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미디어리터러시와 언어생활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기

literacy-talktalk 2025. 4. 16.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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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기사를 접할 때,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일은 비판적 사고를 함양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사 한 줄 속에 담긴 정보의 진위와 의도를 파악하는 것은 독자의 책임이자 능력이며, 이는 현대와 같은 정보 과잉 시대에 더욱 요구되는 자질입니다.

 

▸  사실문(Fact-stating Sentence)
사실(fact)은 현실 세계에서 실제로 일어나 존재하는 것을 말합니다. 사실은 세계에 존재하는 상태이며 말이나 글이 아니라 '내용 그 자체'입니다. 그리고 사실문(Fact-stating Sentence)은 사실과 관련한 정보를 문장으로 표현한 것으로, '참(true)' 일 수도 있고 '거짓(false)'일 수도 있어서 참인지 거짓인지 검증이 가능한 문장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다'는 사실문이고 '참'에 해당하므로 '사실(fact)'입니다. '호주는 유럽에 있다'의 경우는 '사실문'이지만 '거짓(false)'에 해당하기에 '사실'은 아닙니다. 이렇게 사실인지 아닌지에 대해 검증이 가능한 형태의 언어적 표현이 사실문인 것입니다. 

 

사실문은 객관적이고 검증 가능한 정보를 다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출처가 명확하거나 수치, 통계 자료, 공식 발표와 같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근거를 바탕으로 한 정보는 사실문으로 간주됩니다. 예를 들어, '2023년 한국의 GDP는 약 2조 달러이다'라는 문장은 경제통계에 근거한 사실문입니다. '2024년 7월 대한민국의 평균 기온은 27.5도였다'는 문장도 기상청 자료로 확인할 수 있으므로 사실문이며, 참입니다.
이처럼 사실문은 형식적으로 정보 전달을 위한 문장이며, 그 문장이 참이면 사실이고, 거짓이면 거짓된 사실문입니다. 우리가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는 해당 문장이 사실문인지부터 따지고, 그다음으로 그 내용이 참인지 거짓인지 판단해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의견문(Opinion-stating Sentence)
의견문이란, 말하는 사람의 개인적인 판단이나 감정, 해석, 또는 생각이 담긴 문장입니다. 이러한 문장은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어렵고, 사람에 따라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참과 거짓을 구분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봄은 가장 좋은 계절이다'는 문장은 특정 계절에 대한 개인의 선호를 표현한 것으로, 누군가는 동의할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서울은 살기 힘든 도시다'라는 말 역시 도시 환경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가 들어간 의견문입니다. 마찬가지로, '한국 경제는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다'라는 문장도 평가적 성격을 가지며, 검증 가능한 수치가 없이 단정 짓고 있기 때문에 의견문에 해당합니다.

의견문에는 감정적 언어나 평가가 자주 포함됩니다. '가장', '심각하다', '문제다', '위험하다'와 같은 표현들은 독자의 감정을 자극하고 특정한 방향으로 인식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의견문은 문장 구조상 사실문과 비슷하게 보일 수 있지만, 참과 거짓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면 그것은 여전히 의견문입니다.

 

 

❚  사실문과 의견문을 구분하기

 

사실과 의견을 혼동하면 내가 세상을 이해하고 판단이나 결정의 근거로 삼는 내용에 차이가 생기게 됩니다. ‘우리 제품은 시장에서 가장 사랑받고 있다’라는 문구는 소비자의 호감을 사려는 의도가 들어 있는 문구로, 사실에 대한 확인 없이 받아들이게 되면 정말 '가장 사랑받는 제품'으로 믿어버리게 됩니다. 정말 그런지, 그 말을 믿어도 되는지 독자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호감을 높이거나 혐오를 강화시키는 주관적인 언어 표현에 흔들리지 말고 사실문과 의견문을 명확히 구분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모든 외국인은 우리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와 같은 주장은 편견을 조장할 수 있는 의견문에 해당하며 이 문장만으로는 검증된 정보로 보기 어렵습니다. 이를 논리적으로 뒷받침하는 근거가 앞이나 뒤에 제시되지 않는다면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에 해당합니다. 그런 앞 뒤 논리 관계를 살피지 않고 받아들이는 독자들이 늘면 사회적 갈등이나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사실문과 의견문의 차이는 분명히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지난해보다 평균 15% 높아졌다’는 문장은 측정된 수치를 바탕으로 한 객관적인 사실입니다. 반면, ‘요즘은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져 외부 활동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표현은 개인의 느낌과 판단이 들어간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경제와 관련된 정보를 살펴보면, 정부가 ‘내년부터 최저임금을 시간당 10,000원으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은 공식 발표를 근거로 한 사실문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최저임금 인상은 중소기업에 큰 부담을 줄 것이다’라는 문장은 미래를 예측한 주관적 의견문에 해당합니다. 

 

기술과 교육 분야의 문장을 예로 들어 볼까요? ‘스마트폰 사용 증가는 청소년의 학습 능력을 저하시킨다’는 문장은 인과 관계에 대한 주관적 판단을 포함하고 있어 의견으로 분류됩니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증가하고 있다’와 같은 문장도 마찬가지인데, 이들은 객관적 사실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는 합니다. 그것은 해당 문장의 앞이나 뒤에 객관적으로 증명(확인)할 수 있는 통계적 정보가 있을 때입니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객관적 사실’이라고 주장하려면, 구체적인 수치나 출처 표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성인의 하루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평균 4.5시간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와 같이 공식 통계에 기반한 문장은 ‘사실’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  통계 자료 없는 예측, 추정은 '의견'

 

미래에 대한 예측이나 추정은 대개 의견으로 분류됩니다. 예측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다루기 때문에 객관적 검증이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내년에 최저임금을 10,000원으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와 같은 문장은 정부 발표에 근거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은 중소기업에 큰 부담을 줄 것이다’라는 문장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상황에 대한 추정이기 때문에 의견에 해당합니다.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현재 검증 가능한가(사실), 객관적인 근거가 있는가(사실), 감정이나 평가가 포함되어 있는가(의견), 미래에 대한 추정인가(의견)를 따져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것은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기반으로 사고하고 건강한 여론 형성에 참여하기 위한 기초 역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우리 주변의 이슈

 

"요즘 외국인 때문에 우리나라 치안이 완전히 무너졌어요."
"선관위는 믿을 수 없어, 이번 선거도 조작된 게 분명해."
"빨갱이들이 방송국 다 장악했잖아, 뉴스가 다 거짓말이야."

