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절인연(1) 한 시절을 살 뿐이다 우린 어느 한 시절을 살아간다 어느 한 구간을 살 뿐이다 한꺼번에 전부를 시공할 수도, 설계할 수도 없다 이 길을 지나가면 이 길과 이어진 어느 길을 가겠지 내가 걸어간 길과 이어지지 않은 길을 갈 수는 없다 지금만 만날 수 있다 지금의 이 온도, 습도, 감촉, 향기는 지금만의 것이다 언제 또 달라질지 몰라 달라지겠지 이 시절이 가고 나면 오늘이 가고 나면 우린 한 시절을 살아간다 또렷한 어느 과거 설레는 어느 미래는 내가 지금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만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늘을 산다 내가 직접 만나서 만지고 보듬고 포옹하고 수선하고 쓰다듬을 수 있는 삶은 오늘뿐이다 ※ 오늘은 분명 나에게 중요한 한 시절, 그 시절의 정 가운데라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