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위한 화용론

감정문해력과 자존감의 관계

literacy-talktalk 2025. 4. 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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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대의 삶과 감정 관리의 중요성

감정을 이해하고 다루는 능력, 즉 감정문해력은 결국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데에 중요한 역량이 됩니다. 감정은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기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활동의 동기를 어디에서 얻는지를 알아가는 신호가 되기에 자기 자신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SNS, 뉴스, 메시지를 통해 타인의 감정 표현, 평가, 비교 대상을 마주하게 되고 감정을 자극하는 외부 환경이 압도적으로 증가하여 우리 내면은 외부 자극에 의해 끊임없이 재촉받습니다. 일상을 파고드는 광고며 뉴스 기사조차도 감정을 자극하여 클릭을 유도하는 문구가 기본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시선을 채우는 정보 문구들은 논리나 사실로서 다가오기 전에 놀람, 불안, 분노, 조급함, 욕망 등 즉각적인 정서 반응을 유도합니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감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에 과거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게 되었습니다. 과거보다 성취 중심적이고 경쟁적인 구조를 띤 현대 사회에서는 끊임없이 성과와 효율, 이미지와 평가를 강조하기에 ‘있는 그대로의 나’보다는 ‘성과 있는 나’, ‘보여줄 수 있는 나’에 대한 요구가 강한 것도 사실입니다. 

내가 내 감정의 주인이 되고, 그 감정을 주도해 나가는 힘을 기르는 것이 어느 때보다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감정의 흐름을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 감정을 바라보고 이해하며 나의 선택과 행동으로 연결시켜내는 것은 내 삶의 중심을 지켜주는 핵심적인 힘이 됩니다.

 



❚2  감정문해력을 통한 자존감 관리

감정문해력 이해
감정문해력과 감정지능은 모두 감정을 인식하고 다루는 능력과 관련되어 있지만 그 초점과 접근 방식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습니다. 감정지능은 자기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하고, 타인의 감정도 이해하면서 효과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능력인 반면, 감정문해력은 그보다 더 기초적인 수준에서 감정을 언어적으로 인식하고 해석하는 능력에 해당합니다. 자신이 지금 느끼는 감정을 잘 알아차리고 왜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 맥락과 원인을 헤아리는 가운데 감정의 의미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과정에 주목합니다. '감정지능'이 감정의 종합적 활용 능력이라면, '감정문해력'은 그 활용의 기초가 되는 ‘감정에 대한 이해와 해석’ 역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을 포함하여 상대방의 감정 상태를 읽어내는 능력이 선행되어야 감정지능도 효과적으로 발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존감과의 관계
자존감은 흔히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적 평가’로 이해되곤 하지만, 자존감이 높다는 것은 단순히 스스로를 칭찬하는 상태가 아니라 ‘외부의 평가나 반응에 즉각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균형 있게 유지하는 내면의 힘을 지닌 상태’를 의미합니다. 자존감의 안정성은 감정문해력과 깊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자존감이 낮은 상태에서는 외부의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고 작은 비난이나 무시에도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의심하고 부정하는 방향으로 감정을 다스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내면에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안정된 믿음이 자리잡고 있지 않기 때문에, 타인의 말이나 행동이 그 믿음을 흔드는 바람으로 작용합니다. 외부의 말이나 태도가 단지 하나의 의견이나 상황으로 받아들여지기보다는 나의 전체 존재를 평가하고 부정하는 메시지처럼 느껴지게 되는 것이지요. 

 

 

감정 해석
감정이 나를 지배하고 있을 때는 그 감정이 곧 ‘세상의 전부’처럼 느껴집니다. 어떤 감정 안에 들어가게 되면 그 감정이 아닌 어떤 다른 기준이나 가능성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 됩니다. 감정은 세계를 바라보는 창의 색깔이 되기 때문이지요. 감정이 강하게 작동할수록 그 감정이 틀 짓는 방식대로 세상을 해석하게 됩니다. 그 어떤 조언도 감정의 힘 앞에서는 설득력이 약하게 느껴집니다. 감정의 안쪽에 있을 때는 바깥이 보이지 않아서 바깥을 보려면 잠시 감정에서 나와야 하는데 그 과정이 가장 어려운 일이고 용기가 필요하기도 하지요. 자신이 규칙적으로 빠져드는 감정은 각자의 신경 속에서 자동반사 경로처럼 자리 잡기 때문에, 그 안에 빨려드는 것이 거의 ‘당연한 일’처럼 됩니다. 그래서 자신만의 감정의 흐름에 빨려들지 않고 그것을 인식하고 다른 방식으로 다루겠다는 자각의 힘이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지요.


