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미디어리터러시와 언어생활

유권자 리터러시

literacy-talktalk 2025. 4. 29.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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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 리터러시 (정치 언어를 읽는 힘)

 

1.  정치인들의 언어: 깨끗하고 바른 말의 함정

 

디지털 시대에 정치인들은 언어를 전략적으로 사용합니다. 정치인의 발언을 접하면 모두 정의롭고 깨끗한 것처럼 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국민을 위한 깨끗한 정치입니다. 그러나 저들은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권력을 남용하고 있습니다' 또는 '우리는 법과 원칙을 준수하는 정당입니다. 그러나 저들은 불법과 탈법을 일삼습니다'와 같은 표현이 사용됩니다. '우리는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저들은 갈등과 분열을 조장합니다', '우리는 진실과 정의를 지키는 파수꾼입니다. 그러나 저들은 부패와 거짓의 대리인입니다'와 비슷한 주장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언어는 자신들을 도덕성과 정의의 편에, 상대방을 부정과 부패의 편에 위치시키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유권자들은 이러한 말만 듣고 그대로 믿어서는 곤란합니다. 언어가 무엇을 전달하고 있고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살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우리에게 주어진 한 표, 한 표가 진정한 힘으로 작용해서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이끌어 갈 지도자를 선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문제 제기:  저 말들은 다 진실일까

 

'아, 저 정치인은 정말 깨끗한 정치를 하는구나', '맞아, 저쪽은 권력을 남용하고 있었어'와 같은 판단이 발언을 듣는 즉시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는 복합적인 현실을 다루는 영역이며, 언어는 이 현실을 충실히 반영하기보다는 때로는 현실을 가리고 왜곡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정치 언어의 표면을 넘어서는 비판적 사고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이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정치인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발언이 가진 의도와 전략을 분석하고 그 이면을 읽어내는 유권자가 많아져야 우리 사회의 지도자를 투표로서 제대로 세울 수 있습니다.

 

 

3.  상황 분석: 왜 우리는 쉽게 현혹될까

 

1)  언어는 감정을 자극한다

정치 언어는 정보를 단순히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정치인은 의도적으로 감정을 자극하는 단어를 선택하여 청중의 즉각적인 반응을 유도합니다. '깨끗한 정치', '법과 원칙', '평화', '진실과 정의'와 같은 긍정적 언어는 도덕성과 신뢰를 연상시키며 청중에게 호의적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반면 '사리사욕', '불법', '갈등', '부패'와 같은 부정적 언어는 불안과 분노를 유발하여 상대방에 대한 반감을 심어줍니다.

 

이러한 언어의 감정적 효과는 대개 무의식적으로 작동합니다. 특히 정보를 소비하는 속도가 빠른 디지털 환경에서는 청중이 깊이 생각할 시간을 갖기 어렵기 때문에, 언어가 불러일으키는 감정적 반응이 판단을 지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치 언어는 이처럼 청중이 논리적 분석보다 느낌에 따라 판단하도록 유도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2)  이분법적 구도를 통해 현실을 단순화한다

정치 언어는 복잡한 현실을 단순한 이분법적 구도로 축소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우리'는 정의롭고 깨끗한 존재로, '저들'은 부패하고 위험한 존재로 설정되는 식입니다. 이러한 이분법적 프레임은 복잡한 맥락을 간과하게 만들고 청중이 세부적인 사실을 따지기보다는 소속감에 기반해 편을 가르고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만듭니다.

 

특히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는 짧은 문장, 자극적 이미지를 통해 정보가 빠르게 소비되기 때문에 이러한 단순화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그래서 우리는 복합적 문제를 다각도로 분석하기보다 선악 구도 속에서 직관적으로 편을 선택하는 경향을 가지게 됩니다.  

 

 

3)  감정이 사실보다 먼저 작동한다

'깨끗한 정치' 같은 긍정적인 말을 듣게 되면, 사람들은 구체적인 정책이나 행동을 검토하기 전에 먼저 신뢰와 호감 같은 감정적 반응을 경험합니다. 이는 인간 인지 구조에서 감정적 반응이 이성적 검토보다 빠르게 작동하는 특성 때문입니다.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 1974~)는 인간이 상황을 해석할 때 감정이 먼저 활성화되고 이성적 사고가 그 뒤를 따른다는 것을 실험으로 입증한 바 있습니다.

정치 언어는 이러한 인간의 특성을 이용하여 복잡한 정책 세부사항을 이해하기 전에 감정적 인상을 심어줍니다. 복잡한 정책을 이해하려면 시간과 에너지가 소요되지만, 감정적 반응은 순간적으로 형성되므로 많은 사람들은 깊은 분석 없이 언어가 유도하는 감정에 따라 판단을 내리게 됩니다.

