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미디어리터러시와 언어생활

이런 사람은 당장 멀리 하세요

literacy-talktalk 2025. 3. 18.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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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와 ‘그들’ 구도의 접근 방식

‘이런 사람은 손절해야 합니다’, ‘당신 주변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지금 당장 멀리하세요’, ‘이런 사람과 어울리면 당신 인생이 망가집니다’, ‘이런 사람과 엮이면 안 됩니다’와 같은 제목의 썸네일들을 보게 됩니다. 이러한 말들은 인간관계를 ‘좋고 나쁨’의 문제로 축소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과 이해보다는 관계의 단절을 유일한 해결책으로 제시합니다.
인간관계는 본질적으로 상호작용 속에서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는 영역이지만, 이러한 콘텐츠는 특정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절대 바뀌지 않는’ 존재로 규정하면서, 관계를 개선하려는 시도 자체를 무의미하게 여깁니다. 
해당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은 컨텐츠 제공자와 입장을 함께 하는 사람이 되어 컨텐츠 소비와 동시에 보호받아야 할, 선하고 반듯한 사람으로 인식하게 합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하기보다 회피하도록 만들며, 자기반성과 조율을 통한 성장 가능성을 차단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뭐가 문제일까? 이러한 조언이 위험한 이유

‘이런 사람과 가까이하면 인생이 망가집니다’와 같은 메시지는 불안과 공포를 자극하며 즉각적인 클릭을 유도합니다. 이러한 공포 기반의 메시지는 시청자가 미디어를 더욱 반복적으로 소비하게 만들고,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만듭니다. 
이러한 콘텐츠를 자주 소비하게 되면 사람들은 고민을 통해 자신의 사고를 성장시키기보다 미디어가 학습시키는 선악의 기준에 따라 인간관계를 바라보게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런 일이 반복되면, 인간관계 속에서 성찰하고 고민과 이해, 성장하는 과정이 생략되고, 타인을 단순한 유형으로 분류하여 배제하는 방식이 강화될 수 있습니다.

물론 때로는 인간관계에서 건강하지 못한 요소를 식별하고 적절한 거리를 두는 것이 차라리 좋은 선택이 되는 때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인간관계의 불편함, 어려움을 관계 단절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횟수가 늘어간다면 우리는 갈등을 처리하는 방법을 더 이상 배우지 못하고, 사회성을 성장시키지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관계를 끊어버리는 것이 늘 최선의 해결책은 아닐 것입니다. 상대를 이해하려는 과정 속에서 자신도 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관계는 단순한 선택과 배제가 아니라, 상호작용을 통해 조율되고 변화하는 과정에 가깝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  인간관계를 다루는 방법은 이분법적이지 않을 것 

현대 미디어 환경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명쾌하고 편리하지만, 불안한 감정을 자극하여 호기심을 갖게 만들고 각 사람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단편적인 조언일 때가 많습니다. 인간관계를 풀어나가는 중요한 방법은 단순히 배제하고 단절하는 것이 아니라 조율과 성장의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타인을 특정한 유형으로 단정 짓기보다는, 상대방의 맥락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관계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이 단순한 성격적 결함 때문이 아니라 환경과 상호작용 속에서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다 유연한 태도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인간관계는 개인의 성장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역할을 성찰하고 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이 궁극적으로 더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익과 손해, 내편 아니면 적, 가까이 다가가거나 배척하는 방식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구획짓지 않은 다양한 양상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조바심을 내거나 불안감을 느끼기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연습, 견해의 차이를 조율하고 조정하는 방법을 탐색하는 것이 삶을 다루는 유연함이 성장하는 태도가 될 것입니다.

 

 

 

※  '손절하세요, 멀리하세요'와 같은 유튜브 썸네일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그런 제목을 보게 되었을 때 클릭하고 시청하고 싶었다면 어떤 호기심/궁금증/기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이나요? 이런 제목이 이용자들의 클릭을 자극하는 힘은 어디에서 얻어지는 걸까요?

온라인 공간 속에 산재한(많이 흩어져 있는) 수많은 콘텐츠는 그냥 다 받아들여도 좋을까요? 멋진 화면에 잘 꾸미고 나온 잘생긴 어른들, 잘나가는 듯한 어른들이 말하는 것이니까 다 수용해도 좋은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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