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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착각을 부르는 광고 표현 (1)

인지심리학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누군가의 말을 들을 때 그 의미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자기 나름의 맥락과 기존 지식을 바탕으로 재구성하는 능동적인 과정을 겪습니다. 듣는 사람이 해당 정보를 받아들이는 시점에 파악하게 된 상황 맥락, 지식, 신념에 기반해서 자신이 들은 것을 자기 관점에서 추론하고 자연스럽게 재해석합니다. 특히 주어진 정보가 모호하거나 이해하는 입장이지만 해당 화두에 대한 자기 생각이 많을 때 이러한 재해석이 더 적극적으로 일어납니다. 이러한 이유로 주어진 입력 정보만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정보를 능가하는 추론을 덧붙여서 기억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주어지는 정보를 이해하고 기억하고 추론하는 기본적인 사고의 틀을 ‘도식(schema)’이라고 합니다. 도식은 사람, 사건, 혹은 개념..

카테고리 없음 2025.04.07

‘네이티브 광고'

디지털미디어 시대에는 광고가 우리의 삶 거의 모든 맥락에 스며들고 있습니다. 단순히 광고가 많아진 차원이기보다는, 디지털 경제의 확산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사업·경영 활동이 이제는 디지털 세계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당연해지면서, 광고는 우리가 소비하는 콘텐츠의 일부처럼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디지털 세계의 광고는 이물감 없이 자연스럽게, 마치 본래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끼어드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네이티브 광고(Native Advertising)’이라는 용어는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네이티브 스피커’가 ‘모국어 화자’를 뜻하듯이, ‘네이티브(native)’는 ‘본래 그곳에 속한, 원래 있었던’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모국어 화자가 본래부터 가지고 있었던 ..

디지털 경제와 광고

디지털 경제는 현대의 모든 경제 활동이 물리적 한계를 넘어 디지털 기기와 플랫폼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같은 디지털 기기는 소통의 도구이면서도 구매, 결제, 정보 소비와 생산, 광고, 고객 연결 등 경제의 모든 흐름을 통합하는 강력한 플랫폼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실물 세계의 성공적인 경영은 이제 디지털 세계에서의 경쟁력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디지털 공간에는 광고와 정보가 점점 더 긴밀하게 얽혀 있습니다. 우리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통해 접하는 글, 영상, 이미지는 '정보'도 제공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광고'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조회 수, 추천 수, 댓글 수와 같은 지표는 해당 정보의 매력과 신뢰성을 평가하는 척도로 작용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선택받은 콘텐츠는 자연..

감정문해력과 자존감의 관계

❚1  현대의 삶과 감정 관리의 중요성 감정을 이해하고 다루는 능력, 즉 감정문해력은 결국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데에 중요한 역량이 됩니다. 감정은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기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활동의 동기를 어디에서 얻는지를 알아가는 신호가 되기에 자기 자신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SNS, 뉴스, 메시지를 통해 타인의 감정 표현, 평가, 비교 대상을 마주하게 되고 감정을 자극하는 외부 환경이 압도적으로 증가하여 우리 내면은 외부 자극에 의해 끊임없이 재촉받습니다. 일상을 파고드는 광고며 뉴스 기사조차도 감정을 자극하여 클릭을 유도하는 문구가 기본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시선을 채우..

유권자가 알아야 할 AI 상식

AI의 발전은 정치 영역에도 빠르게 스며들고 있으며, 특히 선거 유세 과정에서의 활용이 점차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후보자의 메시지를 더 넓은 대중에게 빠르게 전달하고, 유권자 개개인과의 소통을 가능하게 만드는 도구로서 AI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정보의 신뢰성과 책임성이라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와 충돌할 수 있는 위험도 함께 안고 있습니다.  ❚  사망한 정치인을 선거판에 세운 AI  2024년 인도 타밀나두(Tamil Nadu) 선거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캠페인 전략이 새로운 양상을 보였습니다. 특히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사례는, 이미 사망한 두 정치 거물인 M. 카루나니디(M. Karunanidhi)와 J. 자얄랄리타(J. Jayalalithaa)의 디지털 아바타가..

