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국가, 국민의 역할

❚ 1. 국가의 기능

국가는 단순히 영토와 국경선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국가는 구성원들이 서로 합의하는 관계 속에서 만들어가는 법과 제도, 그리고 이를 유지하는 시스템이 조화를 이루면서 건강하게 형성됩니다.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국가는 국민이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보호하고, 법과 질서를 유지하며, 경제와 사회 기반 시설을 효과적으로 운영합니다. 이러한 국가가 존재할 때 국민은 생명과 재산을 보호받으며, 자유롭고 공정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습니다. 

국가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는다면 국민은 범죄와 폭력의 위협에 노출되고, 경제적 불안정으로 인해 기본적인 생활조차 보장받지 못할 위험이 큽니다. 따라서 국가가 건강하게 작동하는 것은 국민 개개인의 삶이 보장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법과 질서의 유지

 

'법과 질서의 유지'는 국가의 핵심 기능 중 하나입니다. 법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으면 사회는 무질서해지고, 힘 있는 소수만이 권력을 독점하게 됩니다.

경찰과 사법기관이 공정하게 운영될 때 국민은 생명과 재산을 보호받으며,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국가가 공정한 법치를 유지할 때 국민은 법 앞에서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으며, 억울한 처벌이나 부당한 차별 없이 자유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경제 시스템의 안정성

경제 시스템의 안정성 또한 국가의 정상적인 운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국민이 노력한 만큼의 정당한 대가를 받고, 공정한 경쟁 속에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금융 시스템이 불안정하면 국민의 재산이 위협받고, 시장의 기능이 마비될 경우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국가는 경제 질서를 유지하고 공정한 시장 경쟁을 유도해야 하며, 국민이 경제적 안정 속에서 미래를 계획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사회 기반 시설과 공공 서비스

 

국민 각자가 깨끗한 물과 공기, 도로, 전기, 통신과 같은 기본적인 인프라를 확보하고 관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생활의 편리함을 넘어서, 생존에 필수적인 요건이며, 모두가 안전하고 쾌적하게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환경에 해당합니다. 

누구나 차별 없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며,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도 국가가 마련해야 할 필수적인 공공 자원입니다. 상하수도 시설이 정비되어 각 가정에서 안전한 식수를 사용하고, 질병에 걸렸을 때는 거리나 비용에 장벽을 느끼는 일 없이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을 때 사회가 안정된 모습을 유지하게 됩니다. 

국가가 공공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사회적 기본 환경을 철저하게 관리할 때, 국민은 스스로의 삶을 예측 가능하고 지속 가능하게 꾸려나갈 수 있습니다. 공공 서비스가 단절되거나 불균형하게 제공된다면,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안정된 삶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가는 이러한 영역에 대해 적극적인 책임 의식을 가지고 꾸준히 관리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  2. 권력의 사유화와 국민의 역할

 

민주주의 국가의 가장 기본 전제는 '국가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라는 원칙입니다. (참고.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러한 원칙은 '국민 주권, 법치주의, 권력 분립, 언론의 자유, 정기적인 선거' 등을 통하여 권력이 통제받으면서 유지됩니다. 국민은 선거를 통해 권력을 일시적으로 위임할 뿐, 권력은 본래적으로 국민의 것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공직자는 ‘주인’이 아니라 ‘국민의 대리인’이며, 그 권한은 ‘공공의 목적’을 위해서만 사용되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입니다.

 

(참고로, 민주주의를 표방하지 않는 국가에서는 권력 유지의 정당성을 ‘여론과 선거’가 아닌, 전통, 혁명, 신념, 민족주의, 또는 지도자의 개인적 카리스마에 의해 부여하기도 합니다.)

 

 

민주주의의 위기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해야 하지만, 권력을 가진 자들이 이를 사적으로 이용하려 할 때 국가의 정상적인 기능이 무너질 위험이 큽니다. 권력의 남용은 서서히 진행되며, 국민이 이를 감시하지 않으면 결국 민주주의와 공정성이 훼손됩니다. 권력의 부패는 단순한 개인의 도덕적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국가 전체의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권력이 사유화되면, 같은 법 아래에 있어도 어떤 사람은 처벌받고, 어떤 사람은 빠져나가는 일이 생깁니다. 국민은 억울해지고, 정의는 무너지게 됩니다. 국민이 낸 세금이 복지나 교육, 의료, 사회 기반 시설을 위해 사용되지 않고 권력자들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에 사용되게 됩니다. 
권력을 유지하려는 사람들은 비판적인 목소리를 막기 위해 표현의 자유나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을 만들기도 합니다. 감시 카메라를 확대하거나 인터넷을 검열하는 방식으로 국민의 일상을 통제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언론이 통제당합니다. 비판하는 신문사에는 광고를 끊고, 반대 의견을 말하는 기자에게는 불이익을 줍니다. 이렇게 되면 국민은 왜곡된 정보만 접하게 되고, 무엇이 진실인지 판단하기 어려워집니다.

 

 

국민 스스로가 자신의 역할을 해야 

 

국민이 선출한 권력은 본래 국민을 위한 것이며, 국민과 권력은 서로 신뢰하면서도 건강한 균형을 유지하는 관계를 이루어야 합니다. 국민이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것입니다.

 

하나의 뉴스나 특정 정보원에만 의존하기보다, 다양한 매체의 보도를 비교하고 사실을 검토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정보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감정적인 선동이나 편향된 주장에 휘둘리지 않도록 신중한 태도를 갖추어야 합니다. 권력도 실수를 할 수 있으며, 때때로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성숙된 견해를 가지고 올바른 정보를 바탕으로 하여 건강하게 소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투표는 스스로 권력을 위임하는 매우 중요한 행위입니다. 본인에 한정해서 생각하면 단 한 표에 불과해 보이고,  '투표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라는 회의적인 생각도 할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투표를 포기할수록 권력은 국민의 뜻과 점점 멀어지게 됩니다.
꼭 대단히 훌륭한 정치인을 뽑아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그보다는 '누가 더 책임 있게 일할 가능성이 있는가, 어떤 정책이 현실적인가, 누가 나와 우리 공동체를 위해 귀 기울일 태도를 갖고 있는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하고 선택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법과 정책이 특정 계층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관심을 가지는 것도 중요합니다. 법은 사회 전체를 위한 것이며, 소수의 특권층만을 보호해서는 안 됩니다. 만약 법과 제도가 일부 계층의 이익을 위해 불공정하게 운영된다면, 국민은 이를 문제 삼고 개선을 요구해야 합니다. 시민사회와 협력하여 의견을 제시하고, 보다 나은 방향으로 법과 정책이 수정될 수 있도록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국민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면, 권력도 더 책임감 있는 태도로 운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리터러시 역량의 중요성

 

국민의 리터러시 역량은 국가가 건강하게 작동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해 줍니다. 국가는 법과 제도, 경제 시스템, 공공 인프라 등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권리를 보호하는 구조로 유지되지만, 이러한 시스템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국민 개개인이 정보를 정확하게 해석하고, 공공 문제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리터러시 역량이란 단순히 글을 읽고 정보를 접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출처의 정보를 비교하고 그 신뢰성을 판단하며, 공공의 이익과 사회 정의에 대한 감각을 기르는 것을 포함합니다. 왜곡된 정보에 휘둘리지 않고, 공정성과 공공성을 분별하는 능력을 갖춘 시민만이 권력의 남용을 견제하고, 국가가 본래의 기능을 다하도록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