 

 

4.  유권자가 가져야 할 리터러시 역량

 

1)  감정과 이미지를 겨냥한 전략임을 인식하기

정치적 발언은 단순한 사실 전달이 아니라 감정을 움직이기 위해 구성된 전략임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치인의 발언을 접할 때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이 말은 지금 나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가, 구체적인 정책이나 행동 없이 추상적 가치만 제시되고 있지는 않은가, 상대방을 비난하는 표현이 구체적 사실에 근거하고 있는가이러한 질문을 통해 발언이 감정적 유도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좀 더 비판적으로 내용을 분석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2)  정치 발언과 실제 행동의 일치 검증하기

정치적 발언은 그 자체로 진정성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발언과 실제 행동이 일치하는지를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법과 원칙을 준수한다'는 발언을 하고 있다면 법 제정이나 법 집행 과정에서 실제로 그러한 원칙을 지켰는지 살펴야 할 것입니다. '깨끗한 정치'를 강조하고 있다면, 재산공개 투명성, 이해충돌 방지 제도 강화 등 구체적 지표를 통해 그의 진정성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말은 쉽게 할 수 있겠지만 행동은 기록과 결과로 남기 때문에 일관성을 확인하는 것은 정치적 신뢰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3)  이분법적 프레임 넘어서기

정치 담론에서 '우리 vs 저들', '선 vs 악' 구도가 등장할 때, 문제를 보다 복합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현실의 문제는 다양한 이해관계와 복합적인 요인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대립 구도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정치 발언을 평가할 때는 이 주장은 단순한 선악 대립 구도에 갇혀 있지는 않은가, 실제로 어떤 정책이나 제도가 문제를 야기했는가, 다른 해결 접근 방식은 없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져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문제의 본질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감정적 대립을 넘어서는 사고를 가능하게 합니다.

 

 

5. 유권자 리터러시: 구체적 실천 방법

 

1)  감정적 반응을 늦춘다

정치적 발언을 들었을 때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감정에 휘둘릴 위험을 높입니다. 감정은 사실 검증보다 훨씬 빠르게 작동하기 때문에 발언을 접하는 순간 자동적으로 신뢰하거나 거부하는 판단이 내려질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일시적으로 사고의 흐름을 늦추는 작은 습관을 들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물을 한 모금 마시는 것입니다. 물을 마시는 행위는 신체적 동작을 통해 감정의 속도를 늦추고, 반응을 의식적으로 조절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이렇게 짧은 시간을 확보한 후 스스로에게 '이 발언은 나의 어떤 감정을 자극하고 있는가'를 질문해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감정 반응을 인식하는 순간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사고의 주도권을 스스로 되찾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감정과 사고를 분리해내는 이 작은 습관이 정치 언어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키우는 데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2)  구체적 근거를 요구한다

정치적 발언에서는 '정의', '평화', '깨끗한 정치'와 같은 추상적 가치가 자주 등장합니다. 이러한 표현은 듣기에 매력적이지만, 구체적인 행동이나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모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치인의 발언을 접할 때는 해당 발언이 어떤 구체적 행동과 연결되어 있는지를 질문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깨끗한 정치'를 주장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실제로 어떤 제도 개선을 추진했는지, 그리고 그 결과로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그저 구호로서 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정책 시행, 제도 개혁, 부패 방지 시스템 구축 등 구체적 결과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요구됩니다.

이러한 검증 과정을 통해 언어만으로 인상이 만들어지도록 하지 말고, 언어와 행동의 일관성에 따라 신뢰를 평가합니다. 정치적 발언이 주장하는 가치와 현실의 실천 사이를 연결해보려는 노력은 유권자의 판단을 보다 탄탄하게 만듭니다.

 

3)  프레임을 바꿔 질문한다

정치적 갈등은 흔히 '우리 vs 저들', '선 vs 악'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로 단순화됩니다. 그러나 현실 세계는 다양한 이해관계와 복합적 요인들이 얽혀 있는 만큼, 단순한 선악 구도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므로 정치 발언을 들을 때는 말 속에 들어 있는 구도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저들은 부패했다'는 주장만 듣고 판단하기보다, '어떤 제도와 환경으로 인해 부패가 일어났는가',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대안이 가능한가'와 같은 질문을 추가로 던져야 합니다. 이러한 질문은 사건이나 현상의 이면을 탐색하게 만들며, 보다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문제 이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프레임을 바꿔 질문하는 습관은 감정적 대립을 넘어 사고의 폭을 넓히는 데 기여합니다.

 

4)  팩트 체크를 생활화한다

정치인의 발언이나 행동을 들었을 때,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기 전에 다양한 출처를 통해 교차 검증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필요합니다. 디지털 시대에는 뉴스, 데이터베이스, 다양한 통계 자료에 쉽게 접근할 수 있으므로,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팩트 체크를 할 때는 긍정적 보도만 읽지 말고, 비판적 분석을 다루는 기사도 함께 비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정 정치인이나 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기사만 지속적으로 접하면 편향된 인식이 강화될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주요 키워드에 '비판', '논란', '사실 확인' 등의 단어를 추가하여 다양한 관점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교차 검증은 확인 과정이 될 뿐만 아니라 자신이 얻는 정보의 편향 가능성을 스스로 점검하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할 수 있으며 정치적 발언을 보다 정확하고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정치 언어는 감정을 선점하고 사고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유권자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언어의 의도와 행동의 일치를 검토하며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노력을 지속하는 것이 필요합니다정치적 발언을 접할 때마다 그 근거와 맥락을 점검하는 습관을 갖는 것은 건강한 민주주의를 지켜나가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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