가짜뉴스의 두 가지 유형

가짜뉴스(fake news)라는 용어는 간단하고 명확한 개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의미가 복잡하고 경계가 모호한 문제입니다. 정보가 명백히 조작되었거나 날조된 경우라면 분명히 가짜뉴스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정치적 비판이나 불편한 진실을 전달하는 기사가 '가짜뉴스'라는 프레임으로 공격당하는 사안입니다. 이는 공적 화두에 대한 알 권리를 통해 민주적 방식으로 운영되는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가 침해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1  가짜뉴스의 두 가지 유형과 시민의 대응 ✔ 첫 번째 유형은 정보 자체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입니다. 국제도서관협회(IFLA)에서는 ‘의도적으로 조작되었거나,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사실처럼 보이지만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가..

감정문해력과 피드백

❚1  감정문해력(emotional literacy)과 피드백(feedback)의 연관성 우리는 흔히 피드백이라는 말을 들으면, 타인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부족한 점을 알려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갈등 상황이나 교육, 지도, 훈육 같은 맥락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그러나 피드백의 본질은 단순한 지적이나 교정의 의미를 넘어섭니다. 피드백이란 상대에게 일정한 반응을 줌으로써, 그가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인식하고 조정하게 도와주는 과정입니다. 말하는 사람의 감정 해소가 목적이 아니라, 듣는 사람의 성장을 고려한 말의 기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나는 사실만을 말했을 뿐’이라며 자신의 입장에서 본 자기 말의 정당성에 집착하고, 피드백이라는 이름으로 감정의 폭력을 행사..

뉴스 기사 제목의 감성화

❚1  기사의 본분은 객관적 정보 전달소설이나 만화는 독자들에게 재미와 흥미를 주기 위한 것이지만, 기사는 본질적으로 객관적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독자는 기사를 읽으면서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을 알게 되고, 그 안에서 중요한 메시지를 찾습니다. 헌데 요즘 디지털 매체 속의 기사 제목을 보면, 사실 정보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있는 것인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거나 놀래키려는 것인지 의문이 생깁니다. ‘충격 받은 ○○, 무슨 말 들었길래’, ‘한밤중 무슨 일이? 차량 돌진에 시민들 화들짝’과 같은 제목은 언뜻 보기에는 객관적인 정보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기자의 주관적 선택과 강조가 적극적으로 개입되어 있습니다.  ‘충격 받은 ○○, 무슨 말 들었길래’부터 차근차근 살펴보면 이렇습니..

정부 광고와 언론 환경

미디어 리터러시를 기르기 위해서는 '뉴스 기사 그 자체'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기사가 어떤 경제적, 정치적 구조 속에서 작성되었는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1. 국민의 알 권리, 공공 예산 정부 광고는 단순한 상업 광고가 아니라, 국민 세금으로 집행되는 공공 예산입니다. 이러한 광고는 정부의 정책을 알리거나 국민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공익적 목적을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광고가 어떤 언론사에, 어떤 기준으로 집행되는지는 단순한 행정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알 권리와 직결된 공공성의 문제입니다. 언론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광고 집행이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정치적 입장이나 편향된 보도에 따라 보상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수단으로 활용되어서는 안 되며, 광고 배분 과정은 국..

공영방송 vs 알고리즘 추천: 공공성과 책임의 문제

❚1   세상을 보여주는 창, 언론 언론은 오래도록 대중과 세상을 연결하는 창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돌아볼 것은, 우리에게 ‘세상은 이렇다’는 것을 알게 하였던 창이 정말 언제나 맑고 투명하기만 한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오늘날 뉴스 리터러시가 중요하게 부각되는 이유는, 우리가 접하는 정보에서 '나열하고 있는 사건'에만 집중해서는 안 되고, 해당 정보물이 '제작되는 과정에 숨겨진 배경과 의도'를 읽어낼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뉴스는 결코 진공 상태에서 생산되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YTN의 민영화 논란은 언론의 공공성과 상업성의 갈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민영화”라는 단어는 경영 효율성의 개선을 이야기하는 듯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공공성 약화’와 ‘언론 독립성 훼손’에 대한 ..