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미디어리터러시와 언어생활

공영방송 vs 알고리즘 추천: 공공성과 책임의 문제

literacy-talktalk 2025. 3. 23.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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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상을 보여주는 창, 언론

 

언론은 오래도록 대중과 세상을 연결하는 창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돌아볼 것은, 우리에게 ‘세상은 이렇다’는 것을 알게 하였던 창이 정말 언제나 맑고 투명하기만 한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오늘날 뉴스 리터러시가 중요하게 부각되는 이유는, 우리가 접하는 정보에서 '나열하고 있는 사건'에만 집중해서는 안 되고, 해당 정보물이 '제작되는 과정에 숨겨진 배경과 의도'를 읽어낼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뉴스는 결코 진공 상태에서 생산되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YTN의 민영화 논란은 언론의 공공성과 상업성의 갈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민영화”라는 단어는 경영 효율성의 개선을 이야기하는 듯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공공성 약화’와 ‘언론 독립성 훼손’에 대한 우려가 깃들어 있습니다. 특정 자본이 YTN을 인수할 경우, 보도 방향이 ‘공공의 이익’보다는 ‘대주주의 이해관계’를 우선하게 될 가능성도 발생합니다. 

공영방송인 KBS의 경우도 정치적 문제와 관련하여 기존 사장의 임기가 보장되지 않고 특정 정권과 긴밀한 관계를 가진 인물이 임명되는 일들이 벌어집니다. 이러한 경우는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습니다. 공영방송은 대중의 신뢰를 기반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원칙과 상충되며, 정치적 개입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할 공영방송의 역할을 되짚게 합니다. 이에 ‘공영방송’이 무엇인지 살펴보면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방송의 모습을 돌아보도록 합니다. 

 

 


❚2  공공의 이익을 위한 공영방송의 모습

 

공영방송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위한 방송으로서 존재합니다. 이는 단지 소유 구조나 자금 출처의 문제가 아니라, 그 방송이 실질적으로 수행해야 할 역할과 책무의 본질을 가리킵니다. 공영방송은 상업적 수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사회 전체의 이익을 중심에 두고 운영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 전체의 이익’이란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인 삶의 질 향상과 민주주의의 기반을 다지는 데 기여하는 실질적 행위를 포함합니다.

먼저, 공영방송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나 정책, 제도 변화 등에 대한 정확하고 균형 잡힌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국민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합니다. 이러한 정보 제공은 단순히 사실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서, 사안의 맥락과 다양한 관점을 함께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이는 상업 방송이나 특정 이해집단에 종속된 언론이 쉽게 수행하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그 다음으로, 공영방송은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공적 통로의 기능을 담당합니다. 장애인, 노인, 농어촌 거주자, 다문화 가정, 이주민 등은 시장 논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기 쉬운 존재들입니다. 공영방송은 이들의 일상과 문제를 조명하고 사회적 공감을 확산시킴으로써 사회통합에 기여합니다. 특히 각자의 삶이 얼마나 다른 조건 속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주고, 그 다양성이 존중받아야 할 가치임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공영방송은 교육과 평생학습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는 학교 교육을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연령이나 지역,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누구나 지식과 문화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의미합니다. 유아 교육 프로그램부터 성인을 위한 교양 강좌, 과학 다큐멘터리, 역사 해설 등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를 통해 국민의 전반적인 학습 기회를 넓히는 데 기여합니다. 특히 상업적 수익성이 낮아 외면받는 분야일수록 공영방송이 나서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집니다.

문화의 다양성과 전통의 계승에 있어서도도 공영방송은 중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방송은 단순한 정보 전달 수단이 아니라 문화의 형성과 재생산에 깊이 관여하는 매체입니다. 따라서 특정 유행이나 트렌드만이 아니라, 전통문화와 지역문화, 다양한 예술 장르를 꾸준히 소개하고 조명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문화적 토대를 튼튼히 하는 데 이바지해야 합니다. 이는 국민 개개인의 문화 향유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국가 전체의 정체성과 문화 수준을 가꾸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공영방송은 재난이나 위기 상황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공공 정보의 중심축이 되어야 합니다. 지진, 태풍, 감염병 확산과 같은 긴급 상황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국민의 불안을 줄이고, 공동체가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합니다. 상업 방송이 시청률이나 광고 수익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공영방송은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신뢰의 기준점이 되어야 하며, 그것이 바로 공영방송 존재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이처럼 공영방송은 단지 ‘모두를 위한 방송’이라는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정보, 교육, 문화, 안전, 통합의 영역에서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이롭게 하는 기관입니다. 그 독립성과 공정성은 이 역할들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조건이며, 따라서 공영방송이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요구는 단지 이상적인 주장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공영방송이 공공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이고 본질적인 토대입니다.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일은 곧 민주주의 사회가 스스로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역할들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방송을 소비하는 사람들의 흥미나 즉각적인 욕구에만 최적화된 접근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물론 시청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형식적 장치나 흥미 요소도 방송에 일정 부분 필요하지만, 그것이 방송의 중심 가치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공영방송은 단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만 고민해서는 안 되며, ‘무엇을 왜 보여주어야 하는가’를 먼저 깊이 사유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는 방송사 나름의 철학과 식견, 그리고 방송이라는 공적 매체에 대한 성숙된 가치 의식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공영방송이 다루는 각 주제나 사회적 의제는 충분한 사전 연구와 탐색을 거쳐야 하며, 단편적인 보도나 자극적인 소재 중심의 기획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깊이 있는 분석과 사실에 기반한 취재, 그리고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맥락 설명을 통해 시청자가 사안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이는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 국민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데 이바지하는 일입니다. 결국 공영방송은 당장의 관심이나 인기보다는, 사회 전체의 성숙을 견인하는 방향으로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해야 하며, 그 중심에는 책임감 있는 언론 윤리와 공공성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합니다.

