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사의 본분은 객관적 정보 전달
소설이나 만화는 독자들에게 재미와 흥미를 주기 위한 것이지만, 기사는 본질적으로 객관적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독자는 기사를 읽으면서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을 알게 되고, 그 안에서 중요한 메시지를 찾습니다. 헌데 요즘 디지털 매체 속의 기사 제목을 보면, 사실 정보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있는 것인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거나 놀래키려는 것인지 의문이 생깁니다. ‘충격 받은 ○○, 무슨 말 들었길래’, ‘한밤중 무슨 일이? 차량 돌진에 시민들 화들짝’과 같은 제목은 언뜻 보기에는 객관적인 정보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기자의 주관적 선택과 강조가 적극적으로 개입되어 있습니다.
‘충격 받은 ○○, 무슨 말 들었길래’부터 차근차근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우리는 당사자가 아니면, 상황을 보고하는 사람은 대상 인물의 내면 상태를 직접 보여줄 수 없습니다. ‘충격’이라는 단어는 본인이 아닌 기자나 편집자가 특정 표정이나 상황을 보고 해석한 말입니다. 누군가의 해석에 해당하는 이러한 단어는 독자로 하여금 본문을 읽기 전에 이미 특정한 정서 상태를 떠올리게 하고 감정 프레임이 입혀진 상태에서 사건을 바라보게 합니다.
‘무슨 말 들었길래’는 사건의 인과관계를 이미 설정하고 있는 표현입니다. 그래서, ‘무엇이 원인이었을까’하는 궁금증을 가진 채로 기사를 대하게 합니다. 실제한 사실 관계와는 별개로 기사 작성자가 설정한 강한 연결 관계에 주목하면서 사건을 바라보게 하는 것입니다. 사건 당사자와 주변인 입장에서는 사안의 원인과 결과를 명확히 규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가시적인 사안의 발생 순서만으로 흥미로운 제목이 탄생하게 됩니다. 독자의 인지 구조에 인과의 실마리를 제공하며 궁금증을 일으키고, 궁금증이 동반된 긴장감은 클릭 행위로 이어지게 됩니다.
‘한밤중 무슨 일이? 차량 돌진에 시민들 화들짝’이라는 제목은 특정한 시간과 반응을 부각시켜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한밤중’이라는 시간 표현은 사건이 예외적으로 특별한 상황에서 발생한 것처럼 인식하게 하고, ‘화들짝’은 객관적인 사실이라기보다는 누군가가 경험한 순간적 반응에 해당하며 사건의 위급함을 부각시키는 효과를 만들어 냅니다. 독자가 사건을 이해하기 전에 미리 특정한 해석을 떠올리게 합니다. 비슷한 예로, 당사자로서는 자연스러운 이동에 해당하는 행동에 대해서도 ‘○○이 말없이 자리를 떴다’고 전달하면, 독자는 행동의 원인을 추측하고 감정적 해석을 더하게 됩니다.
이와 같이 제목은 사건을 상세히 보고하는 내용을 읽기에 앞서 독자의 정서를 이끄는 역할을 하고 해석의 틀을 설정하는 효과를 발생시킵니다.
❚2 감정을 자극하는 제목의 다양한 전략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는 기사 제목의 기능이 단순한 정보 요약을 넘어, 사용자의 감정을 자극하여 클릭을 유도하는 장치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정보 전달이라는 뉴스 본연의 목적이 있지만, 독자의 클릭을 유도하는 전략은 언론의 언어를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사용자의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자극적이거나 과장된 표현을 사용한 것을 ‘클릭베이트(clickbait)’라고 하며 ‘클릭(click)’과 ‘미끼(bait)’의 합성어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제목으로 된 기사는 과장된 감정을 유발하며, 실제 내용은 큰 이슈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뉴스 기사 제목이 감정을 자극하는 방식은 언어의 기능이 사실 전달에서 심리적 반응 유도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하게 됩니다. 이들의 다양한 모습을 살펴봅니다.
먼저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에서는 정보의 핵심을 일부러 숨기거나 흐리는 방식이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이 밝힌 깜짝 고백’, ‘알고 보니 반전의 주인공은 ○○’과 같은 표현은 사건의 핵심 내용은 밝히지 않고 독자를 궁금하게 만든 후 내용을 확인하기 위한 클릭을 유도합니다. 정보 전달 기능이 중심이었던 과거와 달라진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합니다.
‘그날 ○○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누구도 예상 못한 결과’와 같은 제목은 독자가 기대하는 전개에서 벗어난 사건이나 반응이 있을 것임을 암시하면서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문법적으로는 의문문이나 서술문처럼 보이지만 담화 기능상으로는 감탄문과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놀람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불안을 자극하는 기사 제목도 쉽게 발견하게 됩니다. ‘당신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잘못된 습관 하나로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와 같이 손실이나 위험을 암시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정보 소비자의 자기보호 본능을 자극해서 어떤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클릭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이런 제목은 건강, 재테크, 자녀 교육 등 민감한 주제에서 자주 나타납니다.
