 정치적 상황을 교차 편집하며 사건의 맥락을 강조하였습니다. 계엄군 내부에 있었던 갈등도 묘사하며 단순한 선악 구도를 넘어서려는 시도도 보였습니다. 이는 2000년대 중반, 민주화 이후 사회적 분위기가 비교적 개방적으로 변하면서 가능해진 접근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영화 <화려한 휴가>(2007)는 광주민주화운동을 본격적으로 다룬 작품으로, 비극적 상황 속에서 가족과 친구를 지키려는 시민들의 이야기를 중심에 두었습니다. 이 영화는 당시의 참상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며, 군부의 무차별적인 진압과 시민군의 저항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시민들이 탄 차량들을 향해 계엄군이 무차별 사격을 가하고 택시 기사들과 승객들이 총에 맞아 숨졌던 택시 학살장면을 묘사하는 등 군부의 폭력이 얼마나 무차별적이고 잔혹했는지를 시각적으로 강렬하게 전달했습니다. 2000년대 후반, 역사적 사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성숙해지면서 사건의 비극성과 인간적 측면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간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2017년 개봉한 <택시운전사>19805, 서울에서 택시 운전사로 일하며 어린 딸과 함께 살아가는 김만섭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그는 외국인 손님을 태우고 광주에 다녀오면 10만 원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를 태우고 광주로 향합니다. 만섭은 광주에서 군부의 무자비한 진압과 시민들의 저항을 목격하며 큰 충격을 받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힌츠페터와 함께 광주의 참상을 기록하고, 이를 세상에 알리는 데 일조하게 됩니다. 영화는 만섭의 시선을 통해 사건을 조명하며, 그의 내적 변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이 영화는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여, 외부인이 광주를 목격하고 이를 세계에 알리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광주의 비극을 국제적 시선에서 조명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지며, 2010년대 후반 글로벌화된 사회에서 5·18의 국제적 의미를 강조하는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광주의 비극이 한국 내부의 정치적 사건이나 지역적 비극이 아니라 국제사회가 함께 주목해야 할 인권 탄압 문제라는 사실이 됩니다. 언론 자유, 진실 보도, 시민 저항, 국가 폭력이라는 보편적 인권 담론으로 이끌어냄으로써 국경을 넘어선 연대의 가능성이 생겨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김군>(2018)19805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촬영된 한 무장 시민군의 사진에서 출발합니다. 이 사진 속 인물은 군모를 쓰고 군용 트럭 위에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극우 논객 지만원 씨는 이 인물을 북한 특수군으로 지목하며 5·18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강상우 감독은 이러한 주장에 의문을 품고, 영화를 통해 사진 속 인물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증언을 모아 그의 행적을 추적합니다영화는 이 과정에서 ‘그가 북한군이 아니었다’는 반박을 넘어서, 왜 그런 주장이 나왔고, 어떻게 그 주장이 오랫동안 유포되고 받아들여졌는지를 비판적으로 조명합니다. 지만원 씨의 주장이 역사적 진실을 흐리는 방식임을 지적하면서, 이름도, 얼굴도 알려지지 않았던 김군 같은 수많은 개인의 희생과 용기를 조명합니다. 

 

 

 

 

DJ "모래시계 만든 사람들 용서할 수 없다" 분노한 이유 (중앙일보)

출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2747328#home

 

김대중 "모래시계 만든이 용서 못해"…사투리 쓰면 무조건 깡패? | 중앙일보

[노진호의 이나불]

www.joongang.co.kr

 

극 중 비열한 캐릭터들만 사투리를 쓰는 설정에 대해,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모래시계를 만든 이들을 용서할 수 없다는 강한 유감을 표했다고 전해집니다. 전라도 사투리가 부정적인 인물 묘사에 반복적으로 활용되는 현실은 오늘날까지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사투리를 쓰는 인물들은 종종 사회적으로 낮게 평가되는 직업군이거나, 무지하고 우스운 캐릭터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기사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지역(지방)이 어떻게 재현되고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게 합니다.

 

 

영상매체가 시각적으로 구성하는 방식과 달리,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독자의 상상력과 감정에 깊이 침투하는 문학 특유의 내면화된 재현 방식으로 광주의 비극을 기억하게 합니다. 실제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되, '동호'라는 15세 소년과 그를 기억하는 주변 인물들의 목소리를 통해 각각의 인물이 경험한 5·18의 파편을 조각조각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우리 앞에 재현해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