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비문해자들이 글자를 배우면서 뇌의 구조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조사한 매우 흥미로운 연구가 있습니다. 연구진은 힌디어를 전혀 읽지 못하는 성인 비문해자들을 대상으로 6개월 동안 데바나가리 문자, 즉 힌디어에서 사용되는 문자를 읽고 쓰는 방법을 가르쳤습니다. 이 교육을 통해 참가자들은 초등학교 1학년 수준의 문자 해독 능력에 도달했습니다.
북인도의 두 마을에서 모집된 성인 비문해자 51명을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되었으며, 이 중 30명이 최종적으로 연구 분석에 포함되었습니다. 이 참가자들은 모두 30대 초반의 성인으로, 과거에 한 번도 학교에 다닌 적이 없고, 읽기와 쓰기를 전혀 배우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연구는 인도의 북부 지역에 위치한 우타르프라데시 주의 러크나우(Lucknow) 근처 두 개의 마을에서 실시되었으며, 연구진이 이 지역을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이 지역에는 힌디어를 사용하는 성인 비문해자들이 많아, 문해력 교육의 영향을 연구하기에 적합한 집단이 있었습니다. 둘째,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인지적, 인구학적, 사회경제적 변수를 최대한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 같은 사회적 공동체에서 모집된 비문해자들을 대상으로 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교육의 효과를 보다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21명에게는 6개월 동안 읽기와 쓰기 교육을 제공하고, 나머지 9명은 교육을 받지 않도록 하였습니다.
읽기 교육을 받은 그룹은 매일 문자와 단어를 읽고 쓰는 연습을 했으며, 이 과정에서 데바나가리 문자 46자와 기본 단어 약 200개를 익혔습니다. 교육 후반부에는 간단한 문장 읽기와 문법 기초까지 학습하였습니다. 이러한 교육은 성인 비문해자들이 초등학교 1학년 수준의 읽기와 쓰기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연구진은 이 교육이 참가자들의 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보기 위해, 교육 전과 후에 참가자들의 뇌를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촬영하였습니다. 특히, 뇌의 시각 정보 처리와 관련된 후두엽과 주의력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상, 중뇌 등의 기능적 연결성을 집중적으로 분석하였습니다.
6개월간의 훈련 결과, 문자 인식과 단어 읽기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능력을 배운다는 차원을 넘어서, 뇌의 구조적인 변화까지 유도한 것이었습니다. 특히,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뇌의 표면 부분(피질)과 그보다 깊은 곳에 위치한 중뇌와 시상이라는 부분 간의 연결이 더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연결성 강화는, 뇌가 새로운 정보를 더욱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발견으로 평가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뇌의 변화가 개인별로 읽기 능력의 향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뇌의 연결성이 더 많이 증가한 사람일수록 읽기 능력도 더 크게 향상되었으며, 이는 읽기 학습이 뇌의 특정 부분들 간의 소통을 개선시켜 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성인이 된 후에도 문해력을 학습하는 것이 단순히 새로운 능력을 얻는 것에 그치지 않고, 뇌의 기능적 구조에 깊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비문해자들이 6개월간의 교육을 통해 읽기와 쓰기 능력을 익히는 과정에서, 그들의 뇌는 시각 정보 처리와 주의력 할당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 영역 간의 연결성이 강화되었음을 뇌 연구 차원에서 관찰하였습니다.
성인의 뇌도 학습을 통해 신경 가소성이 발휘될 수 있다는 점에서, 평생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과학적 증거로 작용할 것입니다. 우리가 평소에 간과할 수 있는 문해력의 중요성과, 그 학습 과정이 뇌에 미치는 깊은 영향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특히, 성인 비문해자들이 단순히 글자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뇌의 구조적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는 점에서, 교육의 힘과 그 영향력에 대해 깊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
※ 연구를 수행한 기관의 정확한 명칭은 독일의 ‘막스 플랑크 인간 인지 및 뇌 과학 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for Human Cognitive and Brain Sciences)’이며, 연구는 해당 연구소와 인도의 여러 기관들 간의 협력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또한, 연구를 위한 인력은 독일과 인도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었습니다.
※ 이 연구는 인도의 북부 지역에 위치한 우타르프라데시 주의 러크나우(Lucknow) 근처 두 개의 마을에서 실시되었으며, 연구진이 이 지역을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이 지역에는 힌디어를 사용하는 성인 비문해자들이 많아, 문해력 교육의 영향을 연구하기에 적합한 집단이 있었습니다. 둘째,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인지적, 인구학적, 사회경제적 변수를 최대한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 같은 사회적 공동체에서 모집된 비문해자들을 대상으로 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교육의 효과를 보다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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