 

위와 같은 문장은 감정적 동조를 유도하고, 개인의 분노나 불안을 자극하는 ‘의견’에 해당합니다. 


‘외국인 때문에 우리나라 치안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말은 겉보기에 강력하고 직설적인 주장처럼 들리지만, '무너졌다'는 비유적 표현으로, 사실을 전달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무너졌다’는 추상적이고 감정적인 언어입니다. 실제로 어떤 범죄가 몇 건 발생했는지, 피해 규모는 어느 정도였는지에 대한 구체적 수치나 맥락이 전혀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해석에 해당합니다. 이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려면, 경찰청이나 지자체의 범죄 통계, 피해자의 진술 수, 외국인 범죄율 추이 같은 객관적 자료를 확인해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2023년 외국인에 의한 범죄가 전체 범죄의 ○○%를 차지했다’는 자료가 있어야 이 말에 대한 신뢰도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선관위는 믿을 수 없고, 이번 선거는 조작된 게 분명하다’는 말 역시 감정을 자극하는 의심이나 의견에 해당하며, 그것만으로는 사실을 전하는 정보로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려면, 전자개표기에 오류가 발생한 구체적 내역, 사전투표지 무효 비율에 대한 근거 자료, 부정투표 의혹 제기와 그에 대한 선관위 해명 등과 같은 구체적인 증거가 필요합니다. 어떤 지역에서 투표함 이중 봉인이 발견되었고, 그것이 실제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조사한 감사원 보고서나 법원의 판결문이 존재해야 할 것입니다. ‘사법 절차를 통한 검증 결과’도 필요할 텐데 이는 인터넷에 떠도는 영상이나 SNS 게시글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들 역시 그냥 근거 없는 의견에 해당하는 주장이기 때문에, 실제로 법원이 ‘선거 무효 소송’이나 ‘선거 부정 관련 형사사건’에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 문서가 존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예컨대 “○○지방법원은 2022년 지방선거 부정 개입 의혹에 대해 명확한 증거가 없어 기각 판결을 내렸다”는 재판 결과는 사법 검증의 구체적 예시입니다. 이러한 절차 없이 누군가의 말을 그대로 믿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 단순한 ‘의심’에 기대어 판단하는 것이 됩니다.

‘빨갱이들이 방송국을 장악했다’는 표현도 매우 추상적이고 선동적인 의견입니다. 여기서 ‘빨갱이’가 누구인지, '빨갱이'의 의미는 뭔지, 왜 그들이 '빨갱이'인지 그 증거는 뭔지(북한의 지령을 받았다? 그 근거는? 북한을 떠받든다? '떠받든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말과 행동인지, 그게 정말 떠받드는 건지), 어떤 방송국을 어떻게 장악했다는 것인지, 장악이라는 단어의 실체적 행위는 무엇인지가 제시되지 않는다면 이는 이념적 낙인찍기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습니다. 특정 언론 보도나 편성 변화가 있었다면, 그것이 객관적으로 어떤 편향을 가졌는지에 대한 언론사 보도 분석 자료,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건수, 시청자위원회 평가 보고서 등으로 논리적 검토가 가능해야 합니다.

위에 든 예처럼 사실처럼 들리는 의견을 만나게 될 때, 우리는 반드시 '이 말에 검증 가능한 근거가 있는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정보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할 것입니다. 

 

 

 

❚  연습

 

다음은 뉴스 기사에서 접할 수 있는 문장들입니다. 사실문과 의견문을 구분하는 연습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

①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판매량이 1,500만 대를 넘어섰다. (사실문 / 의견문)
→ 판매량이라는 객관적 수치를 제시하고 있으므로 '사실문'.


② 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은 청소년들의 학습 능력을 저하시킨다.  (사실문 / 의견문)
→ ‘저하시킨다’는 결론은 구체적 근거 없이 내려진 주관적 판단이므로 '의견'.


③ 정부는 내년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할 계획이다.  (사실문 / 의견문)
→ 정부의 공식 계획 발표는 확인 가능한 정보이므로 '사실문'. 다만 이 글이 언제 쓰여진 것인지가 구체적으로 확인되어야 ‘내년’ 상황에 대한 사실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음. 


④ 전기차는 환경 보호에 가장 효과적인 교통수단이다.  (사실문 / 의견문)
→ ‘가장 효과적인’이라는 표현은 비교와 평가가 포함된 주관적 판단이므로 '의견문'.


⑤ 서울시는 오는 10월에 대규모 국제 영화제를 개최한다.  (사실문 / 의견문)
→ 행사 일정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이므로 '사실문'.


⑥ 국제 영화제는 도시의 문화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사실문 / 의견문)
→ ‘기여한다’는 표현은 효과에 대한 주관적 평가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의견문'.


⑦ 최근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70%가 주 1회 이상 운동을 한다.  (사실문 / 의견문)
→ 조사 결과를 근거로 한 통계 수치이므로 '사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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