‘국민 무시한 ○○의 발언’, ‘세금으로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와 같은 문장은 특정 사실에 대한 평가를 선행하여 제시함으로써, 독자가 본문을 읽기 전에 이미 부정적인 감정을 품게 합니다. 제목에 사용된 표현들은 실제 사실에 대한 엄정한 판단은 뒤로 미루고 독자의 정서를 특정 방향으로 기울게 하여 독자의 정서적 공분을 유도합니다. 보도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그 안에 사용된 언어는 감정적 반응을 자극하는 것으로 ‘또 외국인 범죄’, ‘무임승차 논란의 ○○층’, ‘세금만 축내는 ○○’과 같은 표현이 있는데, 이러한 제목은 사건을 중립적으로 전달하기보다 특정 대상에 대한 혐오의 감정을 부각시키는 기능을 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제목을 접할 때에는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이 사실 그 자체로부터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언어 표현에 의해 형성된 것인지 스스로 돌아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가족애, 희생, 공동체 정신 등을 부각시키는 기사 제목(‘퇴근길 버스기사의 따뜻한 행동’, ‘○○이 전한 마지막 메시지’), 사회적 약자의 상황을 묘사함으로써 독자의 동정심이나 책임감을 자극하는 기사 제목(‘○○이 길바닥에 앉아 있는 이유’, ‘쓰레기통에서 식사를 해결한 사람들’) 모두 단순한 사실 전달을 넘어, 특정한 시선과 해석의 틀을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감동을 유도하는 제목은 대체로 긍정적 정서를 기반으로 하며, 공유 욕구를 자극하여 독자가 정서적으로 이입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한국 기술, 세계를 놀라게 하다’, ‘대한민국이 또 해냈다’와 같이 자부심이나 소속감을 자극하는 기사 제목도 발견됩니다. 공동체적 감정을 자극하는 언어는 특히 국가적 이슈나 스포츠, 문화 산업 관련 기사에서 자주 사용되는데, 이러한 전달 방식은 집단 정체성의 긍정적 인식을 강화하고 독자의 만족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열등감이나 상대적 박탈감과 같은 비교 심리를 자극하는 기사 제목도 자주 나타납니다. ‘30대에 벌써 건물주, 비결은?’이나 ‘다들 한다는 ○○, 당신만 모르고 있다면’ 같은 제목은 대중 매체가 설정한 ‘암묵적 기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만듭니다. ‘성공한 자’ vs. ‘뒤처진 자’, ‘알고 있는 자’ vs. ‘모르는 자’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형성하여, ‘모르는 상태에 머무르기보다 정보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심리를 갖게 합니다. 사람은 스스로를 판단하거나 평가할 때 절대적 기준보다는 주변 사람과의 상대적 위치를 통해 자신을 인식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보다 잘난 사람을 보면 ‘불안’과 ‘동기’를,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보면 ‘안도감’이나 ‘우월감’을 느끼게 되는데, 언론은 이러한 비교 방식을 기사 제목에 은근히 삽입하는 방식으로 독자의 자아 평가 메커니즘을 자극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디지털미디어 속의 뉴스 기사 제목은 정보 전달보다는 감정 반응을 유도하는 기능을 앞세우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기사 제목이 자극하는 감정이 단지 클릭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인지, 아니면 실제로 중요한 정보를 다루는 기사인지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은 오늘날의 정보 소비자에게 반드시 요구되는 판단력입니다. 감정적 자극에 휩쓸려 제목만 보고 기사를 소비하게 되면, 정보의 진실성보다는 자극성과 선정성이 뉴스 소비를 주도하게 될 것입니다.
❚3 기사 유통 환경의 변화에 따른 생존 전략, 소비자의 노력 필요
오늘날 디지털미디어 환경 속의 기사는 압축된 정보 전달과 동시에 제한된 공간 안에서 최대한의 반응을 이끌어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목이 지닌 언어적 밀도가 높아지고 감정 자극적인 요소가 포함되는 비율도 부쩍 높아졌습니다. 제목의 작성 방식은 독자를 주목시키기 위한 일종의 전략적 선택에 해당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변화는 미디어 플랫폼이 작동하는 구조, 기사가 알고리즘 기반으로 유통되는 방식, 광고 수익과 클릭 수가 직결하는 상황 등 다양한 요인이 얽힌 복합적 현상입니다. 그래서 공적 영역에서 나타나는 언어 사용 양상의 변화를 단순히 언론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것은 어렵습니다.
정보 소비자 역시 자신이 어떤 기사에 반응했고, 왜 그런 감정적 클릭을 했는지를 돌아보는 성찰이 필요합니다. 오늘날 미디어 속 언어 환경은 언론사의 선택만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기보다 사회 속 구성원 전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상호작용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정보 생산자와 정보 소비자는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하나의 커다란 정보 순환 구조 안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에 놓여 있습니다.
