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정보의 바다라 불리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인터넷이 발전함에 따라 수많은 정보가 손끝에서 닿을 수 있는 거리에 놓이게 되었지만, 그중에서 진정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알고리즘 추천 시스템입니다. 정보 제공자는 선택받기 위해, 사용자는 편리함을 누리기 위해 이 시스템을 활용합니다. 알고리즘 추천 시스템은 사용자의 성별, 직업, 나이와 같은 개인정보뿐 아니라 과거 행동, 관심사, 검색 기록 등을 분석하여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알고리즘 추천시스템은 기사, 쇼핑, 음악, 영화, SNS,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작동하고 있습니다. 뉴스 플랫폼은 사용자가 자주 읽는 기사 주제를 기반으로 관련 뉴스를 추천하며, 온라인 쇼핑몰은 검색 이력과 장바구니 기록을 분석하여 유사한 상품을 보여줍니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는 사용자가 ‘좋아요’를 누른 곡이나 자주 듣는 곡의 패턴을 파악하여 새로운 음악을 추천하고, 넷플릭스와 같은 플랫폼은 사용자가 본 영화나 드라마의 장르와 감독을 기준으로 비슷한 작품을 제안합니다. 이처럼 알고리즘 추천 시스템은 개인의 선호를 반영하여 맞춤형 경험을 제공합니다.
알고리즘 추천 시스템은 정보 탐색의 시간을 절약하고, 개인화된 경험을 통해 사용자 만족도를 높이며, 방대한 정보 속에서 필요한 정보만 선별하여 제공함으로써 정보 과부하 문제를 완화합니다. 그리고 학습 플랫폼에서는 개인의 수준과 필요에 따라 적절한 콘텐츠를 추천하여 학습의 효율성을 높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편리함 뒤에는 미처 눈치채지 못하는 문제점들이 존재합니다.
❚ 편향성이라는 굴레
인간은 본래 편향되기 쉬운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진화적 생존 본능으로 인해 생존에 유리한 정보를 우선시하고, 익숙한 것과 단순한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두뇌는 효율성을 위해 특정 사고 틀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데, 이는 고정관념과 확증 편향과 같은 문제를 초래합니다. 또한 인간의 의사결정에는 감정이 강하게 작용하여 긍정적인 감정을 주는 정보에 더 끌리고 부정적인 정보는 회피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이러한 인간의 본성과 맞물려 알고리즘 추천 시스템은 편향성을 더욱 강화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알고리즘 추천 시스템은 우리의 일상을 편리하게 만들어 주지만, 그 이면에는 간과하기 어려운 부작용들이 존재합니다. 이 시스템은 화제가 되거나 인기 있는 정보를 우선적으로 노출하여 '가용성 편향(availability bias)'을 강화합니다. 그 결과, 사람들은 특정 사건이나 이슈에 대한 과도한 관심을 가지게 되며, 이를 통해 세상을 왜곡되게 인식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소셜 미디어에서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사건들이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세상이 더 위험하고 불안하게 느껴지게 됩니다.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자주 클릭하거나 ‘좋아요’를 누른 화려한 이미지, 이상적인 라이프스타일, 성공적인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추천하여 '사회적 비교(social comparison)'를 부추깁니다. 이에 노출된 사용자들은 저마다 일상 속의 자신과 비교하며 '나는 왜 이렇게 살지 못할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자존감이 저하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정보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지 않고, 특정한 방향으로 필터링된 콘텐츠만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현실 속 사람들은 누구나 힘든 순간을 겪지만, 온라인에서는 주로 성공적이고 행복해 보이는 모습만 부각되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낄 가능성이 커집니다.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SNS에서 타인의 성공적인 모습과 자신의 현실을 비교하는 습관이 자존감을 낮추고 우울감을 증가시킬 수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예를 들어, 친구들이 여행을 가고, 좋은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다 보면, 자신의 삶이 상대적으로 초라하게 느껴지는 심리적 효과가 발생합니다.
알고리즘 추천시스템은 사용자가 클릭한 콘텐츠와 유사한 정보를 반복적으로 추천함으로써 확증 편향을 심화시키며, ‘필터 버블(Filter Bubble)’ 현상을 통해 다양한 관점을 접할 기회를 차단합니다. ‘필터’는 선택된 특정 요소만을 통과시키고 나머지는 배제합니다.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관심사, 선호도, 과거 데이터 등을 기준으로 정보의 일부를 필터링하도록 설계되어 있기에 사용자는 자신이 원하거나 선호할 가능성이 높은 정보만 접하게 됩니다. ‘버블’은 필터링이라는 선별 과정이 만들어낸 폐쇄적이고 제한된 정보 환경을 나타냅니다. 사용자가 외부 정보와 단절된 채 자기만의 편향된 정보 환경에 갇히게 되기에 ‘필터 버블’이라는 표현이 만들어졌습니다. 사용자는 자신의 신념과 유사한 정보만 접하게 하여, 반대 의견이나 새로운 관점을 받아들이기 어렵게 됩니다. 정보의 편향성은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사회적 갈등을 더욱 부추깁니다.
