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미디어리터러시와 언어생활

소비자의 착각을 부르는 광고 표현 (2)

literacy-talktalk 2025. 4. 7.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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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는 소비자 스스로 추론하도록 유도하는 기법을 사용하여 자기 주장의 설득력을 높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중립적인 두 문장을 나열하면서 특정 인과 관계를 자기도 모르는 사이 수용하게 만드는 방식이 사용되기도 합니다.

 

저런, 탈색이 됐네요. 염소계 표백제를 쓰셨죠?  (산소계 표백제, OO크린)

어머니의 정성과 선생님의 지식으로 지도하는 구문수학- 아이를 키워 본 경험이 있는 어머니 선생님들이 정성으로 지도할 때 학습 효과가 높습니다.  (학습지, OO수학)

세계적인 장수 국가 OOOO, OOOO식으로 만든 OOOO.  (발효유, OOOO)

 

 

저런, 탈색이 됐네요. 염소계 표백제를 쓰셨죠?라고 한다면, 광고에서 단순히 두 가지 사실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옷감이 탈색된 상황을 제시하면서 염소계 표백제를 사용했을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두 문장을 나란히 배치함으로써 소비자로 하여금 두 사실 간의 인과 관계를 추론하게 만듭니다. 소비자의 사고를 유도하여, 옷감이 탈색된 원인이 염소계 표백제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합니다. 심지어 염소계 표백제를 사용했나요?가 아니라 염소계 표백제를 쓰셨죠?라고 말함으로써, 이미 ‘탈색과 염소계 표백제는 연결되어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심고 있습니다. 탈색’이 되는 현상과 ‘염소계 표백제를 사용’했다는 사실은 별개의 정보이지만, 광고에서 두 가지 사실을 연속적으로 언급함으로써 두 가지 사실이 인과 관계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게 되는 결과가 만들어지고 있어요. 탈색이 되는 원인은 다양할 수 있음에도 해당 광고에서 어필하는 제품이 산소계 표백제라는 것이 커다란 장점으로 인식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정성과 선생님의 지식으로 지도하는 OO수학라는 광고는 기혼 여성은 어머니의 역할을 하므로 아이를 더 잘 돌볼 것이고, 따라서 학습 지도에도 더 적합할 것이라는 사회적 고정관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혼 여성이라고 해서 반드시 더 정성이 깊은 것은 아니며, 미혼 교사나 남성 교사가 더 나은 학습 지도를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해당 광고에서는 그러한 가능성을 배제하고 기혼 여성 교사를 이상적인 모델로 설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는 것이 필요합니다. 교육자의 역량을 성별이나 결혼 여부로 판단하는 것은 고정관념에 기반한 편견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광고는 아이를 이해하고 세심하게 돌볼 수 있는 교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도록 유도하면서 기혼 선생님이라는 조건을 연결시키고 있지만 세심한 돌봄과 정성은 기혼 여부가 아니라 선생님 개개인의 성격과 역량에 달린 것임을 광고 밖의 맥락에서 생각해 내야 합니다. 광고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그 뒤에 숨겨진 논리적 오류와 편견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계적인 장수 국가 불OOO, 불OOO식으로 만든 불OOO에서는 라는 표현은 세계적인 장수 국가‘불OOO식으로 만든 불OOO라는 두 개의 사실을 한 문장 안에 나란히 배치하여 ‘불OOO식 발효유니까 장수에 기여할 것이다라는 논리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불OOO가 발효유 섭취가 일상적인 나라로 알려져 있더라도 ‘불OOO식 제조법’이라는 개념이 실제로 어떤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 불OOO식 제조법이라는 표현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체가 불분명한 용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계적인 장수 국가 불OOO라는 표현과 ‘ 불OOO식으로 만든 불OOO 라는 사실을 연속적으로 배치하여, 소비자로 하여금 ‘ 불OOO의 불OOO아식 제조법이 불OOO의 장수 비결과 관련 있을 것이다라고 자연히 추론하게 만들고 있지만 정작 그 방식이 무엇인지, 어떻게 제조되는지, 일반적인 발효유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광고에서는 두 개의 별개 정보를 나란히 배치함으로써 소비자 스스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인과관계를 추론하도록 유도하는 일이 자주 벌어집니다. 관련 없는 정보를 그럴 듯하게 나열하여 특정한 논리적 관계가 있는 듯 암시하고 소비자가 스스로 원인과 해결책을 찾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설계됩니다. 직접적인 주장 없이, 소비자가 스스로 결론을 내리도록 유도하는 언어적 전략을 사용하지만 실제로 그러한 인과 관계를 입증할 근거는 없습니다. 소비자는 광고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무의식 중에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그 뒤에 숨겨진 논리적 오류와 편견을 발견해야 할 것입니다.

 

 

 

※  리터러시 역량이 뛰어난 소비자가 되어 다음 광고 문구를 분석해 봅시다. 

다른 친구가 언급한 문제 말고 각자 다른 번호의 광고에 대해 이야기해 보세요. ^^

 

1)  ‘머리가 빠지시죠? ㅇㅇ샴푸로 바꿔보세요.’

2)  ‘핸드폰 배터리가 너무 빨리 닳나요? ㅇㅇ 충전기를 써보세요.’

3)  ‘피부가 건조하시죠? ㅇㅇ 크림을 발라보세요.’

4)  ‘옷이 늘어났나요? ㅇㅇ 섬유유연제를 사용해 보세요.’

5)  ‘차가 자꾸 시동이 늦게 걸리나요? ㅇㅇ 엔진 오일로 바꿔보세요.’

 

6)  ‘잠을 잘 못 주무시나요? ㅇㅇ 숙면 베개를 써보세요.’

7)  ‘얼룩이 잘 안 지워지나요? ㅇㅇ 세제를 사용해 보세요.’

8)  ‘눈이 침침하시죠? ㅇㅇ 안경을 쓰세요.’

9)  ‘무릎이 자주 시큰거리시나요? ㅇㅇ 건강보조제를 드세요.’

10)  ‘아이가 자꾸 집중을 못하나요? ㅇㅇ 영양제를 챙겨주세요.’

 

11)  ‘요즘 기운이 없으시죠? ㅇㅇ 홍삼 음료를 드세요.’

12)  ‘눈가 주름이 늘어나셨나요? ㅇㅇ 아이크림을 바르세요.’

13)  ‘소화가 잘 안 되시죠? ㅇㅇ 유산균을 드세요.’

14)  ‘부쩍 체중이 느셨나요? ㅇㅇ 차를 드세요.’

15)  ‘요즘 아이가 산만하지 않나요? ㅇㅇ 책상에서 공부시켜보세요.’

16)  ‘집에 곰팡이 냄새가 나지 않나요? ㅇㅇ 탈취제를 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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