정보 소비자는 정보 생산자나 생산의 방식을 단지 나쁘다고 비판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왜 그러한 방식이 많아지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새롭게 필요해지는 분별력과 판단력, 성숙한 태도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날의 복잡한 정보 사회 속에서 건강한 언어 생태계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는 실질적인 실천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야 합니다.
감정을 자극하여 클릭을 유도하는 기사 제목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정보나 객관적인 사실을 담담한 어조, 중립적 언어로 다룬 기사도 존재합니다. 이런 기사는 소비자를 의도적으로 자극하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눈에 띄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기사가 실천하고 있는 가치를 알아주는 소비자가 있어 주어야 합니다.
‘○○재정 적자 확대, 정부 대책 미비’처럼 다소 건조하지만 핵심적인 문제를 다룬 기사들이 오히려 외면되는 현상은, 언론 생태계가 자극성과 감정 반응 중심으로 재편되는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재정 적자 확대, 정부 대책 미비’와 같은 객관적 어조의 제목을 감정 자극 표현으로 바꾸면 다음과 같은 것들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정부는 뭐 했나… ○○ 재정 구멍 커지는데 뒷짐만’
‘충격 보고서 공개… ○○ 재정 상태, 붕괴 신호?’
‘이대로면 복지 축소도? ○○ 재정 상황 악화’
‘대책은커녕 책임도 없었다… ○○ 재정 논란’
이러한 기사 제목이 일반화 되면 어떤 현상이 이어지질까요? 감정을 자극하는 제목이 기본값이 되면, 독자는 점차 정보를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능력보다 그 정보가 불러일으키는 감정의 강도에 따라 반응하는 습관이 생기게 됩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는 사실보다 ‘얼마나 놀라운지’, ‘얼마나 화나는지’에 집중하게 되면서 정보 자체보다 정보의 정서적 효과가 판단 기준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생각을 깊게 하는 데 필요한 맥락 이해, 구조 파악, 논리적 해석이 뒷전으로 밀어나면서 사고는 점점 단편화되고, 감정은 점점 자극적인 정보에만 반응하게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속적으로 강한 감정을 자극하는 제목과 콘텐츠에 노출되면, 사람들은 처음에는 큰 반응을 보이다가 점차 무뎌지고 둔감해지는 현상을 겪게 됩니다. ‘충격!’, ‘경악!’, ‘또 논란!’ 같은 표현이 처음에는 주목을 끌지만, 점차 반복되면 ‘다 그렇지’ 식의 무감각한 태도로 바뀔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중요한 이슈에 대해서도 적절한 경각심이나 문제의식을 갖지 못하고, 반대로 사소한 자극에는 과도하게 반응하는 감정의 비례감각 상실을 낳기도 할 것입니다.
공론의 장에서도 복잡하고 차분한 설명이 필요한 이슈는 외면당하고, 즉각적인 분노나 혐오를 유발할 수 있는 사건만이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렇게 되면 사회적으로 공유되어야 할 화두가 공익성, 전문성, 객관성이 아니라 감정적 소비가 많이 일어나는 것들로 옮겨가고 자극적이고 감정적인 주장으로 가득한 공간으로 변화할 수 있습니다. 민주적 토론의 기반이 약화되는 것이지요.
중요한 것은 정보 소비자의 태도입니다. 스스로의 클릭이 어떤 동기에서 비롯된 것인지, 그것이 감정적인 자극에 따른 반사적 반응인지, 혹은 사실에 대한 관심과 판단에서 비롯된 선택인지를 끊임없이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날의 뉴스나 정보 콘텐츠는 단순히 사실을 시간적 순서에 따라 나열하는 방식으로 제공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정보들은 어떤 순서로 배열할지, 어떤 단어로 표현할지, 어떤 시점과 맥락을 강조할지를 고려하면서 제공됩니다. 정보 제공의 순서, 선택되는 단어, 함께 언급하는 주변 정보는 실제로 정보 인식에 큰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독자는 ‘어떤 정보인가’라는 표면적인 접근을 넘어서, ‘왜 이 정보가 지금 나에게 이런 식으로 제시되고 있는가’를 읽어낼 수 있는 해석 능력이 필요합니다.
감정적인 기사 제목에만 반응하고, 감정이 배제된 객관적 사실에 기반한 기사는 외면하는 소비 패턴이 지속될 경우, 언론은 결국 생존을 위해 자극적인 방향으로만 나아갈 수밖에 없게 됩니다. 언론의 진정성과 공공성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독자 스스로가 어떤 기사에 관심을 두고 시간을 투자할 것인지를 성찰해야 합니다. 언론과 독자 모두가 이성과 신뢰를 중심에 두는 선택을 할 수 있을 때, 건강한 언어 환경과 지속 가능한 저널리즘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이러한 인식은 언어의 사회적 기능과 관련한 '우리말 사용'(언어 문화)의 문제이자, '민주 사회의 정보 윤리'의 문제로 탐구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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