알고리즘 추천시스템은 비판적 사고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편안하게 느끼는 정보만 제공되기 때문에, 정보의 신뢰성을 평가하거나 대안을 검토할 기회가 줄어듭니다. 가짜뉴스가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이게 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알고리즘은 의도적으로 소비를 유도하여 과소비를 부추깁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제공하는 ‘이 상품을 구매한 고객이 함께 구매한 상품’과 같은 추천을 지속적으로 제공하여 필요성과는 별개로 상품에 대한 관심을 지속시켜 충동적으로 구매하게 만들며, 이는 금전적인 부담과 후회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또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플랫폼에 더 오래 머물도록 설계되어 있어, 동영상 플랫폼의 무한 스크롤이나 자동 재생 기능으로 사용자의 시간을 과도하게 소모하게 합니다. 결과적으로 디지털 피로를 유발합니다.
❚ 알고리즘 환경을 이해하는 리터러시 역량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는 디지털 환경에서 정보를 탐색, 분석, 평가, 활용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이는 단순히 정보를 읽고 이해하는 것을 넘어, 정보가 어떻게 제공되고 구성되는지를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을 포함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알고리즘 추천 시스템의 작동을 의식하는 것은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알고리즘 추천 시스템은 사용자의 행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동하며, 이를 이해하고 의식하지 못하면 사용자는 정보 소비와 행동에서 수동적인 위치에 머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알고리즘의 영향을 인식하면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태도를 가질 수 있습니다. '알고리즘이 내가 무엇을 보고 듣는지 결정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정보의 출처와 추천의 기준에 대해 질문하고 비판적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알고리즘 추천 시스템이 자신의 사용 경험을 기반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의식하면 추천된 콘텐츠에 무비판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정보를 탐색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수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다른 관점의 콘텐츠를 탐색함으로써 정보 소비의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의식은 포괄적인 시각을 가지는 데에 큰 도움이 됩니다.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면서 의식적으로 정보를 소비하면 정보 과부하와 피로를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플랫폼에 오래 머물도록 설계되었지만, 이를 인식한 사용자는 소비 시간을 조절하고 필요한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소비할 수 있습니다. ‘추천 영상은 끝이 없으니 내가 정한 시간까지만 본다’라는 태도를 가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을 통해 사용자는 단순한 정보 소비자가 아니라 정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 알고리즘 추천의 영향을 줄이는 방법
사용자는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콘텐츠에 무비판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정보를 능동적으로 탐색하며, 보다 비판적인 태도를 기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인터넷 사용 기록을 관리하도록 합니다. 브라우저의 검색 및 방문 기록을 정기적으로 삭제하거나, 시크릿 모드나 프라이빗 브라우징 모드를 활용하면, 우리의 온라인 흔적이 남지 않아 추천 시스템의 추적을 피할 수 있습니다. 웹사이트에서 수집하는 쿠키를 주기적으로 삭제하거나, 브라우저 설정에서 쿠키 수집을 차단함으로써, 자신의 정보가 수집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쿠키(Cookie)는 사용자가 웹사이트를 방문할 때, 해당 사이트의 서버가 사용자의 웹 브라우저에 저장하는 작은 데이터 파일입니다. 이 파일에는 로그인 정보, 언어 설정, 장바구니 내용 등 사용자의 활동과 선호도가 저장되기 때문에, 온라인 쇼핑몰에서 사용자가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았을 때, 사용자가 사이트를 떠났다가 다시 방문하더라도 장바구니에 담긴 상품이 유지되도록 합니다.
개인정보 제공을 최소화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온라인 서비스 가입 시 필수 정보 외에는 제공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소셜 미디어나 온라인 플랫폼에서 프로필을 비공개로 설정하여, 타인이 우리의 정보를 수집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다양한 정보원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특정 플랫폼에만 의존하지 말고, 여러 정보원을 통해 다양한 관점을 접하며, 추천 콘텐츠에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관심 있는 주제를 검색하여 정보를 탐색하도록 합니다.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 플랫폼의 추천 설정을 조정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사용하는 플랫폼의 추천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면, 편향된 정보 노출을 인지하고 대처할 수 있으며, 일부 플랫폼에서는 추천 콘텐츠의 종류나 빈도를 사용자 설정에서 조절할 수 있으므로, 이를 활용하여 노출되는 콘텐츠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프라이버시 보호 도구를 사용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가상 사설망(VPN)을 통해 IP 주소를 숨기면, 위치 기반 추천을 피할 수 있으며, 광고 차단기나 추적 방지 확장 프로그램을 설치하여, 온라인 활동이 추적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 다른 사람 스마트 기기에 추천되는 뉴스, 영상 등의 콘텐츠가 내것과는 너무 다른 것을 느껴 본 적이 있나요? 유튜브나 뉴스, 음악 등의 추천 목록이 나의 관심사와 전혀 다른 것을 목격했던 경험을 나누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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