 


❚3  ‘공영 방송사 운영 방식’과 ‘알고리즘 추천 방식’의 차이

1)  기준 설정의 주체:  ‘편집자적 의식’ vs ‘데이터 기반 수요 반영’

 

공영방송은 특정 사안에 대해 “무엇이 지금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정보인가?”를 기준으로 삼아 방송사 내부의 전문성과 윤리의식에 기반한 편집 판단을 합니다. 이는 단순히 인기나 시청률이 아닌, 공공적 가치와 사회적 중요도를 우선시하는 태도입니다. 사회의 건강한 토대를 유지하기 위해 일부러라도 덜 소비되는 주제를 조명할 수 있는 여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에 알고리즘 추천 시스템은 사용자의 클릭, 시청 시간, 좋아요, 구독 등의 데이터 패턴을 기반으로 ‘사용자가 보고 싶어 할 확률이 높은 것’을 자동으로 추천합니다. 이 과정에는 정보 제공자로서의 사회적 책임이 개입되지 않으며, 기준은 오직 개인의 반응성에 근거합니다. 편집자의 가치 의식은 사라지고 ‘기계적 예측’이 판단 기준이 되는 구조입니다.

 


2)  정보 전달의 방식:  ‘비판적 맥락화’ vs ‘반복적 유사성 강화’

 

공영방송은 정보를 사회적 맥락 위에서 설명하면서 다양한 관점을 함께 제시하고자 노력합니다. 이를 통해 시청자는 하나의 현상을 여러 각도에서 생각할 수 있게 되고 한 화두에 대해 보다 깊이 있는 이해를 할 수 있게 됩니다. 공영방송의 이러한 역할은 시청자가 비판적 사고를 기르고 민주적 시민의식을 함양하는 데에 기여합니다.

반면,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선호를 파악한 뒤, 비슷한 종류의 콘텐츠를 연속적으로 제공합니다. 특정 정치 성향의 콘텐츠를 소비하면, 반대되는 의견이나 중립적 정보는 점점 보이지 않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사용자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 속에 갇히고, 자신의 생각과 다른 견해를 접할 기회를 점점 잃게 됩니다. 이는 정보의 다양성 축소와 사회적 양극화를 부추기는 요소가 됩니다. 

 


3. 책임의 유무:  ‘공적 책임 구조’ vs ‘책임 회피 구조’


공영방송은 그 운영에 있어 법적인 공적 책임을 지고 있으며, 시청자위원회, 감사기구, 공영방송평가 등의 다양한 형태로 책임성과 투명성을 요구받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방송 내용에 문제가 있다면 공식적으로 비판하고 평가하며, 시정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내부 제작진들은 공적 윤리에 기반한 내부 가이드라인과 토론 구조 속에서 콘텐츠를 기획합니다.
하지만 알고리즘 시스템은 문제가 생겨도 명확한 책임 주체를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플랫폼 기업은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하며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처럼 ‘책임의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디지털 알고리즘 생태계는 공적인 신뢰를 얻기 어려운 구조를 가집니다.

 


4)  궁극적 목적:  ‘사회 전체의 이익’ vs ‘개인화된 관심의 수익화’


공영방송의 목표는 사회 전체가 더욱 성숙하고 조화롭게 나아가도록 돕는 것입니다. 시민 교육, 사회 통합, 정보 형평성 확보 등을 위해 노력하며 때로는 ‘당장은 흥미롭지 않더라도 꼭 필요한 정보’를 의도적으로 배치하고, 다양한 계층과 지역, 세대를 아우르는 시선으로 기획합니다.
이에 반해 알고리즘은 기업의 수익 극대화를 위해 존재합니다. 사용자 체류 시간과 클릭 수를 늘리는 것이 목적이며, 그 과정에서 사용자의 ‘관심’은 곧 수익화 가능한 자산이 됩니다. 결국 알고리즘은 개인을 위해 작동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기업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며, 그로 인해 사회적 책임의 관점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공영방송은 의식적이고 도덕적인 판단을 하는 인간이 운영의 중심에 있으며, 그 기준은 사회 전체를 이롭게 하고자 하는 책임감입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알고리즘 추천 시스템은 반응을 수치화한 기계적 판단을 중심으로 하며, 당장의 관심과 몰입을 우선 가치로합니다. 인간 사회의 정보 제공이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이 이어지게 됩니다. 공영방송이 오늘날 디지털 미디어 환경 속에서도 더욱 소중한 이유는 바로 이성적 숙고와 공공적 가치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태도에 있을 것입니다. 

 

 

 

※ 엄마(A)와 엄마(B)가 있습니다. "자신이 키우는 아이보다 시야가 넓고 사고가 성숙된 엄마가 자기 나름의 육아 철학을 가지고서 아이를 안내하는 양육 방식"(A) "아이가 원하는 모든 것을 다 들어줄 뿐만 아니라 아이가 뭘 원하든 아이가 원하는 욕구가 더 커지도록 지원하는 양육 방식"(B)이 있습니다. 

엄마(A)와 엄마(B)가 키운 아이는 장차 어떤 어른으로 자라게 될까요? 여러분은 어떤 엄마가 자신의 엄마이기를 바라나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설명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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