‘이 감정은 어디서 출발한 것이지?’, ‘내가 지금 덥석 집어든 해석이 뭐지?’와 같은 의식적인 생각으로 반사적인 자동반응을 멈춰 세우는 감정문해력이 높다면, 자기 감정을 단지 불쾌하거나 고통스러운 기분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내 안의 욕구나 기대의 작용으로 발생하는 신호라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나의 감정을 외부 상황의 탓으로 돌리고 피해자로만 바라보지 않고 자신의 내면을 살피게 됩니다. 누군가의 말에 상처를 받았다면, ‘내가 이 말에 왜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지?’, ‘내가 지금 필요로 하는 건 인정이나 지지인데 그런 게 없어서 그런가?’와 같은 질문을 하는 것이지요. 감정문해력이 높으면 자기 감정을 외부 자극의 결과로만 바라보지 않고, 자기 안의 욕구와 기대, 상처 등과 연결된 맥락 위에서 바라보면서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역량이 쌓이게 됩니다

‘나는 무시당했다’와 같은 느낌은 ‘감정’인 듯하지만 ‘감정에 대한 해석’에 해당합니다. 무시당한 느낌은 이미 타인의 의도를 추측한 후 그에 대한 평가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나를 지나치며 인사를 하지 않았다면, 사실 자체는 그냥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행동일 뿐인데 그에 대해 내가 ‘섭섭하다’, ‘서운하다’, ‘속상하다’라는 감정을 느끼는 것입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나를 무시한 거야’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그 사람의 의도까지 해석을 해서 내 감정에 영향을 받게 된 것이지요. 감정은 ‘1차적 정서 반응’에서 시작되어 그 감정을 어떻게 해석하고 언어화하느냐에 따라 2차적 인식으로 구조화가 일어나게 됩니다. 그래서 감정을 바라보고 이해하고 해석하는 과정은 감정을 처리하는 데에 중요한 기초 단계가 됩니다. 

감정문해력이 부족하면 이러한 해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감정에 휘둘리는 말이나 행동을 하기 쉽습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이 어떤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반응인지, 그 사건을 해석한 결과로 생긴 감정인지를 분리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감정은 내 안의 어떤 욕구나 기대를 건드렸는지를 알려주는 내면의 신호라서 ‘섭섭함’은 ‘관심 받고 싶다’, ‘존중받고 싶다’는 기대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생깁니다. 이런 내면의 욕구를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감정은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욕구를 알아차리게 되면 방금까지도 나를 잠식하려 했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좀 더 성숙하고 책임감 있는 반응 방식을 선택하게 됩니다.  

 

 

(※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각자 자신의 삶을 통해 '배움'을 진행해나가는 것이지요. 우리 각자의 마음이 약해지는 순간을 한 개씩만 풀어놓아볼까요? 서로의 고백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함께 자신의 숙제를 털어내는 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부터 해 볼게요. 저는 어려서부터 혼자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많다보니 남들과 보조를 맞추는 데에 서툴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좀 엉뚱하다거나 특이하다거나 이상한 느낌을 스스로 받을 때 '이해받지 못하는 사람이 되는 기분'을 느끼게 되는데 그때 찾아드는 공포감이 있어요. 외톨이가 될까봐 느껴지는 공포인 것 같아요.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생긴대로 내 나름의 생각의 시간을 쌓으며 이 나이에 이르러보니 그런 두려움/외로움/공포감을 처리하는 방법이나 용기도 단련되는 것을 느낍니다. 아직 다 떨친 것은 아니지만 뭐 다들 그런 거 아니겠어요? ^^ '아, 내가 또 그런 감정을 느끼는구나. 괜찮아, 다들 그런 순간이 있고, 나에게는 그래도 누구누구가 있어'라고 하면서 그들과의 관계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새롭게 하기도 합니다. 자, 이제 여러분의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저의 이 엉뚱한 권유에 호응을 해 주시면 지금 찾아드는 저의 공포감을 다스리는 데에 도움을 주실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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