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미디어리터러시와 언어생활

기사문의 인용 방식

literacy-talktalk 2025. 4. 18.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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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작성에서 인용 표현의 사용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의 인식과 감정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인용 표현은 기자의 주관적 해석이 개입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정보의 객관성에 영향을 미치고 독자의 판단에 간접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인용 표현은 기자가 선택하는 단어에 따라 객관적인 전달에서부터 감정적인 개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양상을 드러냅니다.


미국 언론이 오랜 전통 속에서 이어온 객관주의 저널리즘은 인용 표현 방식에서도 그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미국 언론은 인용할 때 항상 끝을 ‘말했다(said)’로 마무리하는데, 이는 단순한 관행이 아니라 깊은 이유를 품고 있습니다. 미국 기자들이 ‘said’라는 표현을 고집하는 이유는 그 표현이 다른 어떤 말보다도 더 객관적이고, 가치 판단을 배제한 중립적인 전달 방식을 보장한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박재영과 이완수(2007)는 기사 작성에서 직접 인용문의 끝에 사용되는 술어는 원칙적으로 ‘했다’, ‘말했다’, ‘밝혔다’, ‘덧붙였다’와 같은 간결하고 중립적인 표현으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합니다. 

{박재영· 이완수(2007), 인용(quotation)과 취재원 적시(attribution)에 대한 한미(韓美) 신문비교, 한국언론학보 제51권 6호, 한국언론학회, p.439-468.}


 이러한 방식은 정보의 왜곡이나 감정적 개입을 최소화하여 독자에게 사실 그대로를 전달하려는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지키는 데 기여합니다. 

 


❚   객관적인 표현

 

‘-라고 말했다’, ‘-라고 밝혔다’, ‘-라고 소개했다’와 같은 표현은 전달된 내용을 중립적으로 기술하며, 기자의 주관적 해석이 거의 개입되지 않은 형태로 나타납니다. 이러한 표현은 정보를 사실 그대로 전달하려는 의도를 드러내며, 독자에게 발언자의 의도를 왜곡하지 않고 전달하려는 노력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기자가 선택한 표현 방식에 따라, 중립적으로 보이는 이러한 표현도 발언의 뉘앙스나 중요도를 강조하거나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   주관성이 포함된 표현


‘-라고 주장했다’, ‘-라고 지적했다’, ‘-라고 경고했다’와 같은 표현은 발언자의 의도를 특정 방향으로 해석하여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는 발언 자체보다는 기자의 해석이 개입된 결과물로 나타나며, 독자가 발언의 의도를 특정 방식으로 이해하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표현은 정보 전달의 객관성을 약화시키고 독자의 감정을 특정 방향으로 이끌어 편향된 판단을 하게 할 여지가 있습니다. 
‘-라고 귀띔했다’, ‘-라고 비난했다’, ‘-라며 분노했다’, ‘-라고 한탄했다’, ‘-라고 외쳤다’와 같은 표현은 기자의 해석과 감정적 개입이 강하게 드러나는 방식으로 사용됩니다. 이러한 표현은 독자에게 발언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특정한 감정을 느끼게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와 같은 피동형 표현은 정보의 출처를 불명확하게 만들어 책임 소재를 흐리며, 독자로 하여금 정보의 신뢰성을 판단하기 어렵게 합니다

{권우진(2002), 신문 표제어에 대한 사회언어학적 연구, 사회언어학 제10권 제2호, 한국사회언어학회.}


❚  피동형 표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고 전해졌다’와 같은 피동형 표현은 정보의 출처를 명확히 드러내지 않으므로, 사건의 진위를 검증하기 어렵게 합니다. 그 외에도 사건 보도에서는 ‘끔찍한’, ‘한심한’, ‘파렴치한’, ‘기가 막힌’, ‘믿기지 않는 사건이 벌어졌다’는 식의 가치 판단이 담긴 용어가 사용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표현들은 사건의 객관적 전달보다는 감정적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독자가 사건을 냉정하게 판단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합니다. 독자는 사건에 대한 감정이 특정 방향으로 기울고 그에 대한 판단을 하는 데에 영향을 받게 됩니다.

  
정보 전달의 객관성을 보장하려면, 전달하는 사람은 자신의 해석과 감정적 개입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독자 역시 정말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려면, 기사 속 인용 표현과 기자의 해석 방식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단순히 제공된 정보를 받아들이지 말고, 정보 뒤에 있는 전달자들이 관여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사건을 보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좀 더 사실에 입각한 정보를 궁금해 하면서 관련 정보를  기다리게 될 것입니다. 어떤 소식과 관련하여 특정한 감정에 젖거나 판단을 내리기에는 아직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데 초장부터 특정 방향으로 감정을 가지거나 판단을 내려버리면 진실과 가까워지는 때는 더 멀어지게 될 것입니다. 

 

특히 피동형 표현이나 가치 판단적 용어가 사용된 기사를 접할 때, 정보의 진위와 객관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특정한 인식을 유도하려는 의도를 경계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이는 정보 과잉의 시대에서 스스로의 판단력을 키우고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하여 감정 피로도를 낮추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주요 역량에 해당합니다.

 

 

 

※  미디어 공간에서서 만나게 되는 누누군가의 '말' 또는 '주장'을 예로 들어

     말을 받아들일지 말지, 그 말의 객관성을 판단하는 생각을 남겨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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